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 인사동 마니아의 눈으로 본 한국의 문제

지역내일 2007-04-15 (수정 2007-04-15 오후 9:24:27)
인사동 마니아의 눈으로 본 한국의 문제
“한국은 작은 미국인가” … 강북의 강남화에 대한 통렬한 비판

대한민국 사용후기
J. 스콧 버거슨 지음
안종설 옮김
갤리온
1만2000원

최근 한 지상파 방송에서 한국에 장기간 체류중인 외국 여성들을 패널로 초청해 토크쇼와 같은 형식의 쇼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참석한 여성들의 미모와 각계각층에서 현업에 종사하고 있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간접경험을 제공해 준다.
경어를 잘못 쓴다거나 정확한 단어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상당하다.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웃음을 던져주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들이 한국에서 느끼고 경험한 내용에 있다. 출연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한국인들의 불친절과 외국인에 대한 싸늘한 시선, 선입관을 가지고 대한다거나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 모습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쇼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지닌 것은 우리 눈으로 보지 못한 한국인의 문제점을 잘 짚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이들이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있거나 뼈 있는 비판으로 한국인을 비판할 경우 여지없는 뭇매를 맞는다.
J. 스콧 버거슨이 지은 ‘대한민국 사용후기’는 이러한 쇼프로그램과 비슷한 분위기이다. 한국에 체류하면서 미국이나 해외에 살던 교포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그들이 본 한국에 대해서 설명한 것이다. 다만 공중파에서 나오는 단어보다 더 강하고 토속적이고 거침없다는 점만 제외하고 말이다.
대개 한국의 문화나 한국인에 대해 비판하는 책들은 두가지 부류다. 저자의 짧은 지식과 자국 문화를 기준으로 한국인을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 대해 오래 체류해 있고 역사·문화에 대한 지식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대한민국 사용후기’는 후자에 맞다. 물론 책 내용을 다 동의하는 것도 아니지만 한국 사회 부조리를 제3자의 눈으로 지켜보고 충분한 지식으로 이를 해석·비판하는 모습에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사랑한 만큼 미워졌다 =
책의 내용을 들여 보기에 앞서 서문을 읽다보면 묵은 변비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를 “한국을 가슴 깊이 사랑했던 만큼, 한국이 미치도록 미워졌다”고 말했다.
“작은 미국이 되려고 용을 쓰는 것이 싫었다. ‘섹스 앤 더 시티’와 ‘스타벅스’를 무슨 새로운 매스마켓 종교라도 되는 듯이 숭배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꼴 보기 싫었다. 음악에서 패션과 댄스에 이르기까지, 온 나라를 지배하는 거품이 잔뜩 낀 힙합 문화를 증오했으며, … 쓰레기 같은 백인들이 쓰는 ‘폰 더치’ 트럭 모자를 쓴 꼭두각시 한국인들이 싫었다. 패리스 힐튼이나 니콜 리치 같은 싸구려 딴따라들이 ….”
미국 문화를 생각 없이 따라하는 젊은 층을 겨냥해 거침없는 비판을 하면서 지도층에 대해서도 화살을 겨눴다.
“김정일만큼이나 ‘자주’를 자주 언급하는 좌파 민족주의자 노무현조차 결국 때가 되면 잘 훈련된 푸들처럼 조지 부시 앞에서 구르기를 거듭한다.”

◆요정이었다는 이유로 허물어진 옛 궁궐 =
이 책의 정수는 요정이야기다. 속칭 기생집이었던 요정은 한때 한국의 밤 문화를 좌우했지만 룸살롱과 단란주점 등 다른 유흥문화에 밀려 그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일본이 요정과 비슷한 게이샤를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서울 인사동의 요정 ‘도원’은 1955년부터 영업을 시작해 50여년간 장사를 해왔다. 하지만 오래된 건축물을 정리한다면 관할 구청이 이를 허물고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이 기와집(도원)의 주인은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1877~1955)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1919년 임시정부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갔다 체포돼 압송됐다.
저자는 서울시 협조를 얻어 1923년 서울 중심부 지도를 볼 수 있었고 도원이 의친왕의 사동궁(궁궐의 별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어이없는 일에 외국인인 저자가 한국인 공무원들에게 “역사적인 건물을 허물고 고작 주차장을 지었냐”는 꾸짖는다.
저자는 “어떤 이들은 기생집이 ‘비도덕적’인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없애는 게 낫자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 어쨌건 기생집을 없앤다고 해서 반드시 그 건물까지 때려 부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건물을 없애버리지 않으면 그 ‘도덕적 오점’이 깨끗하게 지워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는 주차장으로 변신한 도원을 놓고 역사를 강간했다는 표현을 쓴다. 그는 “성인들 사이의 합의에 의해 성을 사고파는 것과, 단지 돈을 벌려고 자기 자신의 역사를 강간한 것, 둘 가운데 무엇이 더 나쁜지는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질투가 근원인 민족주의 =
저자는 한국인의 민족주의가 사랑보다는 질투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적의 위협이 있기 전까지 사랑의 대상을 그냥 당연히 있는 것으로, 심지어는 완전히 무시하기까지 하는 역기능적 동력이라는 것이다. 주위에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는 중요함을 모르고 있다가
저자가 국내에서 당한 과도한 민족주의 사례는 내가 했음직한 그런 일 투성이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우물 안 개구리마냥 행동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순간순간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 들 만하다.
그는 천박한 민족주의가 남한과 중국 일본 일부 극우파들 사이에서만 통하고 이러한 과도한 민족주의가 한국만의 네티즌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네티즌(인터넷 시민)이 진정한 인터넷상 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현실세계든 온라인에서든 언제나 자기가 속한 정치적 공동체의 성숙하고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행동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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