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시대 낡은 행정시스템을 개혁하라”

① 시스템 감사의 도입과 감사원 혁신

지역내일 2007-05-02
‘시스템 감사’로 감사방향 대전환 … 공공부문 개혁 선도, 민간으로 확산도

“환경은 계속 바뀌었는데 우리의 시스템은 60~70년대 것이 상당부분 남아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경제적 비효율이 지속되고 있다. 이 시스템을 누가 고칠 것인가. 결국 감사원이 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의 한 간부는 전윤철 원장 취임이후 변화된 감사원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경제부총리 출신인 전 원장은 취임일성으로 ‘감사원이 국가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후 감사원은 ‘시스템 감사’를 도입해 낡은 행정시스템을 바꾸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지적 줄어도 제도개선 권고는 늘어 = 전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감사원이 바뀌면 공공부문이 바뀌고, 공공부문이 바뀌면 사회가 변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개혁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시스템 감사를 도입해 감사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시스템 감사란 위법여부를 중심으로 사후에 문제점을 지적하던 과거 방식의 감사가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까지 제시해 시스템을 바꾸도록 하는 적극적인 감사를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기금에 대한 감사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기금에 대해 정례적인 감사를 실시했으나, 개별사안에 대한 접근에 그쳐 부당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 감사를 통해 기금이 무분별하게 설치돼 지방재정의 부담이 되는 근본 원인을 규명해 기금관리시스템을 전면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2005년 6월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 기본법’이 제정돼 효율적인 관리체계가 마련됐다.
시스템 감사의 성과는 2004년 이후 법령이나 제도개선 건수가 크게 늘어난 사실로도 드러난다. 2004년 이후 전체 지적건수가 이전의 1/3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법령이나 제도에 대한 개선이나 권고 건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전체 지적건수가 줄어들면서도 개선이나 권고 건수가 늘었다는 것은 단편적인 지적위주의 감사에서 문제의 핵심에 감사역량을 집중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시스템 감사로 전환됐음을 보여준다.
감사원은 지난 3년간 시대에 뒤떨어진 채 낭비와 비효율을 유발하는 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663건의 법령이나 규정의 제·개정을 촉구했다.

◆‘감사원이 바뀌면 공공부분이 바뀐다’ = 감사원은 감사 시스템 변화와 함께 조직 내부도 혁신했다.
먼저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연공서열 위주의 평가를 성과위주로 전환했다. 각 부서별·개인별로 업무실적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인사와 성과급·포상 등에 활용했다.
공공부문의 고질적인 연공서열 위주의 낡은 시스템을 감사원이 가장 먼저 혁신한 것이다. 성과급은 크게 3.5배 가량 차이가 났다.
공공부문이기 때문에 차이를 더 크게 하는 것이 법적 제약을 받기는 하지만, 이같은 실적위주의 평가에 따른 인사와 성과급 반영 시스템 도입은 감사원 내부를 변화시켰다.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일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직원까지 생겨날 정도로 내부에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감사원 직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또 실질적인 팀제를 도입해 조직구조도 기능별로 재편했다. 특히 전략감사본부와 특별조사본부·행정자치감사본부에는 가변형 팀제를 도입해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였다. 프로젝트형 팀제로도 불리는 가변형 팀제는 고정적인 팀을 두는 것이 아니라 본부내의 인력을 활용해 사안에 따라 팀을 구성하고 감사가 끝나면 흩어지는 가장 앞선 팀제 모델 중 하나이다.
업무분장도 효율적으로 바꾸었다. 기존에 부처와 산하 공기업을 각기 다른 국에서 감사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감사국 명칭을 바꾸어 관련 부처와 산하단체를 한 곳에서 담당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과거 한국은행과 재경부는 1국에서 담당하고, 나머지 은행은 2국에서 담당하던 것을 재정·금융감사국으로 바꾸어 재경부와 은행 등 금융기관을 모두 담당하는 것으로 변화시켰다.
또 감사원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직 851명 중에서 변호사 31명, 회계사 57명, 박사 56명, 기술사 15명, 세무사 13명 등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평가를 바로 해야 국가가 바로 선다 = 감사원은 내부 평가시스템 도입에 그치지 않고, 산재해 있는 국가평가시스템 개선작업에도 나섰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정부혁신을 위한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된 국가 평가인프라 구축을 위해 평가연구원을 개원한 것이다.
성과중심의 국가평가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2005년 9월 개원한 평가연구원은 국무조정실, 기획예산처 등이 운영하고 있는 국내 주요 평가제도에 대한 운영실태와 미국 등 선진국의 평가제도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연구원은 먼저 230개 공공기관 평가제도 평가에 착수했다.
그 결과 제도간 중복되거나 휴면상태의 평가제도가 그대로 있고, 평가의 사각지대도 있는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 평가주관기관의 역량이 부족하거나, 불합리한 평가도구나 방법을 쓰는 곳도 있었고, 참여형 평가시스템 미정착, 환류시스템 미비 등의 운영상 문제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45개 중앙행정기관의 1564개 성과지표 중 430개 문제지표에 대해 502건의 검토의견 및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또 평가전문교육과정을 개설해 평가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평가네트워크 구축·평가포럼 정례화 등으로 평가문화 확산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감사로 괄목할 만한 성과 거둬 = 감사원은 내부혁신과 시스템 감사추진을 통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먼저 공공부문의 낭비와 비효율의 근본 원인이 되어 온 각종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 법령의 제·개정을 촉구했다.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와 부조리의 근원으로 지적받았던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 성과다.
공공부문의 방만한 조직에 대해 서도 강력한 구조조정을 유도해 성과를 내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한국은행은 지역조직 3개를 폐쇄했고, 산업은행도 2개 자회사 정리를 추진하고 임직원 기본급도 동결했다. 이런 분위기는 신한은행 경영혁신으로 이어지는 등 민간부문으로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예산절감과 수입증대 방안도 제시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과도한 재정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사회간접자본(SOC) 민간투자사업의 운영수입보장제도를 폐지시키기도 했다.
또한 그동안 소극적인 유지·보전에 급급하던 국유재산 관리에 수익모델 창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남대문 세무서부지개발 등 5건의 개발사업을 진행해 연간 122억원의 수입과 재산가치를 크게 증대시키기도 했다.
그밖에 KTX 개통과 도로망 확충으로 수요가 줄어든 일부 지방공항이 실효성이 떨어진 채 추진되고 있는데 대해 사업추진을 재검토하도록 하는가 하면, 지역특성 감안없이 과도한 규모로 추진되던 밀라노프로젝트를 중단시켜 재정낭비를 막기도 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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