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대통령도 할일이 있다
김 홍 수 (영산대 외국어대학장)
2004년 11월 18일, 간간이 비가 내리는 클린턴 대통령의 고향 아칸소주 리틀록에는 포드 대통령을 제외한 생존해 있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모두 모였다. 클린턴 대통령 센터 개관을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 미국 전역에서 기부한 1700억원이 소요된 클린턴 대통령 센터에는 클린턴 도서관, 클린턴 박물관, 그리고 아칸소 대학이 운영하는 클린턴 학교가 포함된다. 클린턴 박물관에는 클린턴이 즐겨 불렀던 색소폰이 전시되었는가 하면, 르윈스키 양과의 스캔들에 대한 사료들도 전시되었다. 이 센터는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근거지가 된다.
미국에서 퇴임 후 대통령의 활동은 ‘… 대통령 센터’를 중심으로 공익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이 센터는 정부지원을 포함하여 투명하고 자발적인 기부금에 의해 대부분 출신 고향 소재 대학에 설립된다. 그리하여 재임 때보다 더욱 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미 조지아주 땅콩 농장주 아들 출신의 카터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카터 대통령은 ‘도덕과 인권’을 앞세우며 서민적 이미지로 등장했지만 경제정책의 실패로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하여 카터는 초라하게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퇴임 당시 그는 57세였다. 그러나 퇴임 후 그의 활동은 놀라웠다.
부러운 카터의 퇴임후 활동
1982년 에머리대학 석좌교수로 취임하면서, ‘신념을 지키며’(1982년) 출판을 비롯하여 수십 권의 저서를 출판하는가 하면,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평화의 전도사로 활동했다. 또한 ‘사랑의 집짓기’운동을 벌이는 등 전 세계 분쟁지역 해결사로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한반도와의 인연도 깊다. 1994년 북핵 사태 당시 남북을 오가며 제네바 협정에 도화선을 마련했고, 사랑의 망치를 들고 집을 짓던 모습이 생생하다. 노벨평화상 수상은 퇴임 후 그의 활동을 상징하는 이름표였다.
미국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세 가지다. 미국전체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와 고향 대학에 센터형식의 조직, 그리고 공익적 활동이 그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주 ‘노무현 기념관’을 둘러싼 논쟁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논의 시점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았다. 재임 중에 퇴임 후의 기념관 설립을 도모한다는 점과 20억원에 달하는 국고지원 가능성은 73.2%의 부정적 반응으로 나타났다. 퇴임 후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에 의해 설립되는 미국의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둘째, 부산이든 김해든 대통령의 출신 지역 대학에 센터형식이 아닌 ‘대통령 기념관’으로 언론에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무엇을 기념할 것이 있느냐’는 비난이 그것이다. 셋째, 퇴임 후 노무현 대통령의 공익적 활동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가 부족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62살로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서 생존하는 4명의 대통령 ‘은퇴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에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 이 퇴임한 뒤에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대학과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노무현 대통령 센터’ 구상을 이번 기회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적 모델 만들었으면
지금까지 전직대통령을 떠올리면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을 생각해서인지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 퇴임이 더욱 아름다운 정치지도자를 가질 행운도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청와대에서 떠나는 순간 자기 목소리를 잃고 존경은커녕 옹졸한 노인으로 추락해야 하는가? 이제 이 땅에도 현직 대통령의 업적 못지않게 퇴임 후에도 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받고 더욱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다가서는 지도자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퇴임 대통령, 그들도 할 일이 있고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위한 대학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진정치를 위해 퇴임 대통령의 건설적 활동을 이끌 한국적 모델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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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홍 수 (영산대 외국어대학장)
2004년 11월 18일, 간간이 비가 내리는 클린턴 대통령의 고향 아칸소주 리틀록에는 포드 대통령을 제외한 생존해 있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모두 모였다. 클린턴 대통령 센터 개관을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 미국 전역에서 기부한 1700억원이 소요된 클린턴 대통령 센터에는 클린턴 도서관, 클린턴 박물관, 그리고 아칸소 대학이 운영하는 클린턴 학교가 포함된다. 클린턴 박물관에는 클린턴이 즐겨 불렀던 색소폰이 전시되었는가 하면, 르윈스키 양과의 스캔들에 대한 사료들도 전시되었다. 이 센터는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근거지가 된다.
미국에서 퇴임 후 대통령의 활동은 ‘… 대통령 센터’를 중심으로 공익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이 센터는 정부지원을 포함하여 투명하고 자발적인 기부금에 의해 대부분 출신 고향 소재 대학에 설립된다. 그리하여 재임 때보다 더욱 더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
미 조지아주 땅콩 농장주 아들 출신의 카터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카터 대통령은 ‘도덕과 인권’을 앞세우며 서민적 이미지로 등장했지만 경제정책의 실패로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리하여 카터는 초라하게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퇴임 당시 그는 57세였다. 그러나 퇴임 후 그의 활동은 놀라웠다.
부러운 카터의 퇴임후 활동
1982년 에머리대학 석좌교수로 취임하면서, ‘신념을 지키며’(1982년) 출판을 비롯하여 수십 권의 저서를 출판하는가 하면, 전 세계 분쟁지역에서 평화의 전도사로 활동했다. 또한 ‘사랑의 집짓기’운동을 벌이는 등 전 세계 분쟁지역 해결사로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한반도와의 인연도 깊다. 1994년 북핵 사태 당시 남북을 오가며 제네바 협정에 도화선을 마련했고, 사랑의 망치를 들고 집을 짓던 모습이 생생하다. 노벨평화상 수상은 퇴임 후 그의 활동을 상징하는 이름표였다.
미국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세 가지다. 미국전체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와 고향 대학에 센터형식의 조직, 그리고 공익적 활동이 그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주 ‘노무현 기념관’을 둘러싼 논쟁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째, 논의 시점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았다. 재임 중에 퇴임 후의 기념관 설립을 도모한다는 점과 20억원에 달하는 국고지원 가능성은 73.2%의 부정적 반응으로 나타났다. 퇴임 후 국민들의 자발적 기부에 의해 설립되는 미국의 사례와는 대조적이다. 둘째, 부산이든 김해든 대통령의 출신 지역 대학에 센터형식이 아닌 ‘대통령 기념관’으로 언론에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무엇을 기념할 것이 있느냐’는 비난이 그것이다. 셋째, 퇴임 후 노무현 대통령의 공익적 활동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가 부족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62살로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서 생존하는 4명의 대통령 ‘은퇴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에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노무현 대통령 이 퇴임한 뒤에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대학과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노무현 대통령 센터’ 구상을 이번 기회에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적 모델 만들었으면
지금까지 전직대통령을 떠올리면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대통령을 생각해서인지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 퇴임이 더욱 아름다운 정치지도자를 가질 행운도 있어야 한다. 언제까지 청와대에서 떠나는 순간 자기 목소리를 잃고 존경은커녕 옹졸한 노인으로 추락해야 하는가? 이제 이 땅에도 현직 대통령의 업적 못지않게 퇴임 후에도 국민적 신뢰와 존경을 받고 더욱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 다가서는 지도자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퇴임 대통령, 그들도 할 일이 있고 할 일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위한 대학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진정치를 위해 퇴임 대통령의 건설적 활동을 이끌 한국적 모델을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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