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정치권 비판 … 노 대통령 언론불신 여전
청와대 국회 법원 검찰은 제외 … 눈가리고 아웅
21일 오후 2시. 기자들은 청와대 춘추관 1층 브리핑룸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삼삼오오 모여 앉기 시작했다. 천호선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듣기 위해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사의 표명시기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재가없이 장관이 먼저 언론에 사퇴를 공개하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천 대변인은 처음에는 “유 장관이 지난 주말 전화로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사의 수용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고 브리핑을 끝냈다. 기자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다시 춘추관으로 온 천 대변인은 “방금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추가 취재로 유 장관은 일요일인 20일 저녁 노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이미 얘기는 끝난 것으로 밝혀졌다.
아주 단순한 사례지만 청와대 기자실(정식 명칭은 기사송고실)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청와대는 2003년 기존의 기자실을 개편, 이른바 브리핑제를 도입했다. 기자들의 청와대 출입은 금지됐고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만 청와대 소식을 접하게 됐다. 청와대는 자연히 민감한 문제는 밝히길 꺼리게 되고 직원들은 기자들의 전화받기를 거북해 한다. 가끔 브리핑 외의 내부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면 내부감찰을 통해 발설자를 추적, 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주는 모이만 먹는 병아리신세”라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왔다.
정부는 그나마 정부 각 기관에서 운영하는 브리핑실을 3~4개로 대폭 축소키로 했다. 22일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이란 거창한 타이틀로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안건으로 처리된다. 일선 부처는 없어지지만 청와대 기자실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과의 소통 필요’ 다시 말해서 청와대의 필요 때문이란 설명이다. 기자들은 “없애려면 다 없애지…”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노 대통령 언론 불신 =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언론불신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해 성토해 왔다. 처음에는 조선·동아일보 등 특정언론에 제한된 듯했지만 올해들어 언론사에 관계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3월에는 “마지막 남은 개혁 대상은 언론과 검찰”이라고 했고 1월에는 “기자실에서 공부해서 기사를 쓸 수 있느냐가 걱정”이라고 했고 “몇몇 기자가 죽치고 앉아서 담합하고 있다”고 해 기자실 폐쇄조치의 발단이 됐다. 1월4일 과천 고위공무원들과의 오찬에서는 “언론은 불량상품”이라고 깍아내렸다.
최근 들어 노 대통령은 청와대 브리핑 편집회의에 직접 참석해 언론 논조와 대응을 일일이 지시하기도 했다. 자연히 청와대는 사사건건 기사에 대해 반박하는 게 주요 업무가 되버렸다. 때로는 언론을 ‘하이에나’라고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힘 있는 곳은 제외 = 정부의 기자실 폐쇄가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청와대, 국회, 검찰, 법원, 지방자치단체 등 이른바 권력기관은 제외됐다는 점이다. 청와대 기자실은 ‘청와대의 필요에 의해서’ 유지키로 했고 국회와 법원·지자체는 ‘정부 권한 밖’이고 검찰은 ‘특수 기관’이란 이유에서 폐지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언론계와 정치권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청와대나 정부가 형식적인 기자실 폐쇄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 보다는 정보공개 등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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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회 법원 검찰은 제외 … 눈가리고 아웅
21일 오후 2시. 기자들은 청와대 춘추관 1층 브리핑룸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삼삼오오 모여 앉기 시작했다. 천호선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듣기 위해서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사의 표명시기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재가없이 장관이 먼저 언론에 사퇴를 공개하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천 대변인은 처음에는 “유 장관이 지난 주말 전화로 문재인 비서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사의 수용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고 브리핑을 끝냈다. 기자들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다시 춘추관으로 온 천 대변인은 “방금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추가 취재로 유 장관은 일요일인 20일 저녁 노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이미 얘기는 끝난 것으로 밝혀졌다.
아주 단순한 사례지만 청와대 기자실(정식 명칭은 기사송고실)에서 매일 반복되는 일이다.
청와대는 2003년 기존의 기자실을 개편, 이른바 브리핑제를 도입했다. 기자들의 청와대 출입은 금지됐고 공식 브리핑을 통해서만 청와대 소식을 접하게 됐다. 청와대는 자연히 민감한 문제는 밝히길 꺼리게 되고 직원들은 기자들의 전화받기를 거북해 한다. 가끔 브리핑 외의 내부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면 내부감찰을 통해 발설자를 추적, 징계를 내리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주는 모이만 먹는 병아리신세”라는 자조섞인 얘기도 나왔다.
정부는 그나마 정부 각 기관에서 운영하는 브리핑실을 3~4개로 대폭 축소키로 했다. 22일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이란 거창한 타이틀로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 안건으로 처리된다. 일선 부처는 없어지지만 청와대 기자실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과의 소통 필요’ 다시 말해서 청와대의 필요 때문이란 설명이다. 기자들은 “없애려면 다 없애지…”라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노 대통령 언론 불신 =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언론불신은 이미 잘 알려져있다. 노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언론의 ‘왜곡보도’에 대해 성토해 왔다. 처음에는 조선·동아일보 등 특정언론에 제한된 듯했지만 올해들어 언론사에 관계없이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3월에는 “마지막 남은 개혁 대상은 언론과 검찰”이라고 했고 1월에는 “기자실에서 공부해서 기사를 쓸 수 있느냐가 걱정”이라고 했고 “몇몇 기자가 죽치고 앉아서 담합하고 있다”고 해 기자실 폐쇄조치의 발단이 됐다. 1월4일 과천 고위공무원들과의 오찬에서는 “언론은 불량상품”이라고 깍아내렸다.
최근 들어 노 대통령은 청와대 브리핑 편집회의에 직접 참석해 언론 논조와 대응을 일일이 지시하기도 했다. 자연히 청와대는 사사건건 기사에 대해 반박하는 게 주요 업무가 되버렸다. 때로는 언론을 ‘하이에나’라고 극단적으로 비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힘 있는 곳은 제외 = 정부의 기자실 폐쇄가 ‘눈가리고 아웅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청와대, 국회, 검찰, 법원, 지방자치단체 등 이른바 권력기관은 제외됐다는 점이다. 청와대 기자실은 ‘청와대의 필요에 의해서’ 유지키로 했고 국회와 법원·지자체는 ‘정부 권한 밖’이고 검찰은 ‘특수 기관’이란 이유에서 폐지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언론계와 정치권에선 이번 조치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청와대나 정부가 형식적인 기자실 폐쇄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 보다는 정보공개 등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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