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 기술 총 집합, 서울 지하철9호선>

지역내일 2007-05-01
한강 남쪽을 동서 방향으로 연결하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이 공사 현장에 세계적 굴착 기술과 최고의 땅 파는 선수들이 모두 모여 있다. 흔히들 토목 기술은 ‘댐’과 ‘지하철’에 총 집약돼 있다고 한다. 그 중 지하철 건설은 교량, 터널, 수중 구조물 등 모든 기술을 망라한 토목 분야의 ‘종합 예술’이다. 서울 지하철9호선 건설 현장의 지하세계에서 토목 기술자들의 바쁜 움직임을 그려보았다.

907공구 현장/ 삼성건설
“한 길 땅속이라도 파봐야 안다”
정상 운행하는 교량 밑으로 궤도 건설 … 목2동~양평동5가

서울 목동과 양평동을 잇는 9호선 907공구는 양평교 구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하철 공사를 위해 양평교를 철거할 경우 목동으로 진입하는 대체 도로가 없어 존치 상태로 지하 구조물을 만들어야 하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구간은 도로를 파서 지하 구조물을 설치하는 개착공법으로 무난하게 공정을 진행했다.
양평교 구간 공사는 땅속에서 나오는 지하수로 새로운 교각이 얼마나 버틸지도 계산해야 하는 복잡한 공정이다. 특히 낮고 좁은 교량 밑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더욱 공정을 더디게 했다.
907공구를 맡은 삼성건설은 양평교 하부 통과 구간에 굴착후 ‘가벤트’를 설치하는 공법을 도입했다.
이 공법은 기존 양평교 교각 옆으로 가벤트를 설치해 교량을 받친 뒤 교각을 철거한 후 지하철 구조물을 설치하는 기술이다. 역시 교량 위로 차량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공정을 진행한다는 점이 섬세한 기술력을 필요로 했다.
삼성건설은 이 구간 공사를 위해 좁은 공간에서 공사가 가능하도록 중장비들을 개조했다. 높은 크레인으로는 교량 밑 공사가 불가능해 미니 크레인까지 만들었다.
교량 밑을 지나는 지하철이 교량 노선과 동일하게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공정에서는 ‘땅 파는 기술’ 뿐 아니라 다리를 건설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 같은 구간에서는 교량을 헐고 지하철을 만든 다음 다시 교량을 설치하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양평교 구간에 도입한 공법은 가받침대를 설치하는 ‘벤트’ 공법으로 교각을 떠받치는 지하철 구조물의 하중을 적절히 응용했다.
가받침대를 설치하고 기존 교각을 철거하는 과정은 아슬아슬하다. 교량 위로 차들이 지나고 있어 하중과 교각의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미 지하에는 지하철이 지날 수 있는 깊이로 굴착이 진행된 상태. 벤트를 설치한 후 새로 만드는 교각은 지하철이 지나는 터널이 받침대 역할을 한다.
삼성건설 박호윤 부장은 “양평교는 영등포에서 목동으로 이동하는 주요 교량으로 대체 도로가 없다. 운행 중인 차량의 안전을 보장한 상태에서 교각을 철거하고 새 교각을 만드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구간을 제외하고는 907공구의 다른 노선은 90%의 공정률을 보이면서 9호선 중 가장 빠른 진행상태를 보이고 있다. 같은 공구내 목동역은 이미 공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레일과 건축 설비팀에 현장을 넘겼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913공구 현장/ 쌍용건설
“베네치아역보다 아름다운 역 건설”
지하상가·3호선 존치 상태로 공정 … 세화여고~고속터미널

강남고속터미널 앞 지하철 정거장. 이 곳에는 지상부 밑에 20년 넘은 지하상가가 있다. 지하상가 바로 아래는 3호선 정거장이 있고, 3호선과 7호선이 바로 옆 지점에서 교차하고 있다.
이 지하 구조물을 모두 그대로 둔 채 구조물 밑 20㎝ 지점에 9호선 정거장 건설이 시작됐다.
이 지하 정거장은 개착공법을 쓸 수 없다. 즉 도로를 파서 지하 정거장을 건설한 뒤 다시 도로를 만드는 공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쉴드공법과 같은 일반적인 터널 공법을 적용할 수도 없다. 지하 지반이 암반층이 아니라 토사와 자갈 등의 충적층으로 새로운 공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곳이 9호선 건설 중 가장 어렵다는 913공구. 쌍용건설이 그동안 지하철 건설 공법을 모두 찾아내 TRcM과 CAM(Cellular Arch Method) 공법을 적절히 접목시킨 신기술을 도입했다.
쌍용건설은 9호선 강남터미널 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해 유럽 여러 곳의 지하철 정거장을 둘러봤다. 그러나 강남터미널 구간처럼 여러 지하구조물이 겹쳐 있는 구간의 정거장을 찾기 힘들었다.
마침 발견한 곳이 이탈리아 밀라노시의 베네치아 지하철 정거장. 베네치아 정거장이 강남터미널역과 조건이 비슷했지만 지반 조건은 달랐다.
쌍용건설 류동훈 공무팀장은 “어떤 공법을 적용하는지 조사했지만 지반이 강남터미널역과 비슷한 곳이 없었다. 결국 밀라노시 베네치아 정거장의 공법을 역추적해서 2개 공법을 접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남고속터미널 정거장은 3호선과 7호선, 9호선을 환승할 수 있는 곳이다. 터미널 건너편 도로 옆에는 100평도 안되는 작업구간이 있다. 이 곳을 파서 작업구를 우선 만든다.
작업구 속에 슬래브관을 넣어 갤러리관내 관정을 설치한다. 관정속에서 작업자들이 내부 굴착한 후 슬래브를 다시 설치해 TRcM이라는 구조물을 지하에 건설한다.
이제 작업자들은 설치된 TRcM 구조물에서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 이 곳에서 또 다시 CAM공법을 통해 3호선 바로 20㎝밑을 통과하는 정거장을 만든다.
105m짜리 강관 13개를 아치 형태로 박아 넣어 그 강관에 작업자가 들어가서 터널을 만드는 것이다.
공사현장을 보면 단순한 지하철 정거장이 아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굴착과 강관 삽입 등은 어느새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어느정도 터널 형식을 보이고 있는 강남터미널 지하에서는 아직도 24시간 100명이 넘는 작업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