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권화폐·비자금 사기 여전히 극성

청와대·전직 대통령 사칭 단골메뉴 … 검·경 “구권화폐 거액 비자금 없다” 주의 당부

지역내일 2007-05-09 (수정 2007-05-09 오후 3:50:25)
지난 정권이 숨겨둔 비자금이나 거액의 구권화폐를 미끼로 사기를 치는 낡은 수법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기꾼들은 대개 정부 고위 관계자를 사칭하거나 비밀요원임을 내세워 돈을 가로채고 있다. 실제 유명인사가 사기를 치기도 하고, 사기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수법은 동일하다. ‘전직 대통령 또는 전 정권이 숨겨놓은 구권화폐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현금화하려 한다. 현금화 비용을 대면 나눠주겠다’는 식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과거 군사 정권 때 거액의 화폐가 불법 발행된 뒤 양성화 되지 못한 채 시중에 떠돌고 있다는 소문이 이 같은 사기범죄의 진원지”라며 “과거에 발행된 화폐라 할지라도 그 가치는 액면가대로 인정받기 때문에 구권화폐를 신권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들의 말은 거짓”이라고 일반인의 주의를 당부했다.
검찰과 경찰은 청와대 등 고위층만 들먹이면 쉽게 믿는 사회 풍조가 있는데다 과거 정치권 비자금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많은 사람이 통치자금의 존재를 믿어 이런 사건이 계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 비밀요원인데 …” = 서울 서초경찰서는 8일 로비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주범 이 모(57)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명 모(57)씨 등 일당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씨 등은 지난해 5월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등에 로비를 하면 미국 정부가 월남전 참전 대가로 한국 정부에 넘겨준 구권 화폐와 금괴 등 수조 원을 찾을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1억50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이씨 등은 사업자금이 급한 사업가들에게 고의로 접근해 ‘비자금은 반드시 나오기 때문에 몇 배 이상의 사업자금을 되돌려 줄 수 있다’고 속여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명인이 사기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박민표)는 지난 2일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며 현 프로골퍼로부터 1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경가법 상 사기)로 이 모(40)씨를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2003년 9월∼12월사이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여성 프로골퍼에게 접근해 “전직 대통령 비자금인 구권달러를 환전하는 사업을 하는데 규모가 약 7조원에 달한다”면서 “사업에 성공하면 10%인 7000억원을 수수료로 주겠다”고 속여 1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도 구권화폐 사기 행렬에 가담하다 징역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0일 구권화폐 교환 자금 명목으로 지인으로부터 3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구속 기소된 김용균 전 의원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00년 피해자 김 모씨에게 “전직 대통령 등과 구권화폐를 신권으로 바꾸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돈을 주면 높은 이익을 붙여 구권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제안해 2002년까지 32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달러와 양도성예금증서도 등장 = 구권화폐 사기범들이 빼먹지 않고 들먹이는 것은 청와대나 전직 대통령들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3일 전직 청와대 국장을 사칭하며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박 모(55)씨 등 일당 7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피해자에게 접근해 모처에 은닉된 구권화폐와 달러, 양도성 예금증서(CD) 등을 액면가의 75%에 매입하는 일에 비용을 투자하면 이익금의 5%를 나눠주겠다고 속여 지난 1월까지 모두 70차례에 걸쳐 1억7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는 지난 3월 전직 대통령들이 조성한 수조원대 구권화폐 비자금을 싸게 구입하도록 해주겠다고 속여 돈만 가로챈 최 모씨(여·64)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최씨는 2001년 2월 피해자 오 모씨에게 “금융실명제 이전 전직 대통령들이 조성했던 수억원대의 구권화폐 비자금을 현 정부에서 싼 값에 양성화하려고 한다”고 속여 1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도 지난 2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권 화폐 비자금을 실제 금액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 속여 비자금 세탁 비용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 가로챈 이 모(43)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구권화폐 사기는 대개 청와대 등 고위층을 들먹이며 비자금 운운하는 내용”이라며 “과거 정권의 숨겨진 통치자금을 믿고 사기에 속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00년 장영자씨가 구권화폐 교환을 미끼로 200여억원을 가로챈 사건을 수사한 끝에 구권화폐의 실체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기꾼들이 거론하는 거액의 구권 화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문진헌 김은광 기자

구권화폐란
통상 1994년 1월 이전에 발행된 1만원짜리 지폐를 일컫는 것으로, 신권에 있는 위조방지용 은색 실선과 숨은 그림이 새겨져 있지 않다. 구권화폐는 화폐 사기범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용어일 뿐이며 과거에 발행된 화폐라 할지라도 그 가치는 액면가대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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