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하고 인정 넘치는 재래시장이 좋다

파라솔·비닐 사라지고, 아케이트 설치·콜센터 들어서

지역내일 2007-05-23
재래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지저분하고 파라솔로 연상되던 재래시장은 사라지고 있다. 시설은 대형유통점에 버금갈 정도로 깨끗해졌다. 상인들의 서비스도 놀라울 정도로 달라지고 있다. 콜센터가 들어서 주문과 반품을 처리하고 있다. 정부의 재래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이 추진된 이후 벌어진 풍경들이다.

웃음꽃 찾은 송화골목시장
“아줌마 저 왔어요. 상추 2000원어치 주세요.”
“오랜만이네. 어떻게 지냈어?”
이정숙(74)씨는 1주일만에 찾아온 박선애(47)씨를 환하게 맞는다. 박씨는 수년째 이씨 가게의 단골손님으로 집에서 먹는 야채는 이곳에서 모두 구입한다.
“채소가 신선하고 저렴해요. 그리고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어 1주일에 한번은 꼭 와요.” 박씨가 이씨의 가게를 찾는 이유다.
이씨는 서울시 강서구 발산동 송화골목시장에서 야채를 팔아온 지 30년이 넘어섰다. 이제는 어엿이 ‘의정부야채’라는 점포를 갖고 있다.
최근에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늘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어 이씨의 얼굴엔 웃음꽃이 지질 않는다. 이제는 비가와도 걱정이 없다. 2003년 재래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으로 아케이트를 설치한 후 시장이 완전 변했기 때문이다.
송화골목시장은 점포 187개, 노점 35개를 포함해 총 점포수는 122개에 불과한 작은 시장이다. 언제부턴지 정확치는 않지만 이곳 골목에 노점들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이씨는 “예전에는 파라솔 치고 비닐로 칸막이를 했지. 비만와도 손님이 거의 없었어”라며 웃었다. 포목제품을 판매하는 ‘원앙주단’ 조덕준씨는 “예전에는 지저분하고 통로는 엉망이어서 유모차가 다니질 못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2003년 6월 시설 현대화사업에 착수했다. 아케이트를 설치하고 무분별한 점포를 새롭게 정비하자 1년 후 시장은 완전히 변신했다. 시장이 깔끔해지자 손님과 상인들이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
츄리닝 바람에 슬리퍼 신고 장을 보던 이들이 사라졌다. 손님과 상인들의 옷차림새와 자세도 크게 달라졌다. 점포앞 통로는 상인들이 항상 청소해 매우 깨끗하다. 상인 스스로 통로라인을 지켜 작은 통로지만 장을 보는데 지장이 없다.
상인들은 상점가진흥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고객만족서비스에 열중했다. 원산지 가격표시 실행에 앞장서 점포 70%가 이를 지키고 있다. 신용카드단말기 보급을 추진, 19개 점포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결과 2005년도 164억원이던 시장 매출규모가 2006년도에는 178억원으로 늘었다. 연 방문객수도 2005년 650만명에서 2006년 720만명으로 증가했다.
송화골목시장 주변 아파트에 사는 조은숙(52)씨는 “시장이 바뀐 후 대형유통점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면서 “사는 이야기가 오고가는 인정 넘치는 이곳을 우선 찾는다”고 말했다.

방학동도깨비시장의 부활
서울 도봉구 방학동도깨비시장은 1982년 경 조용한 주택가에 야채 등 저녁 찬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의 등장으로 시작했다. 단속반이 뜨면 노점 상인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양새를 따 ‘도깨비시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장이 섰던 도로 근처의 주택건물이 상가건물로 바뀌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장사가 잘되던 도깨비시장에도 눈에 띄게 손님이 줄었다.
게다가 아파트가 빽빽한 근처 노원구를 시작으로 대형유통점이 들어서면서 방학동 주택지 고객들을 쓸어갔다. ‘상인들 굶어 죽는다’는 한탄이 이어졌다.
그러나 시설을 현대화하고 상인들이 협력을 하자 도깨비시장은 다시 살아났다.
2003년 방학도깨비시장은 정부의 재래시장 활성화사업 일환으로 시설 현대화에 착수했다. 동편과 서편 시장으로 나뉘는 시장 입구에 대형아치를, 천정에는 아케이트를 설치하고 중앙도로를 꾸몄다. 2004년 1월 어둡고 지저분했던 시장이 깨끗하게 단장했다.
상인들도 손님을 끌기 위한 지혜를 짜냈다. 매주 요일을 정해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품목을 선정, 100~200명 정도를 한정해 10분의 1가격으로 판매하는 깜짝세일을 하기로 했다.
실제 2004년 유명가수를 초청해 삼겹살 할인행사를 열었을 때 시장의 깻잎과 상추 등 야채가 덩달아 동이 났다. 삼겹살 할인 덕분에 다른 점포들이 덕을 본 것이다.
1년에 6회 실시하는 정기할인 때에는 시장 중앙통로에 고객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뤄 각 점포에서는 번호표를 나눠 줄 정도다.
이러한 노력으로 방학도깨비시장을 찾는 일일 방문객은 요즘 1만5000명 가량된다. 2003년 1500명에서 2000명 이었던 것에 비해 10배 가량 늘었다. 당연히 시장 내 점포들 매상도 늘었다.

인터넷으로 무장한 화지시장
51년 전 논산화지시장은 평양장, 대구장에 이어 전국 3대 시장으로 손꼽힌 곳이다.
논산 인구가 줄고,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주민들은 인근 도시로 쇼핑을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에 길바닥에 쌓인 물건은 손님들에게 불편함을 줬다. 장마철에는 시장 안으로 물이 들어와 고여 고약한 냄새에 시달렸다. 대형유통점이 생기면서 고객은 눈에 띄게 줄었다.
이곳 역시 2003년부터 3년간 시설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시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비 걱정, 눈 걱정 할 필요가 없게 됐다. 특히 자동차 100여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과 125대의 카트가 시장 곳곳에 마련돼 있다.
떠났던 주민들이 하나 둘 찾기 시작하면서 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2005년보다 시장 매출이 30%나 증가했다. 아케이트 완공 전 30여개나 되던 빈 점포도 주인을 대부분 찾았다.
특히 화지시장은 전국 최초로 정보화 시범시장이기도 하다. 시장에는 인터넷 초고속망이 설치돼 있고, 130대의 컴퓨터가 점포마다 한 대씩 보급돼 있다. 재래시장이 인터넷과 정보화로 무장한 것이다.
컴퓨터 교육을 받은 상인들은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에브리마켓(www.everymarket.co.kr)에 온라인 점포를 개설했다. 에브리마켓은 재래시장 상인들의 매출을 늘리기 위해 상품을 인터넷 상에서 판매하도록 만든 온라인 마켓이다.
황금유통 최 현씨는 지난해 추석때는 에브리마켓을 통해 수출 품종인 황금배 300상자를 판매하기도 했다. 상인들이 온라인 점포를 갖게 된 것이다.

전화배달 가능한 수원 지동시장
수원 지동시장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900년경 현재 위치에 난전시장이 만들어지면서 시작됐다. 이곳은 주로 농·수·축산물을 도·소매하는 전문시장이었다.
1989년 인근에 농수산물도매센터가 들어서면서 지동시장의 위기는 찾아왔다. 농·수·축산물 도매시장 기능이 하루아침에 붕괴된 것이다.
백화점, 대형유통점도 수원지역 내에 20여개에 이르렀다. 여기에 IMF 외환위기가 닥치자 문을 닫은 점포가 늘어갔다. 2002년 경에는 전체 247개 점포 가운데 무려 30%인 80개가 문을 닫았다.
이때 지동시장 시설 현대화사업이 2005년까지 총 39억여원을 투입, 추진됐다. 수원성을 본뜬 상징 조형물을 시장 입구에 설치하고, 중앙 통로에는 아케이트를, 지하와 1층은 점포를 재배치 했다. 냉난방 시설과 차량 승강기를 교체했다. 최신식 건물로 지어진 고객지원센터는 지동시장의 자랑거리다.
특히 시장건물 2층에는 전국 재래시장 최초로 콜센터가 들어섰다. 콜센터는 지동시장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곳에는 직원 2명이 상주하며 시장의 각종 민원은 물론 전화 주문과 반품 등을 처리하고 있다. 주문받은 물건은 시장에서 자체 운영하는 2대의 배송차량으로 집까지 배달해 준다.

올해 1906억원 투입
중소기업청(청장 이현재)은 올해 재래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에 1906억원을 지원한다. 지난해 예산 1478억원보다 29%(428억원) 증가한 규모이다.
재래시장 및 상점가의 편리한 쇼핑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후시설 개량에 1616억원, 공동창고 및 배달센터 등 공동시설 설치 100억원, 소매상권 상인의 영업기법 개선 등 경영현대화에 190억원을 지원한다.
한편 시장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 11월 상인 8219명과 고객 7094명을 조사한 결과 시설을 종합개선 한 시장의 매출이 기존 시장보다 점포 매출은 5.8배, 고객증가는 4.7배, 고객만족도는 18.2배로 나타났다. 특히 빈점포가 48%나 감소해 시설 현대화사업의 지원이 시장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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