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뽑아 ‘범재’로 키우는 대학들

초`중`고생 학력 국제 평가에서 ‘최고’ … 대학경쟁력은 최하수준

지역내일 2007-04-05
세계 최고 수준의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후 최저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불만이 우리 대학들에 대한 외면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미 FTA와 관계없이 부분적이나마 고등교육 개방의 물꼬가 트였고, 조기유학에 나서는 학생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교육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교생들은 학력수준을 평가하는 각종 국제공인 평가에서 최고수준의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최고수준의 자원을 받아들인 고등교육기관의 성적표는 바닥권을 맴돌고 있어 개방화 시대에 대학위기론이 부각되고 있다.

◆잘나가는 초·중·고생 = 주요대학들은 최근 신입생 학력저하 현상이 심각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학들은 수학을 못하는 공대생 등의 사례를 들며 학력저하 현상이 대학경쟁력을 가로 막는 주범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공인받는 각종 지표들은 우리 초·중·고생들의 학력수준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2003년에 실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제학업성취도비교(PISA·피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15세 학생들의 문제해결력 소양은 1위, 읽기 소양은 2위, 수학적 소양은 3위, 과학적 소양은 4위로 나타났다. 특히 최상위 5%의 점수를 비교해도 문제 해결력과 수학에서 3위, 읽기에서 7위, 과학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성적표를 받았다.
국가별 학력수준을 평가하는 국제공인 지표인 국제수학과학능력평가(TIMSS)에서도 우리나라는 세게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46개 회원국의 8학년(중2)을 대상으로 2003년 실시한 TIMSS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의 수학 평균점수는 2위를 차지했다. 과학 평균점수도 3위를 기록했다.

◆존재가치 의심받은 대학 = 이처럼 세계최고의 학력수준을 자랑하는 초·중·고생들이 진학한 국내 대학들이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는 성적표는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각국의 고등교육을 평가하는 지표로 공인받고 있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2005년)에서 우리 대학들의 ‘경쟁사회요구 부합도’는 조사대상 61개국 중 50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 대학들이 사회와 시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국내 경제계 인사들도 앞 다퉈 대학들의 인재양성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영자에서 총장으로 변신한 동국대 오영교 총장은 지난달 21일 동국포럼에서 “대학의 주기능은 학문연구와 인재배출이며 이를 잘해야 대학의 경쟁력을 말할 수 있다”며 “학문연구만으로 대학이 존립하지 못하며 인재배출이 전재돼야 존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 배출이 전제되는 학문연구가 대학의 길”이라며 “이것이 대학변화와 혁신의 목표이며 경쟁력을 가지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학생들 중 상위권을 독점하는 주요대학들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지난해 발표된 세계대학 순위는 세 가지다. 더 타임스와 뉴스위크가 각각 세계 100대 대학 순위를, 중국 상하이자오퉁대학이 세계 500대 대학 순위를 발표했다.
뉴스위크와 상하이자오퉁대학이 발표한 순위에서 우리 대학들은 100위권 이내에 단 한 대학도 들어가지 못했다. 더 타임스가 발표한 순위에서 서울대가 간신히 명함을 내밀었다.
경쟁국가인 일본, 싱가포르, 중국, 홍콩의 대학들은 많게는 7개교 적게는 2개교가 100위권에 포함돼 있어 대조되고 있다.
우리 대학들은 연구력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의심받고 있다. 황우석 전 교수,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의 논문 표절 및 조작 파문이 남겨준 상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에 적용했던 기준을 교수사회 전체에 들이대면 살아남을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제는 교육개혁이다 = 최근 일부 대학들이 교수사회의 철밥통을 깨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러나 교수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상당수 개혁성향의 총장들은 이미 좌절했다.
또 국제수준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영어수업을 도입하려는 몇몇 대학의 움직임도 학내 곳곳에서 저항을 받고 있다.
교수사회 일부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이 오늘도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못하는 영어전공자. 중국어 회화를 제대로 못하는 중국어 전공자들까지 배출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총장은 “기존 교수들에게 영어수업을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우리 대학은 앞으로 원어민 교수를 뽑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구호가 아닌 실질적 교육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이 몇몇 분야를 내세워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되는 식의 교육정책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정보통신대 허운나 총장은 “현재 우리 대학들의 수준은 모든 분야를 잘해야 해낼 수 있는 종합우승을 할 정도가 아니다”며 “하나라도 강점을 가진 분야를 집중 육성해 전문가를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을 잘하는 교수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지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호남대학교 이현청 총장은 “많은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와 프로젝트에 교수들이 내몰리는 우리 대학사회 구조적 모순이 문제”라며 “연구에 지친 교수들에게 질 높은 교육서비스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교가 교수지원센터 등을 설치해 교육 콘텐츠를 생산해 교수들에게 공급하는 것도 교육의 질을 높이는 한 방법”이라며 “특히 학생지도에 성과를 나타내는 교수들에 대한 보상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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