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기념재단 외국인 직원 라훈씨가 말하는 5·18

[광주특집20면메인]“5·18 잊고 사는 광주가 슬프다”

5·18은 아시아 활동가에게 ‘승리의 신념’ 전해 .... 소중한 역사 계승해야

지역내일 2007-05-17 (수정 2007-05-17 오전 6:39:02)
“광주시민들이 5·18을 잊고 지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슬펐는지 모릅니다. 5·18은 한국 국민들이 깊이 간직해야 할 중요한 ‘역사’ 입니다.”
5·18기념재단 국제협력팀에서 일하는 필리핀 빈민운동가 출신 피트 라혼(38)씨가 바라 본 광주의 현재 모습이다. 18년간 빈민운동에 몸을 담아 온 그는 지난 2005년 5·18기념재단 인턴사원으로 광주를 첫 방문했다. 그는 1년 동안 광주에 머물면서 5·18을 공부했고, 올해 다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광주에 있는 동안 광주항쟁 정신과 경험을 필리핀 민주화운동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모색할 생각이다.

광주에 머물러 있는 5·18
16일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동아시아 인권포럼’에서 한 주제를 진행했던 그는 하루 종일 앉아있을 틈이 없었다. 아시아 국가에서 찾아온 민주 인사들을 안내하고, 중요한 행사 때마다 통역을 하는 등 부산했다. 라혼씨는 “5·18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려면 ‘청소년에 대한 역사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5·18을 잊지 않고 그 정신을 온전하게 계승하기 위해선 후대에 대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이날 마침 5·18기념재단이 전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2명이 5·18 민중항쟁을 ‘폭동’이나 ‘사태’로 인식했다. 또 5·18이 한국 민주화에 끼친 영향에 대해 응답자 16.5%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5·18이 국가기념일인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68.0%가 모른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과 5월 관련단체들이 그동안 펼쳐온 ‘5·18 전국화 사업’이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그는 5.18 기념행사가 광주에만 머물러 있다는 지적에 대해 “광주만의 행사로 끝나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5·18 한 복판에서 외국인이 광주시민들에게 던진 뼈아픈 지적이다.

“5·18에서 민중의 힘을 느낀다”
라혼씨가 5·18을 처음 접한 건 지난 1990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5·18 때문에 심판대에 오른 모습을 또렷이 기억했다. 필리핀에서 민주화운동을 해 온 터라 그는 이 장면에서 ‘강한 영감’을 받았다. 그리고 필리핀 민주화운동도 승리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심감도 갖게 됐다고 한다. 광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지난 2005년 5·18 사진첩을 보면서 ‘분노와 절망감’ ‘경이로움’으로 변했다. 잔인한 학살현장을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멍한 느낌도 받았다고 한다.
“계엄군들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희생된 광주시민들의 사진을 보고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광주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알고 있는 그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 ‘이상한 마력’을 느낀다고 말한다.
라혼씨는 광주 민중항쟁을 한마디로 ‘People Power(민중의 힘)’라고 표현했다. 80년 5월 전남도청 광장과 시내 곳곳으로 쏟아져 나온 광주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보면서 ‘민중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5·18에 대한 깊은 감동은 그에겐 ‘희망’으로 다가왔다.

‘소중한 역사를 지켜야’
아시아 각국에서 일하는 시민운동가들이 5·18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라혼씨에게 물었다.
그는 아시아 시민운동가들이 5·18을 알게 됐을 때 ‘경외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5·18 기념사업을 보면서 ‘후손들이 자신들의 활동을 기억할 것이라는 의안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라혼씨는 필리핀으로 돌아가면 5·18을 적극 알리는 일에 매달릴 생각이다. 패배감에 싸여 있는 필리핀 국민들에게 5·18을 소개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서다.
그는 민주화를 위해 아시아 각국에서 싸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광주가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줬고, ‘광주 시민들이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5·18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방인이 던진 만만치 않는 충격이다.
라혼씨는 “5·18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상징”이라며 “광주시민들이 소중한 역사를 잘 지켜주길 바란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광주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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