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손잡고 외국투자회사에 도전장

지역내일 2007-04-25
공룡 은행, 증권·보험 성장 막아 … 국제금융경쟁력 61개국중 37위
투자회사 규모 확대 필요 … 금융권 균형성장, 국제경쟁력 강화 기대

자본시장통합법의 통과는 은행과 증권을 경쟁과 협력의 관계로 바꿀 전망이다. 은행이 증권을 인수하거나 규모가 커진 증권과 손을 잡고 국내 시장과 해외에서 외국투자은행들과의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은행부문의 경쟁력 뿐만아니라 규모도 커져야 한다. 은행중심으로 편중된 금융시장을 경쟁·균형체제로 재편하는 수술도 필요하다.

◆은행 중심의 금융시장 = “보험사를 모두 합하면 국민은행이 되고 증권을 모두 합하면 삼성생명이 된다”는 말이 있다. 보험이나 증권업계에서 통용되는 이 말에는 은행 편중현상에 대한 자조 섞인 불만이 담겨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총 자산은 지난해 9월말 현재 1249조원이었다. 자기자본과 자본금은 각각 85조원과 36조원이었다. 3분기동안 얻은 당기순이익은 11조2477억원에 달했다. 은행에는 농협, 수협, 6개 지방은행 등 15개 상업은행과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을 모두 포함시켰다.
22개 생보사 자산합계는 255조원, 자본금은 6조원이었고 총자본은 19조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6개월(4~9월)간 7801억원에 그쳤다. 손보사 29개사의 총자산은 53조원이었고 자본금과 총자본은 각각 2조원, 8조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4719억원에 머물렀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은 이미 200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가지고 있고 자본금 규모도 각각 20조원에 이른다. 생보사와 손보사 전체 순이익이 국민은행의 순이익보다 적을 정도로 은행권의 이익규모는 이미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더욱 왜소하다. 54개 증권사의 자산 총계는 96조원이었고 자기자본과 자본금은 각각 20조원과 8조원에 그쳤다. 4~9월까지 6개월간 순이익은 1조4634억원이었다. 49개 자산운용사들의 자산총계, 자본총계와 자본금은 각각 1조원대에 지나지 않았다. 반기순이익은 1508억원이었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104조원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증권사의 자기자본 총합은 은행권에서 가장 많은 산업은행(16조원)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은행은 전체 금융자산의 75.5%인 1249조원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자본도 전체의 66.9%를 점하고 있다. 자본금 규모 역시 전체 금융권의 61.0%인 36조원을 보유하고 있다. 은행은 이미 공룡이 돼버렸다. 증권의 자산규모는 전체 금융권의 5.8%에 지나지 않다. 자기자본과 자본금도 15.7%와 13.5%로 낮은 수준이다.
현성수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현 상황을 보면 간접금융시장을 담당하고 있는 은행산업의 성장에 비해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산업의 성장이 미흡해 혁신형 기업등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금융사들은 외국의 선진 투자회사에 비해 경쟁력이 열악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 11조원대였던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이 지난해엔 6조원대로 떨어졌고 회사채에 의한 조달규모도 87조원에서 5년만에 41조원으로 내려앉아 증권의 역할이 크게 줄었다.
위탁매매 중심의 영업으로 기업금융, 자산관리, 자기매매를 하는 외국투자은행에 비해 경쟁력에서 크게 밀릴 수밖에 없다.

◆국제 금융경쟁력은 바닥 = 우리나라의 금융부문 국제 경쟁력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금융부문 국제경쟁력은 조사대상 61개국 중 37위에 그쳤다. 홍콩(2위), 대만(16위), 싱가폴(19위) 등 경쟁상대인 다른 아시아 4룡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말레이시아(33위)보다도 낮았다.
세부항목으로도 은행규제는 54위로 매우 열악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주주권리부문에서도 53위에 그쳤다. 은행 및 금융서비스 수준은 52위였고 신용부분은 49위에 머물렀다. 투자위험(33위), 주식시장(36위), 벤처캐피탈(37위)부문에서 30위대를 유지, 그나마 선방했다.
금융전문인력의 국제경쟁력도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전문인력 구인 수준은 2005년 43위에서 61위로 꼴찌를 기록했고 고급인력 수준은 27위에 머물렀다. 대학교육 경쟁력은 52위에서 50위로 올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12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서는 기업의 직장훈련 투자(2005년 18위→2006년 19위), 보수의 생산성에 따른 결정(24위→21위) 등은 강점으로 나온 반면 경영대학원의 질(38위→53위), 교육시스템의 질(31위→38위)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갈 길 먼 국제경쟁력, 확보, 자통법이 지름길 = 은행과 증권사들이 기존수입원인 예대마진과 위탁수수료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상태로 들어섰고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으로 국내외에서 외국 대형투자은행과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눈을 돌린 곳은 투자은행분야. 그러나 상품개발 능력 확충, 전문인력 양성, 충분한 자본 확보, 투자기술 습득 등 투자은행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정부를 비롯해 많은 국회의원과 금융권 관계자들이 자본시장통합법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통법이 금융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자통법안을 제출하면서 “미국의 골드만삭스처럼 증권 선물 자산운용 신탁업 등 자본시장 관련 금융업을 모두 영위할 수 있는 금융투자회사가 국내에서도 탄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 위원은 “자통법이 통과되면 금융투자회사는 새로운 금융기법에 의한 다양한 신종금융상품의 개발, 여러 금융투자업의 겸영을 통한 시너지효과 등을 통해 외국의 투자회사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회사로 성장하거나 특정분야로 전문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된다”며 “금융산업 측면에서도 신뢰도 제고 등을 통해 경제내의 여유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자본시장의 활성화와 국제경쟁력 제고, 금융허브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자통법 통과에 앞서 금융업계의 도전정신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자통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업무영역이 늘어났다고 해서 잘 됐다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힘은 투자자, 금융소비자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모 국회의원은 “과연 자통법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투자회사들이 외국투자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고급인력, 상품개발 능력 등 갖춰야 할 게 너무 많다”며 “이를 무시할 경우 오히려 외국투자은행에게 국내시장까지 내 줄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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