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유세 세금폭탄론의 허구
작년 오른 집값 종부세 100년분 넘어
세금만으로 집값 잡을 수 없지만 보유세 정상화 않고 부동산문제 해결 못해
최근 세금폭탄론은 지엽적 문제 침소봉대해 세제 골간 흔들려는 의도서 출발
“최근 일부 보수언론은 공시지가 상승으로 보유세가 천문학적으로 급등했다며 ‘세금폭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라.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 등 일부의 세부담이 3배까지 늘거나 많게는 천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지난 1년간 집값이 수억원씩 올랐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세부담 감소는 이들 지역에서 가장 현저할 것이다.”
오랫동안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 온 전강수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최근의 세금폭탄론이 불순한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의심했다. 지엽적인 문제를 선동하듯 강조해 사회적 합의로 시행 2년도 안된 부동산 세제를 흔들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지만 세제개편을 하지 않고는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집값 상승이 개인의 생산적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적·공공적 가치 상승에 따른 혜택이므로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를 조장하게 되고 사회적 생산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 최근 종부세 과표적용률과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으로, 올해 보유세가 급증해 세금폭탄이 될 것이란 일부 여론이 있다. 어떻게 봐야 하는가.
새삼스런 표현이 아니다. 2005년 8·31대책을 수립할 때부터 세금폭탄론이 제기됐다. 일부 보수신문이 선도했고 한나라당이나 시장근본주의자들이 따라가며 지지해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건교부가 2007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자, 한동안 잠잠했던 세금폭탄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사들을 읽다 보면 이번에 정부가 보유세를 엄청나게 높이는 새로운 조치를 취한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구성되는데, 세액은 ‘공시가격×과표적용률×세율’로 계산된다. 정부는 이미 2005년 ‘8·31대책’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와 과표적용률을 높여 보유세를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강화해 간다는 방침을 세웠고 언론을 통해 충분히 보도됐다. 그 후 이 방침은 기득권 세력의 강한 반대를 극복하고 입법화되어 시행과정에 있다. 국민들의 다수가 이를 지지했음은 물론이다.
2017년까지 보유세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부동산 과다 보유자는 세 부담이 상당히 큰 폭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공시가격 6억 이하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서민층의 보유세 부담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엄청난 정책이 새로 도입되는 것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결국 보유세 강화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저의가 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 보유세 증가율로 본다면 강남구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경우 1년 만에 250% 가까이 보유세액이 늘었다. 이런 경우는 사실상 세금폭탄이란 표현이 맞는 것 아닌가.
세제개편을 하다보면 평균 세부담은 얼마 늘지 않았는데 일부의 세부담이 급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강남의 비싼 아파트들은 올해 보유세가 많이 증가한다. 세부담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이는 지난 1년간 그만큼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집값 상승을 같이 놓고 생각하면 세금폭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집값이 떨어지면 세부담 감소는 이들 지역에서 가장 현저할 것이다.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보유세는 사회와 국가가 부여하는 혜택에 상응해 납부하는 대가(세금)의 성격을 갖고 있다.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것은 소유자가 사회와 국가로부터 그만큼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말이다. 혜택을 누리는 만큼 대가를 납부하는 것은 정당한 일 아닌가.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다. 이상한 일은 보수 신문들이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부동산 값이 폭등했다는 사실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커다란 사회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처럼 세부담이 급증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체로 보면 98%의 세대는 세부담 증가가 10% 미만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6억 이하의 경우는 세부담 증가 상한을 10%로, 3억 이하의 경우 5%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보유세 부담이 너무 낮아서 부동산 소유자들이 국가나 사회로부터 큰 혜택을 받으면서도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보유세 강화 정책은 이런 부조리를 바로잡는 정책이다.
- 일부에서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소득이 없는 고령 장기보유자에게는 과세를 완화하는 등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보는가.
은퇴 고령자를 배려해야 한다면 소득 능력이 없는 실직자나 장애인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론적으로 볼 때 자산의 가치에 부과되는 종부세를 두고 소득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다. 소득이 없어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이 문제가 된다면, 세금을 감면할 것이 아니라 해당자를 면밀히 조사해서, 부동산을 처분할 때 내도록 하는 납부유예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일부 언론은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자가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곤란을 겪는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 동기가 그다지 순수하지 않은 듯해서 문제다. 목적은 은퇴 고령자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려는 것이 아니고 그들을 핑계로 종부세 대상자를 축소하고 세부담을 줄이는 등 종부세의 전체 틀을 뒤흔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실 현재 부동산 과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거주지 선택은 비정상적 상태다. 한 지역에 살다가 집이 낡으면 다른 곳의 새 집으로 옮겨가는 식으로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이 정상이다. 지금 강남의 주민들은 집이 낡아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려고 하지 않는다. 왜일까. 강남 집값이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주택자의 거주지 선택에 투기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 고령자들 중에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면 좋은 환경과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고 집값 차액분으로 좀 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못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분들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 보유세 부담액이 늘면서 한나라당 등에서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도 종부세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와 똑같은 주장이 나왔고 그것이 받아들여졌다. 당시 종부세법의 후퇴는 부동산 시장에 정책 후퇴라는 신호를 주었고, 10·29대책의 발표 이후 2004년 내내 안정되었던 부동산 가격은 2005년에 들어서면서 폭등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2005년도 8·31대책에서는 종부세법을 개정해 과세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다시 내렸다. 그 후 우여곡절을 거쳐서 모처럼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 과정이다. 그럼에도 종부세 과세기준을 높이자는 주장이 다시 나오는 것은 결국 현행 종부세의 틀을 깨자는 주장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실 모든 부동산 소유자들이 정부와 사회 전체로부터 일정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납부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취지에서 본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이나 과세대상을 축소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 옳다.
- 일각에서는 보유세수 증가분을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이나 갑근세나 유류세 감면 등에 활용하자는 제안이 있다. 보유세수 증가분을 어떻게 써야 할까.
지금은 보유세수 증가분이 그리 크지 않아서 종부세 세수의 경우 모두 지방교부세로 지방에 되돌려 주고 있다. 앞으로 보유세 누적분이 좀 더 많아지면 그 수입을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세금 중에는 부동산 거래세나 건물 보유세, 그밖의 다른 세금으로는 부가가치세, 중소기업의 법인세, 갑근세 등을 감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유세수 증가분을 다른 세금 감면에 쓰는 것보다 아예 복지재원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양자를 적절히 결합해서 보유세수 증가분이 얼마 되지 않는 초기에는 주로 복지재원으로 활용하고 나중에는 세금감면에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 그동안 보유세를 늘리고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부동산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을 통해 정상적인 수익을 넘어서는 투기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을 때 발생한다. 불로소득에 지나지 않는 이 투기적 이익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도 투기를 막을 수 없다. 투기적 이익의 차단에 토지보유세 강화만큼 좋은 정책은 없다. 양도소득세를 중과해서 투기적 이익을 사후에 환수할 수 있지만 그것은 ‘동결효과’라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다만 토지보유세를 단기간에 충분히 강화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 동안 양도소득세나 개발이익환수장치를 토지보유세와 함께 활용하게 된다.
그동안 저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제도란, 토지와 자연자원이 공공재산이란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토지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하게 하하는 것이다. 또 사용료 수입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하는 제도다. 토지보유세는 이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세금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정부가 국공유지를 비축해서 공공토지를 임대하는 제도(토지공공임대제)를 통해서도 실현할 수 있다.
모든 부동산 소유자가 토지가치의 상승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부담해야 한다면 활용목적 없이 부동산을 소유하려고 하는 동기는 크게 약화될 것이고 자연히 투기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토지가치는 대부분 사회적·공공적 요인에 의해 상승하므로 정부가 토지보유세를 걷는 것은 정당하다. 토지보유세는 투기를 억제하는 동시에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그 세수를 잘 활용하면 분배 개선과 경기 활성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들이 토지보유세의 우수성을 인정해왔다.
아무튼 여러 정책을 개발해서 실시하는 것보다 확실한 철학을 정립하고 그 정신 아래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확실한 철학을 세워두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사라질 때는 다시 정책이 후퇴하고 심지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냉온탕식이 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기본 철학으로 정립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헌법에 명기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을 지지하는 조항이 있고 헌법재판소도 이 정신을 지지하는 판결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헌법에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한 부동산 정책들이 이해 관계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헌법 명기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소모적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 보유세 강화와 집값이나 부동산 문제와는 어떤 연관이 있나.
보유세를 한번에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면 부동산 투기도 바로 근절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점진적으로 강화할 수밖에 없고 그것도 현실적으로는 우여곡절을 겪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 정책이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집값 폭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자금이 넘쳐날 때는 보유세 강화 정책만으로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
부동자금을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거시경제 전체에 충격을 주거나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서 위험하다. 담보대출 규제와 같은 미시적 금융대책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정부가 DTI 등을 도입해 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잘한 일이다.
보유세 강화정책과 미시적 금융대책을 적절히 결합하면 부작용 없이 투기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시장참가자들의 기대에 크게 좌우되는데, 지금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 그것이 시장에 역신호로 작용해 다시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 몇 년 간 참여정부가 보유세 강화정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평균 0.2%(실효세율=보유세/부동산가격)로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이 1.5%, 일본이 1% 수준이다. 주마다 세율이 다른 미국의 실효세율이 가장 높은 주는 4%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부동산 세제를 보유세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유세 비중이 극히 낮고 거래세의 비중이 높은 기형적인 조세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보유세 중심의 조세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상식이다.
우리나라 보유세 강화정책의 장기 목표는 2017년에 보유세 실효세율을 0.61%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세부담을 3배 정도 수준으로 강화하는 셈이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서는 세금폭탄론에 동조했던 한나라당조차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었다. 한나라당의 실효세율 정책목표는 0.5%로서 지금보다 2.5배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세부담 측정방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국내총생산(GDP)의 0.6% 정도였다. 반면 미국은 2.8%, 영국은 3.3%, 일본은 2.1%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는 5.5배나 더 많은 보유세 부담을 지고 있다.
총세수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나라는 2.2%인 반면 미국은 11.1%, 영국과 일본은 9.5%와 13.2%로 우리에 비해 크게 높다.
- 보유세는 높이되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거래세 비중은 어떻게 보는가.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 정부는 8·31대책에서 거래세를 낮춘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부동산 세율은 낮아졌는데 동시에 실거래가 반영비율이 높아져 금액상으로는 낮아지지 않았다. 거래세는 의미있게 낮춰야 한고 재원만 있다면 없애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정부는 이것을 적기에 하지 못했고 작년에 2% 수준으로 낮췄는데 이것도 가시적이지 않다. 국민들이 거래세가 낮아졌다고 느낄 정도로 의미있게 낮춰야 한다.
세금은 부과되는 행위를 위축시키는 기능을 하므로 거래와 관련되는 세금은 억제하고 투기적 보유에 대해 매기는 보유세는 올려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건물 보유세는 궁극적으로 없애고 토지가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집값 상승은 건물가치가 아니라 토지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해보면 지방에 아주 좋은 아파트가 있다면 집값의 상당부분은 건물가치가 차지한다. 그런 경우는 세금을 적게 내게 된다. 반면 좋은 지역에 낡은 아파트가 있다면 상당부분이 토지가치다. 그럴 때는 세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물려야 한다는 의미다.
- 일부에서는 양도소득세를 낮추자는 주장도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세법 정신에 위배된다. 현행 양도세는 전체 시세이익의 50~60%도 안된다. 나머지는 주택 처분자 몫이 된다. 결국 예전 방식과 비교해 소득이 다소 줄어든다는 불만이다. 더구나 장기보유한 6억 이하 주택 소유자는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명확해진다. 결국 6억 이상의 집을 가진 종부세 대상이 되는 사람이 6억 초과부분의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평균적으로 양도세가 양도차익의 10%에 못미친다. 예를 들어 7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겼다면 7000만원만 내면 된다.
또 최근의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의 불만은 “내 집 하나 갖고 사는데 왜 세금 때문에 이사할 때 더 가치가 없는 곳으로 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것도 한측면만 부각한 것이다. 부동산시장 요인 때문에 1년에 2억~3억씩 집값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여기에 대해 세금 수백만원 더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용납을 못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부동산 투기꾼도 아닌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또 일부에서는 투기꾼과 건전한 시민을 가려 투기꾼들에게 중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는 모든 국민이 집을 구하고 이사할 때 이곳이 더 오를 곳인지 아닌지 의식하게 된다. 모든 국민이 넓은 의미의 부동산 투기나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과도한 이익에 적정한 세금과 환수장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평가한다면.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최근 보유세 강화, 원가공개·분양가상한제 등 가격 억제정책, 공급확대 정책 등을 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은 잡히지 않고 있다.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이 정부가 서로 모순되는 정책을 동시에 집행했다. 지역개발정책과 부동산투기 억제책이다. 이런 것이 부동산시장에 혼선을 가져왔다. 각종 지방균형발전정책에 따른 토지보상금이 투기에 소요됐다는 논란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었다.
또 부동산 투기대책은 큰 방향은 옳았지만 일관성이 없었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흔들림없이 정책을 추진했다면 이런 식의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보유세 강화론이 힘을 얻은 2004년에는 집값 상승률이 2~3%로 안정화됐다. 연말에 국회가 종부세법을 통과시키면서 과세기준을 정부원안인 6억에서 9억으로 완화하고, 경제부총리가 양도세 중과 완화해야 한다는 발언이 시장에 혼란을 줬다. 결국 2005년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 뒤에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됐다.
또 다른 문제는 정책 집행상 기술적 문제다. 노 대통령의 집값 안정화 의지는 어느 대통령보다 강력했다고 본다. 문제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당국자들이 너무 과도한 표현을 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등등. 이해는 되지만 무모한 판단이다.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집값 잡겠다고 했는데 조금만 제대로 안되도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정책을 불신하게 됐다.
작년 하반기 집값폭등은 정책보다는 정치적인 문제가 컸다. 5·31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를 하고 시간이 갈수록 여권의 재집권 가능성이 옅어졌다. 그때 유행했던 말이 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끝났다. 임기까지만 버티자”. 정치실패가 정책후퇴를 강력히 예고하는 신호로 작용했다.
- 부동산 세제 강화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야당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세금으로 집값 잡는 곳 없다. 굉장히 자극적 표현이다.
그렇지만 거꾸로 이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 부동산세제 정상화시키겠다, 정도였다. 공격하는 쪽이나 일부 언론이 그렇게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으로 본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지만, 세제개편 없이는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불로소득이 생기고 다른 정상적 수익보다 높은데 누가 투자를 하지 않겠느냐. 차단할 수밖에 없다. 가장 유효한 방법이 보유세다. 우리나라도 70년대부터 그렇게 해왔고 중국도 최근 부동산투기가 일어나니까 바로 중과세정책을 실시했다. 일본도 90년대 집값 상승할 때 보유세 강화했다. 물론 시기가 늦어 성공하지 못했다.
기존 세금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이나 미국은 투기가 없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당연하다. 미국 영국은 이미 보유세 실효세율이 훨씬 높고 금융대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기초적 여건이 안된 상태다. 기초토대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던 80년대 말에도 그런 논란이 있었다. 결국 보유세 강화정책은 언론의 뭇매를 맞아 흐지부지되고 변두리정책으로 볼 수 있는 토지공개념 3법만 통과됐다. 어떻게 보면 보유세 강화가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반증이다.
대담 신명식 편집국장
정리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전강수 교수는
- 서울대 경제학과·대학원 박사
-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역임
-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 대구 가톨릭대학교 부동산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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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만으로 집값 잡을 수 없지만 보유세 정상화 않고 부동산문제 해결 못해
최근 세금폭탄론은 지엽적 문제 침소봉대해 세제 골간 흔들려는 의도서 출발
“최근 일부 보수언론은 공시지가 상승으로 보유세가 천문학적으로 급등했다며 ‘세금폭탄’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라.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 등 일부의 세부담이 3배까지 늘거나 많게는 천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지난 1년간 집값이 수억원씩 올랐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세부담 감소는 이들 지역에서 가장 현저할 것이다.”
오랫동안 보유세 강화를 주장해 온 전강수 대구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최근의 세금폭탄론이 불순한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의심했다. 지엽적인 문제를 선동하듯 강조해 사회적 합의로 시행 2년도 안된 부동산 세제를 흔들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지만 세제개편을 하지 않고는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집값 상승이 개인의 생산적 노력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회적·공공적 가치 상승에 따른 혜택이므로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방치하면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를 조장하게 되고 사회적 생산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 최근 종부세 과표적용률과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으로, 올해 보유세가 급증해 세금폭탄이 될 것이란 일부 여론이 있다. 어떻게 봐야 하는가.
새삼스런 표현이 아니다. 2005년 8·31대책을 수립할 때부터 세금폭탄론이 제기됐다. 일부 보수신문이 선도했고 한나라당이나 시장근본주의자들이 따라가며 지지해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건교부가 2007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하자, 한동안 잠잠했던 세금폭탄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사들을 읽다 보면 이번에 정부가 보유세를 엄청나게 높이는 새로운 조치를 취한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로 구성되는데, 세액은 ‘공시가격×과표적용률×세율’로 계산된다. 정부는 이미 2005년 ‘8·31대책’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와 과표적용률을 높여 보유세를 2017년까지 점진적으로 강화해 간다는 방침을 세웠고 언론을 통해 충분히 보도됐다. 그 후 이 방침은 기득권 세력의 강한 반대를 극복하고 입법화되어 시행과정에 있다. 국민들의 다수가 이를 지지했음은 물론이다.
2017년까지 보유세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부동산 과다 보유자는 세 부담이 상당히 큰 폭으로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물론 공시가격 6억 이하 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서민층의 보유세 부담은 거의 증가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엄청난 정책이 새로 도입되는 것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결국 보유세 강화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저의가 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 보유세 증가율로 본다면 강남구 은마아파트 34평형의 경우 1년 만에 250% 가까이 보유세액이 늘었다. 이런 경우는 사실상 세금폭탄이란 표현이 맞는 것 아닌가.
세제개편을 하다보면 평균 세부담은 얼마 늘지 않았는데 일부의 세부담이 급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강남의 비싼 아파트들은 올해 보유세가 많이 증가한다. 세부담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이는 지난 1년간 그만큼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집값 상승을 같이 놓고 생각하면 세금폭탄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집값이 떨어지면 세부담 감소는 이들 지역에서 가장 현저할 것이다.
부동산 가치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보유세는 사회와 국가가 부여하는 혜택에 상응해 납부하는 대가(세금)의 성격을 갖고 있다. 부동산 가치가 높다는 것은 소유자가 사회와 국가로부터 그만큼 큰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말이다. 혜택을 누리는 만큼 대가를 납부하는 것은 정당한 일 아닌가. 종부세는 징벌적 세금이 아니다. 이상한 일은 보수 신문들이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사실만 강조하고, 부동산 값이 폭등했다는 사실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커다란 사회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처럼 세부담이 급증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전체로 보면 98%의 세대는 세부담 증가가 10% 미만이다. 정부가 공시가격 6억 이하의 경우는 세부담 증가 상한을 10%로, 3억 이하의 경우 5%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보유세 부담이 너무 낮아서 부동산 소유자들이 국가나 사회로부터 큰 혜택을 받으면서도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보유세 강화 정책은 이런 부조리를 바로잡는 정책이다.
- 일부에서는, 소수이기는 하지만 소득이 없는 고령 장기보유자에게는 과세를 완화하는 등의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보는가.
은퇴 고령자를 배려해야 한다면 소득 능력이 없는 실직자나 장애인도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론적으로 볼 때 자산의 가치에 부과되는 종부세를 두고 소득 운운하는 것은 잘못이다. 소득이 없어 세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이 문제가 된다면, 세금을 감면할 것이 아니라 해당자를 면밀히 조사해서, 부동산을 처분할 때 내도록 하는 납부유예제도를 도입하면 된다.
일부 언론은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자가 높은 보유세 부담 때문에 곤란을 겪는다는 사실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 동기가 그다지 순수하지 않은 듯해서 문제다. 목적은 은퇴 고령자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려는 것이 아니고 그들을 핑계로 종부세 대상자를 축소하고 세부담을 줄이는 등 종부세의 전체 틀을 뒤흔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실 현재 부동산 과열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거주지 선택은 비정상적 상태다. 한 지역에 살다가 집이 낡으면 다른 곳의 새 집으로 옮겨가는 식으로 거주지를 선택하는 것이 정상이다. 지금 강남의 주민들은 집이 낡아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려고 하지 않는다. 왜일까. 강남 집값이 앞으로 더 올라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1주택자의 거주지 선택에 투기적 동기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 고령자들 중에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면 좋은 환경과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고 집값 차액분으로 좀 더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못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분들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 보유세 부담액이 늘면서 한나라당 등에서는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도 종부세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이와 똑같은 주장이 나왔고 그것이 받아들여졌다. 당시 종부세법의 후퇴는 부동산 시장에 정책 후퇴라는 신호를 주었고, 10·29대책의 발표 이후 2004년 내내 안정되었던 부동산 가격은 2005년에 들어서면서 폭등하기 시작했다.
정부도 정책 실패를 자인하고 2005년도 8·31대책에서는 종부세법을 개정해 과세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다시 내렸다. 그 후 우여곡절을 거쳐서 모처럼 부동산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 과정이다. 그럼에도 종부세 과세기준을 높이자는 주장이 다시 나오는 것은 결국 현행 종부세의 틀을 깨자는 주장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실 모든 부동산 소유자들이 정부와 사회 전체로부터 일정한 혜택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납부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취지에서 본다면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이나 과세대상을 축소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하는 것이 옳다.
- 일각에서는 보유세수 증가분을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이나 갑근세나 유류세 감면 등에 활용하자는 제안이 있다. 보유세수 증가분을 어떻게 써야 할까.
지금은 보유세수 증가분이 그리 크지 않아서 종부세 세수의 경우 모두 지방교부세로 지방에 되돌려 주고 있다. 앞으로 보유세 누적분이 좀 더 많아지면 그 수입을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세금 중에는 부동산 거래세나 건물 보유세, 그밖의 다른 세금으로는 부가가치세, 중소기업의 법인세, 갑근세 등을 감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유세수 증가분을 다른 세금 감면에 쓰는 것보다 아예 복지재원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양자를 적절히 결합해서 보유세수 증가분이 얼마 되지 않는 초기에는 주로 복지재원으로 활용하고 나중에는 세금감면에 활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 그동안 보유세를 늘리고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부동산투기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을 통해 정상적인 수익을 넘어서는 투기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을 때 발생한다. 불로소득에 지나지 않는 이 투기적 이익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으로도 투기를 막을 수 없다. 투기적 이익의 차단에 토지보유세 강화만큼 좋은 정책은 없다. 양도소득세를 중과해서 투기적 이익을 사후에 환수할 수 있지만 그것은 ‘동결효과’라는 부작용을 수반한다. 다만 토지보유세를 단기간에 충분히 강화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 동안 양도소득세나 개발이익환수장치를 토지보유세와 함께 활용하게 된다.
그동안 저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제도란, 토지와 자연자원이 공공재산이란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그것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토지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하게 하하는 것이다. 또 사용료 수입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하는 제도다. 토지보유세는 이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세금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정부가 국공유지를 비축해서 공공토지를 임대하는 제도(토지공공임대제)를 통해서도 실현할 수 있다.
모든 부동산 소유자가 토지가치의 상승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부담해야 한다면 활용목적 없이 부동산을 소유하려고 하는 동기는 크게 약화될 것이고 자연히 투기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토지가치는 대부분 사회적·공공적 요인에 의해 상승하므로 정부가 토지보유세를 걷는 것은 정당하다. 토지보유세는 투기를 억제하는 동시에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그 세수를 잘 활용하면 분배 개선과 경기 활성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많은 경제학자들이 토지보유세의 우수성을 인정해왔다.
아무튼 여러 정책을 개발해서 실시하는 것보다 확실한 철학을 정립하고 그 정신 아래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확실한 철학을 세워두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사라질 때는 다시 정책이 후퇴하고 심지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는 쪽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 그 동안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냉온탕식이 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의 기본 철학으로 정립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헌법에 명기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에도 토지공개념을 지지하는 조항이 있고 헌법재판소도 이 정신을 지지하는 판결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헌법에 명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한 부동산 정책들이 이해 관계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헌법 명기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소모적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 보유세 강화와 집값이나 부동산 문제와는 어떤 연관이 있나.
보유세를 한번에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면 부동산 투기도 바로 근절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점진적으로 강화할 수밖에 없고 그것도 현실적으로는 우여곡절을 겪기 때문에 보유세 강화 정책이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집값 폭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자금이 넘쳐날 때는 보유세 강화 정책만으로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
부동자금을 줄이기 위해 금리 인상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은 거시경제 전체에 충격을 주거나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서 위험하다. 담보대출 규제와 같은 미시적 금융대책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정부가 DTI 등을 도입해 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잘한 일이다.
보유세 강화정책과 미시적 금융대책을 적절히 결합하면 부작용 없이 투기수요를 억제할 수 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정책이 시행되고 있고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시장참가자들의 기대에 크게 좌우되는데, 지금 정책 기조가 흔들리면 그것이 시장에 역신호로 작용해 다시 부동산 시장이 요동을 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 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 몇 년 간 참여정부가 보유세 강화정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은 평균 0.2%(실효세율=보유세/부동산가격)로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이 1.5%, 일본이 1% 수준이다. 주마다 세율이 다른 미국의 실효세율이 가장 높은 주는 4%대이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부동산 세제를 보유세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보유세 비중이 극히 낮고 거래세의 비중이 높은 기형적인 조세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보유세 중심의 조세구조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된 상식이다.
우리나라 보유세 강화정책의 장기 목표는 2017년에 보유세 실효세율을 0.61%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세부담을 3배 정도 수준으로 강화하는 셈이다. 이 같은 정책에 대해서는 세금폭탄론에 동조했던 한나라당조차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었다. 한나라당의 실효세율 정책목표는 0.5%로서 지금보다 2.5배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세부담 측정방법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003년 기준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국내총생산(GDP)의 0.6% 정도였다. 반면 미국은 2.8%, 영국은 3.3%, 일본은 2.1%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는 5.5배나 더 많은 보유세 부담을 지고 있다.
총세수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우리나라는 2.2%인 반면 미국은 11.1%, 영국과 일본은 9.5%와 13.2%로 우리에 비해 크게 높다.
- 보유세는 높이되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 거래세 비중은 어떻게 보는가.
거래세는 낮춰야 한다. 정부는 8·31대책에서 거래세를 낮춘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부동산 세율은 낮아졌는데 동시에 실거래가 반영비율이 높아져 금액상으로는 낮아지지 않았다. 거래세는 의미있게 낮춰야 한고 재원만 있다면 없애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정부는 이것을 적기에 하지 못했고 작년에 2% 수준으로 낮췄는데 이것도 가시적이지 않다. 국민들이 거래세가 낮아졌다고 느낄 정도로 의미있게 낮춰야 한다.
세금은 부과되는 행위를 위축시키는 기능을 하므로 거래와 관련되는 세금은 억제하고 투기적 보유에 대해 매기는 보유세는 올려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건물 보유세는 궁극적으로 없애고 토지가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집값 상승은 건물가치가 아니라 토지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해보면 지방에 아주 좋은 아파트가 있다면 집값의 상당부분은 건물가치가 차지한다. 그런 경우는 세금을 적게 내게 된다. 반면 좋은 지역에 낡은 아파트가 있다면 상당부분이 토지가치다. 그럴 때는 세금을 상대적으로 많이 물려야 한다는 의미다.
- 일부에서는 양도소득세를 낮추자는 주장도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은 세법 정신에 위배된다. 현행 양도세는 전체 시세이익의 50~60%도 안된다. 나머지는 주택 처분자 몫이 된다. 결국 예전 방식과 비교해 소득이 다소 줄어든다는 불만이다. 더구나 장기보유한 6억 이하 주택 소유자는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명확해진다. 결국 6억 이상의 집을 가진 종부세 대상이 되는 사람이 6억 초과부분의 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평균적으로 양도세가 양도차익의 10%에 못미친다. 예를 들어 7억원의 양도차익이 생겼다면 7000만원만 내면 된다.
또 최근의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의 불만은 “내 집 하나 갖고 사는데 왜 세금 때문에 이사할 때 더 가치가 없는 곳으로 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것도 한측면만 부각한 것이다. 부동산시장 요인 때문에 1년에 2억~3억씩 집값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여기에 대해 세금 수백만원 더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는 왜 용납을 못하는지 알 수 없다.
“내가 부동산 투기꾼도 아닌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또 일부에서는 투기꾼과 건전한 시민을 가려 투기꾼들에게 중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는 모든 국민이 집을 구하고 이사할 때 이곳이 더 오를 곳인지 아닌지 의식하게 된다. 모든 국민이 넓은 의미의 부동산 투기나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동산에 대해 과도한 이익에 적정한 세금과 환수장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평가한다면.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최근 보유세 강화, 원가공개·분양가상한제 등 가격 억제정책, 공급확대 정책 등을 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은 잡히지 않고 있다.
몇 가지 원인이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이 정부가 서로 모순되는 정책을 동시에 집행했다. 지역개발정책과 부동산투기 억제책이다. 이런 것이 부동산시장에 혼선을 가져왔다. 각종 지방균형발전정책에 따른 토지보상금이 투기에 소요됐다는 논란도 있다. 그런 점에서 정책방향에 문제가 있었다.
또 부동산 투기대책은 큰 방향은 옳았지만 일관성이 없었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흔들림없이 정책을 추진했다면 이런 식의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보유세 강화론이 힘을 얻은 2004년에는 집값 상승률이 2~3%로 안정화됐다. 연말에 국회가 종부세법을 통과시키면서 과세기준을 정부원안인 6억에서 9억으로 완화하고, 경제부총리가 양도세 중과 완화해야 한다는 발언이 시장에 혼란을 줬다. 결국 2005년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 뒤에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됐다.
또 다른 문제는 정책 집행상 기술적 문제다. 노 대통령의 집값 안정화 의지는 어느 대통령보다 강력했다고 본다. 문제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당국자들이 너무 과도한 표현을 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등등. 이해는 되지만 무모한 판단이다. 그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집값 잡겠다고 했는데 조금만 제대로 안되도 시장 참가자들은 정부정책을 불신하게 됐다.
작년 하반기 집값폭등은 정책보다는 정치적인 문제가 컸다. 5·31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를 하고 시간이 갈수록 여권의 재집권 가능성이 옅어졌다. 그때 유행했던 말이 있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끝났다. 임기까지만 버티자”. 정치실패가 정책후퇴를 강력히 예고하는 신호로 작용했다.
- 부동산 세제 강화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어느 야당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세금으로 집값 잡는 곳 없다. 굉장히 자극적 표현이다.
그렇지만 거꾸로 이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 부동산세제 정상화시키겠다, 정도였다. 공격하는 쪽이나 일부 언론이 그렇게 해석하고 판단하는 것으로 본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세금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지만, 세제개편 없이는 집값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도 중요하다. 부동산을 갖고 있으면 불로소득이 생기고 다른 정상적 수익보다 높은데 누가 투자를 하지 않겠느냐. 차단할 수밖에 없다. 가장 유효한 방법이 보유세다. 우리나라도 70년대부터 그렇게 해왔고 중국도 최근 부동산투기가 일어나니까 바로 중과세정책을 실시했다. 일본도 90년대 집값 상승할 때 보유세 강화했다. 물론 시기가 늦어 성공하지 못했다.
기존 세금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이나 미국은 투기가 없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당연하다. 미국 영국은 이미 보유세 실효세율이 훨씬 높고 금융대책으로 부동산 투기를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런 기초적 여건이 안된 상태다. 기초토대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특히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던 80년대 말에도 그런 논란이 있었다. 결국 보유세 강화정책은 언론의 뭇매를 맞아 흐지부지되고 변두리정책으로 볼 수 있는 토지공개념 3법만 통과됐다. 어떻게 보면 보유세 강화가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반증이다.
대담 신명식 편집국장
정리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전강수 교수는
- 서울대 경제학과·대학원 박사
-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역임
-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장
- 대구 가톨릭대학교 부동산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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