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나진-선봉 특구
북, 정유공단 남북 공동건설 제안 … 부산항-동북3성 물류거점 부상
김영일 육해운상 내각총리 발탁 ‘탄력’ … 국내외 기업 진출 준비 중
원유화학공업기지 남북 공동건설이라는 북한의 제안에 따라 나진-선봉 특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진-선봉 특구는 러시아·중국 국경과 가깝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거점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받는데 손색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한국기업 진출을 거부한데다 외국자본의 외면까지 겹치면서 ‘경제특구’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러시아, 승리화학공장 개보수 제안 =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은 러시아다. 지난 3월 7년 만에 열린 북·러 경제협력위원회에서 러시아 측은 나진-선봉 특구의 승리화학공장 개보수에 러 국영가스회사인 가즈프롬 참여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할린을 비롯한 극동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정제할 정유시설이 부족해 연간 정제능력 200만톤의 승리화학공장 이용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노후화된 정유시설을 개보수할 수 있는데다 시설 이용료를 원유로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대외경제연구소 이재영 부연구위원은 “현재 제한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승리화학공장을 이용하면 극동러시아 수요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수출도 가능하다”며 “적은 투자로도 정유시설을 새로 설치할 때까지 이용할 수 있어 러시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 19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제 13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나진-선봉지구에 원유화학공업기지를 공동건설하고, 극동러시아 자원개발에 공동참여하자는 제안을 내 논 것은 러시아 측 의향을 기초로 발전시킨 안이라는 분석이다.
◆동북3성-나진항 육로운송 거리, 다롄항의 1/10 =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거점인 나진-선봉 특구는 최근 중국 동북3성 물동량 유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등 중국 동북3성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대부분 1500여km 떨어진 다롄항을 통해 수출되고 있다. 동북3성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수출항이 다롄항이기 때문이다.
반면 다롄 대신 북한 나진항을 이용할 경우 육상운송 거리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나진을 거친 물량을 부산항에서 환적할 경우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동북3성에서 다롄항을 통해 반출입하는 연간 물동량은 350만TEU(컨테이너 단위) 수준으로 나진을 이용할 경우 최대 100만TEU까지 부산항으로 유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부산항의 연간 환적화물 500만TEU의 20% 수준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동북3성 물량이 나진항-부산항으로 유치하는 것은 현실성이 상당히 높은 계획”이라며 “도문-나진간 고속도로와 나진의 항만시설 규모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진항 현대화 사업 탄력 받나 =
나진-선봉 특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국내외 기업들도 속속 투자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나진항 현대화 개발계획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업체 관계자는 “나진-선봉 특구에 대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은 대부분 물류와 관련돼 있다”며 “고비용에 위험도도 높은 편이어서 구체적인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하려는 의향을 가진 기업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지부진한 도문-나진간 고속도로, 나진-핫산간 철도현대화 등 나진항 육로교통망 양대 사업도 조만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과다한 사업비로 민간기업이 손을 든 상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공공기관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영일 육해운상이 내각 총리로 임명된 것도 나진-선봉 특구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 총리가 발탁된 가장 큰 배경이 남포항 현대화 사업의 성공인 만큼 나진항, 선봉항에 대한 현대화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승리화학공장은 = 1970년에 체결된 조·소경제과학기술협정(1971∼1975)에 의해 두만강 하구에 인접한 함경북도 선봉(옛 웅기)에 건립됐다. 석유화력발전소와 함께 옛 소련으로부터 석유(경질유) 공급을 전제로 1973년 9월 웅기정유공장(연 생산능력 100만톤) 제 1기, 76년 제 2기 공사가 완료됐다. 원유는 선봉항에서 직경 53cm의 해저파이프 라인을 통해 항구 저장탱크(2기)로 송유된 뒤 부두 송압소를 통과, 6km 떨어진 정유소로 보내진다. 선봉항은 5000톤급 선박 2척을 정박시킬 수 있는 석유제품 전용부두(길이 455m, 연간취급능력 100만톤), 서비스용 부두(길이 100m)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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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정유공단 남북 공동건설 제안 … 부산항-동북3성 물류거점 부상
김영일 육해운상 내각총리 발탁 ‘탄력’ … 국내외 기업 진출 준비 중
원유화학공업기지 남북 공동건설이라는 북한의 제안에 따라 나진-선봉 특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나진-선봉 특구는 러시아·중국 국경과 가깝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거점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첫 경제특구로 지정받는데 손색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한국기업 진출을 거부한데다 외국자본의 외면까지 겹치면서 ‘경제특구’라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러시아, 승리화학공장 개보수 제안 =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은 러시아다. 지난 3월 7년 만에 열린 북·러 경제협력위원회에서 러시아 측은 나진-선봉 특구의 승리화학공장 개보수에 러 국영가스회사인 가즈프롬 참여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할린을 비롯한 극동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정제할 정유시설이 부족해 연간 정제능력 200만톤의 승리화학공장 이용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노후화된 정유시설을 개보수할 수 있는데다 시설 이용료를 원유로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대외경제연구소 이재영 부연구위원은 “현재 제한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승리화학공장을 이용하면 극동러시아 수요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수출도 가능하다”며 “적은 투자로도 정유시설을 새로 설치할 때까지 이용할 수 있어 러시아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 19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제 13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나진-선봉지구에 원유화학공업기지를 공동건설하고, 극동러시아 자원개발에 공동참여하자는 제안을 내 논 것은 러시아 측 의향을 기초로 발전시킨 안이라는 분석이다.
◆동북3성-나진항 육로운송 거리, 다롄항의 1/10 =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 연결 거점인 나진-선봉 특구는 최근 중국 동북3성 물동량 유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가치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현재 헤이룽장성과 지린성 등 중국 동북3성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대부분 1500여km 떨어진 다롄항을 통해 수출되고 있다. 동북3성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수출항이 다롄항이기 때문이다.
반면 다롄 대신 북한 나진항을 이용할 경우 육상운송 거리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나진을 거친 물량을 부산항에서 환적할 경우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동북3성에서 다롄항을 통해 반출입하는 연간 물동량은 350만TEU(컨테이너 단위) 수준으로 나진을 이용할 경우 최대 100만TEU까지 부산항으로 유치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부산항의 연간 환적화물 500만TEU의 20% 수준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동북3성 물량이 나진항-부산항으로 유치하는 것은 현실성이 상당히 높은 계획”이라며 “도문-나진간 고속도로와 나진의 항만시설 규모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진항 현대화 사업 탄력 받나 =
나진-선봉 특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국내외 기업들도 속속 투자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나진항 현대화 개발계획에 대한 투자설명회를 개최한 업체 관계자는 “나진-선봉 특구에 대한 국내외 기업들의 관심은 대부분 물류와 관련돼 있다”며 “고비용에 위험도도 높은 편이어서 구체적인 투자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하려는 의향을 가진 기업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지지부진한 도문-나진간 고속도로, 나진-핫산간 철도현대화 등 나진항 육로교통망 양대 사업도 조만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당초 과다한 사업비로 민간기업이 손을 든 상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공공기관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영일 육해운상이 내각 총리로 임명된 것도 나진-선봉 특구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 총리가 발탁된 가장 큰 배경이 남포항 현대화 사업의 성공인 만큼 나진항, 선봉항에 대한 현대화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승리화학공장은 = 1970년에 체결된 조·소경제과학기술협정(1971∼1975)에 의해 두만강 하구에 인접한 함경북도 선봉(옛 웅기)에 건립됐다. 석유화력발전소와 함께 옛 소련으로부터 석유(경질유) 공급을 전제로 1973년 9월 웅기정유공장(연 생산능력 100만톤) 제 1기, 76년 제 2기 공사가 완료됐다. 원유는 선봉항에서 직경 53cm의 해저파이프 라인을 통해 항구 저장탱크(2기)로 송유된 뒤 부두 송압소를 통과, 6km 떨어진 정유소로 보내진다. 선봉항은 5000톤급 선박 2척을 정박시킬 수 있는 석유제품 전용부두(길이 455m, 연간취급능력 100만톤), 서비스용 부두(길이 100m)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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