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사전등록’ 의무화 … 수출경쟁력 악화 우려
오늘 국무회의서 정부차원 종합대책, 산업계 지원키로
벤젠, 크롬, 수은 등 단일 화학물질은 물론, 페인트, 화장품 등 혼합물질, 자동차, 목욕용품, 형광펜, 크레파스 등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유럽 수출에 초비상이 걸렸다.
EU가 지난해 12월 18일 도입한 ‘신(新)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리치)가 6월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리치는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도입된 환경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로 꼽힌다.
EU가 환경보호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리치는 화학물질 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환경규제(RoHS, WEEE 등)가 제한된 제품·물질에 대해서만 규제를 한 데 반해, 리치는 모든 화학물질과 완제품(함유된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한다.
이제 EU로 수출하는 모든 화학물질(EU 내 유통량 연 1톤 이상)과 완제품(자동차, 전자 등) 안에 포함된 모든 화학물질은 위해성 정보를 사전에 등록해야 한다. 결국 점차적으로 유해물질은 허가 또는 사용이 금지되고 대체물질 개발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화학물질 사전등록은 2008년 6월부터 11월까지, 본등록은 물질의 종류와 유통량에 따라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이 기한 안에 사전등록하지 않은 기업은 EU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기한 안에 등록을 한다고 해도 물질에 따라 최고 2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인해 수출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등록비용만 2조 5천억 예상 = 환경부는 17일 11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EU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대응 종합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서 보고하고 국가 차원에서 산업계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본은 리치 등록비용을 약 7.8조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일본 화학산업 규모의 1/3 수준인 우리나라는 약 2.5조원의 등록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종합대책에 대해 환경부 리치대응추진기획단 최흥진 과장은 “지금까지 각 부처별 대응 조치에 따른 혼선을 막고 산업계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적으로는 화학물질 관련 인프라를 한단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리치 대응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교육·홍보 강화(기업 요구에 맞는 ‘맞춤식 교육·상담’ 등) △부처별로 분산된 산업계 도움센터를 연계운영 △자발적인 ‘산업계 협의체’ 구성·운영 유도 △관련 인프라 확충 및 제도개선 등이다.
이와 함께 주요 EU 수출물질에 대해 리치 수준의 유해성 정보를 생산하는 ‘대량생산 화학물질 정보생산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화학물질 정보 전달체계 제도화’ 등 국내 제도 개선방안도 마련된다.
이규용 환경부차관은 “리치 제도는 환경보호를 내세운 강력한 무역장벽”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관련 인프라 등을 확충, 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장관들 13명 직접 ‘피’ 뽑기도 = EU가 리치 제도를 도입한 것은 첫째, 화학물질의 관리를 강화하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미국과 일본에 밀리고 있는 유럽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리치대응추진기획단 최흥진 과장은 “리치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지적재산권’ 분야”라며 “화학물질의 안전성 정보를 표시하려면 공인인증기관(GLP) 등 원저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당초 리치 제도 도입은 미국과 일본, 독일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4년 EU와 회원국 13명의 환경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관들은 자신들의 ‘피’를 뽑아 화학물질 오염 여부를 검사하기로 결정했다. 검사 결과 장관들의 혈액 속에서 온갖 화학물질이 쏟아져나왔고 심지어 30년 전에 사용을 금지한 ‘DDT’ 성분까지 검출됐다.
최 과장은 “그 사건(?) 이후 리치 입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세계적으로 반대 여론도 많지만 이제 아무도 리치 제도 도입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리치(REACH)는
Registration(등록), Evaluation(평가) and Authorisation(출처) of CHemicals(화학물질)의 약어.
이 제도가 도입되면 EU 내 기존 화학물질 10만종 중 3만종만 등록되기 때문에 7만종에 가까운 화학물질이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리치 법령에서 정하는 ‘CMR물질 ’(발암성, 돌연변이성, 생식독성)과 ‘PBT물질’(잔류성, 생물농축성, 독성이 강한 물질)은 대부분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에 1만 6000여개 업체가 약 489억 달러를 EU에 수출했다. 이 가운데 순수 화학물질은 ‘포타슘 파이드록사이드’(1위) ‘에피클로히드린’(2위) ‘벤젠’(3위) 등 총 16억 달러로 약 3.6%를 차지했다.(순위는 2004년 기준)
그러나 리치 제도는 △자동차 ; 타이어(아연), 카시트(페인트, 포름알데히드 등 VOCs, 프탈레이트 등), 브레이크 라이닝(유기합성섬유, 마그네슘, 철 등) △화장품 및 목욕용품(트리에탄올 아민, 디에탄올 아민) △필기구 ; 수정펜(메탄올, 톨루엔 등), 형광펜(형광색소, 케톤류) 등 △방향제(메틸알코올, 포름알데히드 등) △크레용, 크레파스(안료, 염료류, 방향제 등)까지 규제하기 때문에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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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무회의서 정부차원 종합대책, 산업계 지원키로
벤젠, 크롬, 수은 등 단일 화학물질은 물론, 페인트, 화장품 등 혼합물질, 자동차, 목욕용품, 형광펜, 크레파스 등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유럽 수출에 초비상이 걸렸다.
EU가 지난해 12월 18일 도입한 ‘신(新)화학물질 관리제도’(REACH·리치)가 6월부터 발효되기 때문이다. 리치는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도입된 환경규제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치로 꼽힌다.
EU가 환경보호와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리치는 화학물질 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환경규제(RoHS, WEEE 등)가 제한된 제품·물질에 대해서만 규제를 한 데 반해, 리치는 모든 화학물질과 완제품(함유된 화학물질)을 대상으로 한다.
이제 EU로 수출하는 모든 화학물질(EU 내 유통량 연 1톤 이상)과 완제품(자동차, 전자 등) 안에 포함된 모든 화학물질은 위해성 정보를 사전에 등록해야 한다. 결국 점차적으로 유해물질은 허가 또는 사용이 금지되고 대체물질 개발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화학물질 사전등록은 2008년 6월부터 11월까지, 본등록은 물질의 종류와 유통량에 따라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이 기한 안에 사전등록하지 않은 기업은 EU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기한 안에 등록을 한다고 해도 물질에 따라 최고 2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인해 수출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등록비용만 2조 5천억 예상 = 환경부는 17일 11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EU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 대응 종합추진계획’을 국무회의에서 보고하고 국가 차원에서 산업계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본은 리치 등록비용을 약 7.8조원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일본 화학산업 규모의 1/3 수준인 우리나라는 약 2.5조원의 등록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종합대책에 대해 환경부 리치대응추진기획단 최흥진 과장은 “지금까지 각 부처별 대응 조치에 따른 혼선을 막고 산업계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적으로는 화학물질 관련 인프라를 한단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리치 대응 종합대책의 주요 내용은 △교육·홍보 강화(기업 요구에 맞는 ‘맞춤식 교육·상담’ 등) △부처별로 분산된 산업계 도움센터를 연계운영 △자발적인 ‘산업계 협의체’ 구성·운영 유도 △관련 인프라 확충 및 제도개선 등이다.
이와 함께 주요 EU 수출물질에 대해 리치 수준의 유해성 정보를 생산하는 ‘대량생산 화학물질 정보생산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화학물질 정보 전달체계 제도화’ 등 국내 제도 개선방안도 마련된다.
이규용 환경부차관은 “리치 제도는 환경보호를 내세운 강력한 무역장벽”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관련 인프라 등을 확충, 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U 장관들 13명 직접 ‘피’ 뽑기도 = EU가 리치 제도를 도입한 것은 첫째, 화학물질의 관리를 강화하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미국과 일본에 밀리고 있는 유럽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리치대응추진기획단 최흥진 과장은 “리치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지적재산권’ 분야”라며 “화학물질의 안전성 정보를 표시하려면 공인인증기관(GLP) 등 원저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당초 리치 제도 도입은 미국과 일본, 독일의 거센 반대에 부딪쳐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2004년 EU와 회원국 13명의 환경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관들은 자신들의 ‘피’를 뽑아 화학물질 오염 여부를 검사하기로 결정했다. 검사 결과 장관들의 혈액 속에서 온갖 화학물질이 쏟아져나왔고 심지어 30년 전에 사용을 금지한 ‘DDT’ 성분까지 검출됐다.
최 과장은 “그 사건(?) 이후 리치 입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세계적으로 반대 여론도 많지만 이제 아무도 리치 제도 도입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리치(REACH)는
Registration(등록), Evaluation(평가) and Authorisation(출처) of CHemicals(화학물질)의 약어.
이 제도가 도입되면 EU 내 기존 화학물질 10만종 중 3만종만 등록되기 때문에 7만종에 가까운 화학물질이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리치 법령에서 정하는 ‘CMR물질 ’(발암성, 돌연변이성, 생식독성)과 ‘PBT물질’(잔류성, 생물농축성, 독성이 강한 물질)은 대부분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6년에 1만 6000여개 업체가 약 489억 달러를 EU에 수출했다. 이 가운데 순수 화학물질은 ‘포타슘 파이드록사이드’(1위) ‘에피클로히드린’(2위) ‘벤젠’(3위) 등 총 16억 달러로 약 3.6%를 차지했다.(순위는 2004년 기준)
그러나 리치 제도는 △자동차 ; 타이어(아연), 카시트(페인트, 포름알데히드 등 VOCs, 프탈레이트 등), 브레이크 라이닝(유기합성섬유, 마그네슘, 철 등) △화장품 및 목욕용품(트리에탄올 아민, 디에탄올 아민) △필기구 ; 수정펜(메탄올, 톨루엔 등), 형광펜(형광색소, 케톤류) 등 △방향제(메틸알코올, 포름알데히드 등) △크레용, 크레파스(안료, 염료류, 방향제 등)까지 규제하기 때문에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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