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구직 상담 통해 절망과 희망 만났어요”

1기 직업상담원 이명숙씨가 보는 고용시장

지역내일 2007-05-01
취업하려면 일자리 열정과 자존감 중요
구직-구인자 사이 사회적 의사소통 절실

“내가 상담한 구직자요? 글쎄요. 만명 아니면 2만명쯤?”
1기 취업상담원 이명숙(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씨는 ‘지금까지 취업시킨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어림잡아 대답했다. 그는 “외환위기 직후엔 하루에 수백명을 상담하기도 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광주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만난 이씨는 인터뷰 내내 쉼 없이 얘기를 쏟아냈다. 지난 1996년 직업상담원으로 일한 이후 11년 동안 만난 상담자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고시에 실패해 301번째 취업서류로 취업한 구직자, 63세에 조경시공기능사 시험을 치르고 성취프로그램에 참여한 할머니, 한쪽 팔이 없이 취업에 성공한 40대 주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했다. 이씨는 그들과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한다.
그는 직업상담원을 하기 전 전업주부생활을 7년 했다. 그 동안 자신을 찾고 싶은 갈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젠 구직자를 만나면서 나를 발견합니다. 구직자들의 일자리에 대한 열망은 같지만 처한 생활은 모두 다릅니다. 나는 절망하는 수만명의 구직자들을 만났고, 늘 새로운 희망을 얻었습니다.”
이씨는 직업상담원이라는 직업의 매력에 대해 “실직으로 실의에 빠진 사람이나 진로를 찾지 못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눠줄 수 있는 사회안전망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1999년 ‘문예사조’를 통해 ‘유리벽’이라는 중편소설로 등단했고, 지난해엔 직업상담원 활동 경험을 담은 ‘내 인생 쨍하고 해 뜰 날’이란 책을 펴내 관심을 모았다. 그는 현재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고, 광주대 문예창작대학원에 재학중이다.

- 구직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좌절한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실제 취업현장에서 보면 구직자가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못 본다는 것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구직자 능력보다 성실성과 책임감을 원한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이를 사소하게 여기고,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길 꺼린다. 표현방법도 잘 모른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100번 이상 면접에서 떨어진 이들을 보면 능력이나 조건이 부족한 게 아니다.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노인이나 주부도 취업하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열정과 자존감이 중요하다. 11년간 상담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 자존감은 왜 중요한가.
자신이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이란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고용지원센터에서 운용하는 성취프로그램을 보면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이나 면접방법 등을 알려준다. 그 과정에는 자존감을 드높이는 심리치료가 녹아 있다. 프로그램 참여후 구직자들은 대부분 취업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갖는다.
- 구직자는 어떤 열정을 가져야 하는가.
먼저 쉽고 편한 일자리만 원해선 안된다. 얼마전 센터를 방문한 주부 중에 아이들 학원 다 보낸 뒤 일할 곳을 알아보는 이가 있었다. 쉬운 일자리를 구하긴 쉽지 않다. 준비와 희생이 필요하다. 훈련이 부족하면 훈련을 해야 하고, 필요한 자격증은 취득해야 한다.
- 늘 준비하라는 뜻인가.
조각가 리시포스는 ‘기회’라는 이름의 동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기회의 여신에겐 뒷머리가 없다. 기회가 왔을 땐 앞에서 잡아야 한다. 취업이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준비된 사람은 잡는다. 고용지원센터는 그 기회가 집중시키는 사회적 인프라다.
- 쉽게 취업하는 비법이 있다면
긍정적인 성격이 유리하다. 구직자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능력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또 그 일자리에 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구직자도 자신의 상품을 파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상품 가치를 높이려 해야 한다.
- 특별한 직업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그렇다. 사회적으로 구직자와 구인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 특히 청소년기의 진로 교육에 문제가 있다. 청소년들은 의사나 판사가 돼야 겠다고 추상적인 진로만 생각한다. 이런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이는 극소수 아닌가. 그래서 다들 자녀를 무조건 상급학교로 보내려고만 한다.
- 직업상담원으로 느끼는 일자리의 의미는
사람마다 강조하는 일자리 의미가 다르다. 고학력 실업자는 자아실현 욕구가 강하다. 가정을 책임진 이는 경제적인 문제를 중시한다.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가진 이들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생명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광주=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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