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담임 맡아 ‘등하교 함께’

② 학교 폭력 막는 스승들

지역내일 2007-05-15
경남 양산초등학교 김홍표 선생님의 제자사랑
지갑 탈취에 무단가출, 학교 특별대책회의까지 열어 … 바른생활 10계명 실천 도와

정부는 최근 ‘부부의 날’을 제정해 5월 가정의 달을 가족의 화합을 위한 계기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그늘진 가정이 많은 가운데 여전히 이들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 사회나 국가는 가정을 모태로 활력을 찾아나가야 한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정의 희망을 사회와 국가의 역할에서 찾아본다.

이세진(가명·12)군은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다. 1학년 때 결석일수 2일에서 학년이 올라 갈수록 결석이 늘어나 5학년이던 지난해는 무려 43일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세진이는 학교의 근심거리였다. 차량 10여대의 유리창을 벽돌로 깨 네비게이션 등을 훔쳐간 사건으로 경찰관이 학교에 오는가 하면 인근 학교 학생을 구타하기도 했다.
학내 저학년 학생의 지갑탈취사건과 무단가출 등으로 학교에서는 세진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특별대책회의까지 열 정도였다.
경남 양산초등학교 강복수(60) 교감선생님은 “이 아이때무에 온 학교가 골머리를 앓았다”며 “6학년에 올라와 아무도 아이를 맡지 않으려해 김홍표 선생한테 내가 특별히 부탁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특별대책회의 하는 학생 = 이 학교 6학년 3반 담임인 김홍표(43) 선생님이 세진이를 처음 만난 것은 올해 3월 5일. 아이한테 자리를 배정해주고 3교시가 끝날 즈음 다른 학생과 다툼이 일어났다. 김 선생님이 세진이에게 꿀밤을 한 대 먹이자 그길로 학교를 뛰쳐나가 3일간 학교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3월 7일 아침 일찍 집으로 찾아간 김 선생님은 세진이를 깨워 학교로 데려 왔다. 자초지종을 캐묻자 그동안 중학교 2학년 학생과 함께 차량유리창을 깨고 물건을 훔쳐가는 등 사고를 치고 다녔다.
인근 경찰서에서 담당 경찰관이 찾아와 세진이의 비행사실을 얘기하며 학교측의 단속을 부탁하고 돌아갔다.
이 경찰관은 “아직 만 12세가 안돼 처벌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가면 1년후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며 경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도 허사였다. 3월 13일에는 인근 초등학교에서 저학년 학생의 돈을 뺏다가 잡혀있는 것을 데려오기도 했다. 김 선생님은 도저히 이런 식으로 안된다는 판단에 세진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세진의 바른생활 10계명 = 김 선생님은 3월 13일 세진이가 학교에 꾸준히 나오게 만들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자신이 직접 매일 아침 7시 40분에 집으로 찾아가 아이를 데리고 학교로 등교했다. 학교가 끝나면 오후에 집에까지 데려다 주는 일도 함께 했다. 매일 그렇게 세진이와 등하교길을 함께 했다.
특히 김 선생님은 세진이게 ‘바른생활 10계명’이라는 생활지침을 주고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 태권도 체육관에 보내 운동을 하도록 했다. 컴퓨터 학원에도 보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세진이도 차츰 그러한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재미있어 했다.
김홍표 선생님은 “아이가 워낙 대인관계가 좋고 사회성이 뛰어나다”며 “중학생 등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형성된 잘못된 버릇을 고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제 세진이가 마음을 다잡고 보통학생으로 돌아온 지도 2개월이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주변에서 교감선생님과 다른 반 선생님 등의 지원이 뒤따랐다. 외할머니도 생활을 꾸려가면서 세진이를 위해 각별히 도움을 많이 주셨다.

◆“길 잃은 양의 화려한 변신 꿈꿔 = 세진이가 그동안 나쁜 길로 들어서는 데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이 컸다.
아버지는 세진이가 어려서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가출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외할머니와 누나랑 함께 살고 있지만 할머니는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식당일을 하시느라 세진이를 돌볼 수가 없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인 누나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가출을 일삼다가 학교에서 자퇴를 했다. 하루는 세진이가 김 선생님과 대화를 하면서 “누나가 싫어요” “누나처럼 살기 싫어요”라는 말을 했다. 아이가 가정내에서 겪는 갈등을 솔직히 드러낸 것이다.
오는 20일이면 세진이가 컴퓨터 3급 자격증 시험을 본다. 태권도 1급 자격증도 딸 예정이다. 김 선생님은 “도 교육청에서 사례도 발표했는데 선생님들 반응이 좋았다”며 “하지만 아직 세진이가 완전히 새로운 아이로 변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선생님은 올해 말까지 세진이와 함께 하면서 아이를 올바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할 에정이다. 김 선생님은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학교폭력을 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세진이가 한마리 길 잃은 양과 같지만 화려하게 변신해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밝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