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소를 중심으로 가계부채에 대해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어 주목된다. 가계부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부동산 시장 침체’다.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고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가치가 떨어지면 ‘이중고’에서 피해가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반면 정부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과도한 우려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가계부채의 증가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하면서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많았다.
◆가계부채 ‘빨간불’? = 가계부채발 금융위기설은 가계 부채가 많고 아파트가격에 거품이 형성돼 있는 데서 시작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이 강력한 규제로 이어지면서 경착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도 깔려 있다.
‘금융위기론자’들은 가계소득보다 가계대출의 증가율이 훨씬 빠르게 상승해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악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변동금리대출의 비중도 높아 금리상승에 따른 충격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서울과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내재가치에 비해 상당부분 고평가돼 있는 등 버블의 존재하고 있어 외부충격이 가해질 경우엔 주택담보대출 상환압력과 아파트 투매의 악순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금융위기론의 선두엔 삼성경제연구소가 서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서울과 강남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각각 15%, 51%씩 고평가돼 있어 외부충격시 주택가격이 급락하고 이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가계대출금리가 1.3%포인트 상승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구입된 주택가격이 5.5% 이상 하락할 경우, 가계신용 위험도는 2002년 신용카드 버블붕괴 당시와 동일한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현재의 가계신용위험도는 가계부채발 신용위기에 대한 적색경보”라고 지적했다.
◆여기저기서 부채질까지 = 여기에 LG경제연구원과 한국은행, 대한상공회의소가 부채질했다.
지난 3월에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거나 원금 분할 상환이 시작되는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100조원 이상으로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이달초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가계의 금융부채가 소득이나 금융 자산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상승함에 따라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고 대한상공회의소도 같은 날 내놓은 ‘우리나라 가계·기업의 부채 현황과 정책과제’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소득증가율을 크게 웃돌 정도로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의 아시아 경제 칼럼니스트 앤디 머커지 “유가 상승 등의 악재가 출현해 물가상승 압력(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며, 그 결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상승과 부동산 가격 폭락(버블 붕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진화를 해 보지만 = 청와대와 금감원, 금융연구원은 방어에 나섰다.
청와대는 국정브리핑에서 “최근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와 규모를 볼 때 10% 내외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신용버블기인 2001∼2002년 당시의 약 28%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특히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을 살펴보면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특히 최근 가계신용 증가문제를 2002년 신용카드 사태 당시와 유사한 위기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가계신용 증가속도, 대출의 성격과 질, 대출건전성과 금융기관의 건전성, 대내외 여건, 정부의 대응 등의 측면에서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고 덧붙이며 “(가계발 금융위기설은) 아직 부동산 시장의 안정 조짐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실 위험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을 불필요하게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가계 부실의 현실화 가능성이 매우 작다”며 “2004년 4분기 이후 가계의 금융부채 증가율은 23.7%로 신용카드 사태 당시(2000년 3분기~2002년 3분기) 55.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둔화되고 있어 가계의 채무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가 가계신용 위험 지수 산정에 활용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자료가 부정확하고 금리 변수도 부적절해 신뢰성이 낮다”며 “금감원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금의 규모가 2005년이나 2006년보다 감소했고 만기 연장에도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 역시 “일본의 버블경험에 비춰볼때 금융기관 담보비율이 낮은데다 주식시장, 기업대출과 관련한 거품이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돼 상대적으로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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