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1년 그리고 5년 ① 사라진 토론문화

지역내일 2007-05-28 (수정 2007-05-28 오전 8:25:39)
‘토론공화국 만들고 싶다’던 노 대통령
반론은 ‘금기’로(두줄 제목 가능할지?)
부동산 언론 혁신분야는 ‘말 못 꺼내’ … 1년차 땐 “토론이 참여정부의 상징”

2007년 5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기자실 통폐합을 골자로 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보고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의 제도와 관행을 정상화한 일”이라며 짤막한 촌평을 했다. 다른 장관들은 “백그라운드 브리핑은 되느냐”며 지엽적인 질문 외에 입을 다물었다. 김 홍보처장은 브리핑에서 “문제점을 지적한 국무위원은 한명도 없었다”고 국무회의 분위기를 소개했다.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03년 3월4일. 노 대통령 취임 후 첫 국무회의가 열렸다. 주요안건은 ‘대구 지하철 참사와 관련된 국가재난 관리시스템 구축’이었다. 이영탁 국무조정실장의 보고에 이어 소관부서가아닌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강금실 법무, 한명숙 환경, 권기홍 노동부 장관들의 발언이 쏟아졌다. 격론은 3시간 계속됐다. 노 대통령은 토론을 마치면서 “오늘 토론에는 미처 준비하지 않은 얘기들도 많이 나와서 좋았다”며 흡족해 했다.

◆이호철 실장, 기자실 통폐합 반대 =
참여정부 청와대의 활력소는 활발한 토론문화였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토론공화국이라 말할 정도로 토론이 일상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론문화 정착을 새 정부의 중점과제로 채택토록 주문했다. 국무회의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등 주요 회의에서 수시로 현안을 놓고 토론이 벌였다.
2003년 3월 말, 문희상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자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토론문화를 가장 참여정부다운 사례로 소개했다. “DJ도 토론을 즐기지만 결론은 항상 DJ가 낸다. 그래서 얘기를 못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상대 의견을 인정하고, 의견을 끌어낸다. 노 대통령이 사회를 보면 얘기가 잘 풀린다.”
5년차 청와대, 토론이 사라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언론계와 정치권 대부분이 반대하는 기자실 통폐합을 밀어붙였다.
‘한 번 토론해 봅시다’던 과거 노 대통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22일 국무회의에서 새 취재시스템을 결정하기 2주일 전 모 국무위원은 “(기자실 통폐합은) 이미 끝난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의 의지가 단호해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과정에서는 청와대 외부뿐 아니라 내부 의견수렴은 생략됐다. 극히 일부 핵심관계자들만 알고 있었을 뿐이다. 그나마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정도만 ‘불필요한 논란이 우려된다’며 반대의견을 냈지만 강경론에 덮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를 대통령 뜻에 쫓아가기 바쁘다. 더 이상 반론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토론이 사라진 풍경은 이것 뿐 아니다. 노 대통령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대부분 반론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다.
박병원 전 재경부차관이 청와대에서 임명장을 받을 때 에피소드. 박 차관은 노 대통령과 부동산대책에 대한 대화 도중, “공급정책도 병행해야 되지 않느냐”고 얘기했다가 ‘혼줄’이 났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수요관리’ 즉 세금을 통한 수요억제책 중심이었다.
청와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임기 후반기로 오면서 노 대통령 핵심관심 분야에 대해서는 대통령 의중을 거스르는 토론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면서 “부동산 FTA 언론 혁신분야 등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민심의 바다에서 ‘외로운 섬’으로 남을 수도 =
청와대 일각에서는 이번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노동법 날치기 통과 파문 때가 생각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시 청와대 이원종 정무수석은 노동법이 날치기 통과된 다음 날 “우리에게는 레임덕은 없다”며 의기양양했다고 한다. 지금 청와대를 비롯, 정권 홍보라인 핵심관계자들 역시 “언론은 불량상품”이라며 “정책 안 따라오는 공무원은 날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리는 옳다. 할 일은 한다”며 반대 목소리에 귀를 막는 모습이 서로 닮았다는 것이다.
토론을 통한 공감대 형성이 사라진 참여정부 청와대가 자기과신과 균형감각의 상실 속에서 자칫 민심의 바다에 외로운 ‘섬’으로 남지나 않을 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남봉우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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