외국자본이 국내경제의 생사(生死)를 결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삼성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주식시장 전체의
30% 이상에 이르고 외환선물환거래에서는 외국인이 6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사실은
외국자본이 국내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윈은 "올 상반기에 미국금리가 높아져 일부 국제자본이 이동하
면서 국내증시가 영향을 받은 바 있다"며 "최근 증시침체는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 등 악
재로 국내경제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주식을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자본의 영향력은 증시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다수 시중은행에도 상당한 외국자본의 진출했다. 가장 우량한 은행으로 평가받고 있는 주
택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64%에 육박하고 있다. 또하나의 우량은행으
로 제시되는 국민은행 역시 외국인이 53.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제일은행은 뉴브리지가
5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신한은행의 외국인지분 역시 49.9%나 된다. 또한 현재 외국
인이 1대주주로 있는 국민, 한미, 외환, 제일, 하나은행이 예금과 대출의 점유율이 41.7%에
달하고 있다.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의 점유율도 97년 1.8%에서 99년 2.3%로 높아졌다. 증권
및 보험업 분야에서의 외국자본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중권업에서는 97년 3.9%에서 지난 8
월말 10.6%로 외자의 비중이 커졌다. 리젠트증권은 전체지분의 51.3%를, 굿모닝증권은
50.6%를 외국인이 갖고있다. KGI증권은 대만자본이 51%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서울증권은
미국계의 퀀텀이머징 등이 45.2%를 지배하고 있다.
실물시장에 대한 외국자본의 영향력 역시 막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IMF과정에서 많은 국내기업이 외국자본에 넘어갔다"며 "이들 기업은 경
제가 정상화되면 모두 다시 사와야 할 중요한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국내기업과의 합병과 자본제휴 등을 통해 사업영역과 기업규모
를 키웠다. 필립스는 지난해 6월 LG로부터 LCD 사업부문을 합작형태로 인수했다. 필립스는
2002년까지는 19억달러를 추가투입해 국내시장의 지배를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바스프와 대
상그룹의 라이신 부문을 인수하고 여기에 4억달러이상을 추가로 투자해 대규모 유화공장으
로 키워갈 작정이다. 공격적인 투자와 매출신장에 힘입어 국내에 진출한 일부 외국기업은
국내 대기업군에 진입하기도 했다. 지난해 노키아TMC, 모토로라코리아, 한국휴렛팩커드, 한
국바스프 등은 매출액 순위로 국내 200대기업군에 진입했다. 이밖에도 한국IBM, 한국소니전
자 등 많은 외국계기업들이 대기업군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외국기업들의 시장점유율
역시 커지고 있다. 초산, 카본블랙, 신문용지 등의 시장에서는 외국계기업이 관련시장의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석유화학이나 제지 분야에서도 외국계 기업이 해당분야 시장을
50% 이상 지배있다. 특히 국내에서 소비되는 일회용건전지의 98%를 외국계기업이 생산하
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국내시장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외국자본은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서 절대적
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지난 8월31일부터 9월22일까지
주식 1조2872억원어치를 팔아 주가를 23.1%하락시켜 주가가 연중최저치를 기록하도록 만들
었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2단계 자본자유화는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더욱 크게할 것으로 보인
다.
경제가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등이 국내경제
를 먹여 살리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반도체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막대
하다.
국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반도체가격이 최근 하락하면서 무역수지가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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