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화관에서 치료합니다”
‘시네마데이’ 나들이 나온 흥겨운 환자들
사회공헌 공격적 ‘남들 쉴 때 봉사활동’
지난달 21일 저녁 순천시 장천동 ‘프리머스극장’엔 160여명의 환자와 가족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산재의료관리원 산하 순천병원(병원장 고재운) 입원 환자들이었다.
20여분간 대형버스로 이동해온 이들은 고재운 원장 등 병원직원들이 나눠주는 팝콘과 음료수를 받아들고, 마치 나들이 나온 어린이처럼 흥겨워했다.
순천병원은 이날 처음 진행한 ‘시네마데이’를 위해 작품 선정에서 환자이송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환자들이 심리적 부담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최근 개봉한 코미디 영화 ‘복면달호’를 골랐고, 관람시간은 병원치료가 적고 환자들 긴장감이 낮은 저녁시간을 택했다. 병원내 환자들로 구성된 영화동아리 모임도 이번 행사에 적극 호응했다.
행사를 마련한 취지는 장기입원환자에게 일시적으로라도 즐거운 환경을 마련해주자는 것이었다. 환자들은 24시간 제약된 공간에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특히 진폐증 환자의 경우 가족과 떨어져 병원을 집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호흡곤란으로 현재 1년 이상 요양중인 환자부터 10년 이상 장기요양 환자까지 다양하고, 임종시까지 병상생활을 이어가는 이도 있다.
순천병원 김광중 행정부원장은 “장기간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삶의 욕구가 낮다”며 “영화감상은 환자들에게 활기를 주면서 직원들도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병원의 고객만족경영은 지역내에서도 유명하다. 의료진이 직접 응급진료를 마친 환자들에게 후속진료나 관리주의를 알리는 휴대폰 문자서비스를 보내고, 계간지 ‘순천병원보’를 발행해 지역주민들과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병원내 아침 방송은 직원 사이에 칭찬할 만한 미담을 발굴해 릴레이 형식으로 전파하고 있다.
2005년부터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원무과 등이 연계해 벌인 ‘행복한 병동만들기’ 사업은 환자가 내집같은 분위기로 병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병원 옥상에 화단을 만들어 가꾸도록 했으며, 서예반・영화감상반・바둑반 등 동아리 활동도 진행했다.
순천병원은 최근 매달 전 직원이 맥주집에 모여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호프데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직종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병원 특성상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순천병원 서원섭 원무팀장은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 직종이기주의를 허물 수 있다”며 “이 자리에서 병원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순천병원 벌이는 사회공헌활동은 공격적이다.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아닌 휴일에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4개조로 25명씩 구성된 봉사활동은 거의 매주 진행되며, 진료과장이 직접 참여해 실질적인 의료봉사를 한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매달 병원내에서 벌이는 문화공연은 병원과 지역주민과의 거리를 한층 좁히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마술・댄스・음악・연예인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다.
지난해 간호사를 중심으로 창단한 ‘노인 간호 봉사단’은 지역내 독거노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생활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특히 도농 복합지역인 순천시에서 고령인구가 급증하자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자는 내부 의견이 제기됐다. 매주 1~2회 진행되는 봉사단 활동은 생일상 차리기, 밑반찬 지원, 후원금 전달 등 지난해에만 총 72회나 진행됐다.
지역주민들은 순천병원을 지역내 벌어지는 대부분의 행사를 주관하는 ‘의료지정병원’이란 인식을 갖고 있고, 실제로 병원도 공공기관과 단체들의 행정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지자체로부터 ‘자원봉사활동 기업봉사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순천병원은 올해도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중이다. 우선 병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 정문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를 유치할 계획이고, 옥상정원과 동산에 지압보도 및 조각전시장을 포함한 산책공원을 설치할 예정이다. 병원내에 병원역사물과 직원 소장 미술품을 전시할 공간도 마련중에 있다. 특히 전남지역에서 폭증하는 재활의료 수요에 부응하면서 산재의료관리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중 재활전문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다.
순천=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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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데이’ 나들이 나온 흥겨운 환자들
사회공헌 공격적 ‘남들 쉴 때 봉사활동’
지난달 21일 저녁 순천시 장천동 ‘프리머스극장’엔 160여명의 환자와 가족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산재의료관리원 산하 순천병원(병원장 고재운) 입원 환자들이었다.
20여분간 대형버스로 이동해온 이들은 고재운 원장 등 병원직원들이 나눠주는 팝콘과 음료수를 받아들고, 마치 나들이 나온 어린이처럼 흥겨워했다.
순천병원은 이날 처음 진행한 ‘시네마데이’를 위해 작품 선정에서 환자이송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환자들이 심리적 부담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최근 개봉한 코미디 영화 ‘복면달호’를 골랐고, 관람시간은 병원치료가 적고 환자들 긴장감이 낮은 저녁시간을 택했다. 병원내 환자들로 구성된 영화동아리 모임도 이번 행사에 적극 호응했다.
행사를 마련한 취지는 장기입원환자에게 일시적으로라도 즐거운 환경을 마련해주자는 것이었다. 환자들은 24시간 제약된 공간에서 일상생활을 하는데, 특히 진폐증 환자의 경우 가족과 떨어져 병원을 집처럼 생각하고 살아가고 있다. 호흡곤란으로 현재 1년 이상 요양중인 환자부터 10년 이상 장기요양 환자까지 다양하고, 임종시까지 병상생활을 이어가는 이도 있다.
순천병원 김광중 행정부원장은 “장기간 입원한 환자들의 경우 삶의 욕구가 낮다”며 “영화감상은 환자들에게 활기를 주면서 직원들도 화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순천병원의 고객만족경영은 지역내에서도 유명하다. 의료진이 직접 응급진료를 마친 환자들에게 후속진료나 관리주의를 알리는 휴대폰 문자서비스를 보내고, 계간지 ‘순천병원보’를 발행해 지역주민들과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병원내 아침 방송은 직원 사이에 칭찬할 만한 미담을 발굴해 릴레이 형식으로 전파하고 있다.
2005년부터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원무과 등이 연계해 벌인 ‘행복한 병동만들기’ 사업은 환자가 내집같은 분위기로 병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환자들이 직접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병원 옥상에 화단을 만들어 가꾸도록 했으며, 서예반・영화감상반・바둑반 등 동아리 활동도 진행했다.
순천병원은 최근 매달 전 직원이 맥주집에 모여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호프데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직종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병원 특성상 원활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순천병원 서원섭 원무팀장은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 직종이기주의를 허물 수 있다”며 “이 자리에서 병원 발전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순천병원 벌이는 사회공헌활동은 공격적이다. 직원들은 근무시간이 아닌 휴일에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 4개조로 25명씩 구성된 봉사활동은 거의 매주 진행되며, 진료과장이 직접 참여해 실질적인 의료봉사를 한다.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매달 병원내에서 벌이는 문화공연은 병원과 지역주민과의 거리를 한층 좁히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마술・댄스・음악・연예인 등 다양한 볼거리를 준다.
지난해 간호사를 중심으로 창단한 ‘노인 간호 봉사단’은 지역내 독거노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건강관리와 생활지원이 절실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특히 도농 복합지역인 순천시에서 고령인구가 급증하자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지역사회를 위해 공익적 역할을 강화하자는 내부 의견이 제기됐다. 매주 1~2회 진행되는 봉사단 활동은 생일상 차리기, 밑반찬 지원, 후원금 전달 등 지난해에만 총 72회나 진행됐다.
지역주민들은 순천병원을 지역내 벌어지는 대부분의 행사를 주관하는 ‘의료지정병원’이란 인식을 갖고 있고, 실제로 병원도 공공기관과 단체들의 행정지원과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지자체로부터 ‘자원봉사활동 기업봉사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순천병원은 올해도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중이다. 우선 병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병원 정문을 경유하는 시내버스를 유치할 계획이고, 옥상정원과 동산에 지압보도 및 조각전시장을 포함한 산책공원을 설치할 예정이다. 병원내에 병원역사물과 직원 소장 미술품을 전시할 공간도 마련중에 있다. 특히 전남지역에서 폭증하는 재활의료 수요에 부응하면서 산재의료관리원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하반기중 재활전문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다.
순천=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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