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동경상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관광은 삶의 재충전이다.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을 떠나 또 다른 나를 찾아 떠나는 벗어남이다.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 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된다”고 갈파했다. 느리게 사는 삶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이다.
여름을 즐기려고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풍경소리 울리는 조용한 산사로 더위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칼날처럼 매서운 바람에 대항하여 스키장과 얼음을 지치는 사람들이 많지만, 따뜻한 아랫목의 기억을 떠올리며, 온돌방 고택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패스트푸드와 빠른 삶에 지친 사람들이라면 참된 휴식을 찾을 수 있는 여행에 나서야하지 않을까. 슬로우푸드와 슬로우라이프가 있는 곳, 산사와 고택으로의 여행을 권하고 싶다.
2007년은 경북으로 여행가는 해이다. 정부에서 공식 지정한 ‘방문의 해’ 일뿐 아니라, 해외로만 향하는 국민들에게 우리 집안의 보물찾기에 동참하기를 권하는 해이기도 하다. 경북의 구석구석은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 문화가 산재한 고장이다. 약간만 휘 둘러보아도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경관이 펼쳐지고,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영사기 되어 돌아가고, 진한 문화의 향기는 라일락 향처럼 코를 자극하는 곳이다.
필자는 절밥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면 가까운 산사를 찾는다. 스님에게 약간의 말미만 드리면 산사 주변의 갖은 야채들이 풋풋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 상 위에 오른다. 산사체험의 백미는 밤이다. 해가 서산을 넘으면서 ‘이내’(해 질 무렵 멀리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 )가 드리우기 시작하면 산사의 밤은 시작된다. 혹 잠을 설쳐 눈을 뜨면 풍경소리가 그대를 깨운 것일 게다.
동국제일가람 김천의 직지사에서는 천불의 미소처럼 본래의 밝은 자기를 되찾아볼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 있다. 선무도도 배우며 사찰체험도 하고 문화유적지도 탐방할 수 있는 경주 골굴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과 후불탱화가 있는 곳, 안동의 봉정사, 그리고 문경의 거찰 대승사를 찾는다면 산사체험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지난 해 여름이 깊어갈 때 필자는 푸른 솔의 고장 청송을 찾았다. 조선시대 최고 갑부로 소문난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의 99칸 고택에서 보낸 한여름 밤의 운치는 잊혀지지 않는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가 어우러진 현악 앙상블로 고택의 작은 음악회가 열린 것이다. 조선시대 상류주택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넓은 건물의 뒷마당에서 감상한 클래식은 한편의 명화였다.
유교문화 발상의 중심지에서 선비정신과 생활상을 보여주는 영주의 선비촌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오감체험 여행이 될 것이다. 한국 최대 규모의 양반마을인 경주 양동마을에서는 조선시대의 전통문화와 자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관광은 일상에서의 벗어남이다. 여름에 난방을 하고, 겨울에 에어컨을 틀어보자. ‘빛을 찾아 떠나는 여행’(觀光)에서는 자연이 사람의 윗자리를 점하도록 해보자.
경상북도가 마련한 고택체험, 산사체험 여행상품은 ‘빨리빨리 삶의 구호’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권하는 한 잔의 차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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