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펀드를 들고 싶은데 이 펀드 뒤에 붙은 A는 뭐고 C는 뭔가요?”
경기도에 사는 50세 김 모 주부는 최근 모 시중은행 펀드를 들기 위해 창구직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이니까 그냥 A형 드세요”였다. 펀드가 지천인데도 여전히 잘 모르면서 판매하는 은행 창구 직원이 있다는 것도 한심하지만 펀드 이름이 너무 복잡한 것도 못마땅했다. 암호처럼 숫자와 영문이 어지럽게 조합된 펀드이름만 보면 머리가 아플 정도다.
◆펀드이름을 짓는데도 순서가 있다 = 펀드이름의 맨 앞자리는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갖는다. 이어 운용특성, 투자대상, 법적형태가 뒤따라간다. 자산운용사 이름은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되지만 대체로 약자 등으로 집어넣게 마련이다.
운용특성에는 주요운용전략, 투자지역 등이 포함된다. 배당주나 후순위채, 코스닥블루칩, 경매부동산, 중국회사채, 글로벌주식 등 투자할 주요부분을 명시하고 있다. 운용특성 뒤에 곧바로 ‘적립식’을 집어넣기도 한다. 투자대상은 주식형이나 채권형, 혼합형 등으로 구분된다. 법적 형태는 투자신탁(일반 펀드)인지, 투자회사(뮤추얼펀드)인지를 말하고 사모펀드인 경우엔 반드시 ‘사모’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다. ‘사모’라는 이름이 없으면 모두 공모펀드다.
◆주식형과 채권형, 공모와 사모, 모와 자 =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는 주식편입 최소비율이 60%이상, 혼합주식형은 주식편입최대비율이 50%이상, 혼합채권형은 주식편입최대비율이 40% 미만, 채권형은 주식을 제외한 채권 등 유가증권에 100%편입한 경우에 이름을 붙여준다. 혼합주식형이 주식형보다 때로는 더 많은 주식을 편입할 수 있어 약관을 잘 뜯어봐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일부 혼합주식형펀드의 경우 주식편입비율이 주식형 펀드보다 높아 주가변동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더 안정적인 펀드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펀드명칭과 실제 주식편입비율이 일치하도록 보안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금감원 우성목 자산운용감독국 자산운용분석팀장은 “자산운용협회에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지만 아직 개선방안을 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와 사모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비슷한 이름의 펀드라도 공모와 사모로 나눠 있는 경우도 있다. 사모펀드명엔 아파트 이름이나 지역명이 들어갈 정도로 다채롭다. 사모펀드는 50명미만의 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펀드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운용하기가 간편해 최근 강남 부동산투자자금을 빼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명 뒷부분의 모와 자는 모(母)펀드와 자(子)펀드를 말한다. 자펀드는 모집후 모펀드에 그대로 연계해 운용된다. 해외 모펀드를 그대로 베껴 국내로 들여온 복제펀드는 모두 자펀드다.
◆알파벳과 숫자의 비밀 = 펀드의 법적 형태(투자신탁이나 투자회사)까지 나온 이후 곧바로 뒤따라 오는 알파벳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같은 펀드라도 판매사에 따라 투자시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클래스나 Class 또는 C 뒤에 붙은 알파벳은 수수료 지급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신호다. A가 붙은 펀드는 선취수수료를 받는 대신 보수 중 판매보수를 적게 매겨 있다. 주로 해외펀드에서 많이 활용하는 수수료 지급방식이다. B가 붙은 펀드에 가입하면 후취수수료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 펀드 중 후취수수료를 받는 것은 많지 않다. 이 펀드 역시 판매보수가 싸다는 게 특징이다. 선취와 후취수수료는 몇 년을 투자해도 한 번만 내면 그만이다.
C펀드는 선취와 후취수수료가 없고 D펀드는 선취와 후취수수료 모두 부과한다. 보통 장기투자자는 A형 펀드에 가입해 선취수수료를 많이 내더라도 운용, 판매, 수탁, 관리 등 보수를 적게 내는 쪽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단기투자자는 선취나 후취수수료를 안 내는 대신 보수를 비교적 많이 지불하는 C형을 선택하는 게 수수료를 적게 내는 방법이다. A~D이외에도 I, E, W도 가끔 등장하는데 I는 기관전용, E는 인터넷전용 펀드, W는 랩어카운트 펀드를 의미한다.
멀티클래스펀드는 투자자 그룹(클래스)별로 서로 다른 보수와 수수료체계를 적용하지만 하나의 펀드로 운용돼 자산운용과 평가방법이 동일하다.
◆해외펀드 꼼꼼히 따져봐야 = 최근 밀물처럼 들어오는 해외펀드 역시 금감원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마음대로 펀드명을 붙일 수 없다.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을 노린 ‘복제펀드(미러펀드)’ 들이 대거 국내시장에 상륙하면서 해외의 상품이름까지 그대로 베껴 영어와 영어를 한글로 옮긴 말이 많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해외펀드는 또 해외투자여건을 고려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국내에선 주식형펀드는 6개월이내에 60%이상 주식을 편입해야 하지만 해외펀드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해외증시에 상장된 주식이 과도하게 올랐거나 투자위험이 클 경우엔 반드시 60%까지 투자하지 않더라도 문제삼지 않고 있다.
또 금감원은 해외자산에 50%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한해 ‘해외펀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감독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본격적으로 펀드이름을 정비했던 지난 2005년 9월 이전의 펀드들은 임의대로 이름을 지어놓은 게 많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억 만들기, 절대수익, 앱솔루트리턴, Safe-Yield, 세이프리턴, Safe Guard, 세이프플러스 등 마치 수익을 보장해주는 듯한 오해를 일으킬 만한 이름은 만들어진 지 2년이상 지난 것들이다.
금감원 박원호 자산운용감독국장은 “펀드이름만 보면 펀드에 대해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는 매우 중요하다”며 “수차례 정비를 했고 아직 실무선에서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해외펀드가 많이 들어오고 영어가 펀드이름에 많이 포함돼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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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사는 50세 김 모 주부는 최근 모 시중은행 펀드를 들기 위해 창구직원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특별한 의미는 없어 보이니까 그냥 A형 드세요”였다. 펀드가 지천인데도 여전히 잘 모르면서 판매하는 은행 창구 직원이 있다는 것도 한심하지만 펀드 이름이 너무 복잡한 것도 못마땅했다. 암호처럼 숫자와 영문이 어지럽게 조합된 펀드이름만 보면 머리가 아플 정도다.
◆펀드이름을 짓는데도 순서가 있다 = 펀드이름의 맨 앞자리는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갖는다. 이어 운용특성, 투자대상, 법적형태가 뒤따라간다. 자산운용사 이름은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되지만 대체로 약자 등으로 집어넣게 마련이다.
운용특성에는 주요운용전략, 투자지역 등이 포함된다. 배당주나 후순위채, 코스닥블루칩, 경매부동산, 중국회사채, 글로벌주식 등 투자할 주요부분을 명시하고 있다. 운용특성 뒤에 곧바로 ‘적립식’을 집어넣기도 한다. 투자대상은 주식형이나 채권형, 혼합형 등으로 구분된다. 법적 형태는 투자신탁(일반 펀드)인지, 투자회사(뮤추얼펀드)인지를 말하고 사모펀드인 경우엔 반드시 ‘사모’라는 용어가 들어가 있다. ‘사모’라는 이름이 없으면 모두 공모펀드다.
◆주식형과 채권형, 공모와 사모, 모와 자 =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는 주식편입 최소비율이 60%이상, 혼합주식형은 주식편입최대비율이 50%이상, 혼합채권형은 주식편입최대비율이 40% 미만, 채권형은 주식을 제외한 채권 등 유가증권에 100%편입한 경우에 이름을 붙여준다. 혼합주식형이 주식형보다 때로는 더 많은 주식을 편입할 수 있어 약관을 잘 뜯어봐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4월, “일부 혼합주식형펀드의 경우 주식편입비율이 주식형 펀드보다 높아 주가변동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더 안정적인 펀드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펀드명칭과 실제 주식편입비율이 일치하도록 보안방안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개선되지 않아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금감원 우성목 자산운용감독국 자산운용분석팀장은 “자산운용협회에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했지만 아직 개선방안을 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와 사모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비슷한 이름의 펀드라도 공모와 사모로 나눠 있는 경우도 있다. 사모펀드명엔 아파트 이름이나 지역명이 들어갈 정도로 다채롭다. 사모펀드는 50명미만의 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펀드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운용하기가 간편해 최근 강남 부동산투자자금을 빼 사모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명 뒷부분의 모와 자는 모(母)펀드와 자(子)펀드를 말한다. 자펀드는 모집후 모펀드에 그대로 연계해 운용된다. 해외 모펀드를 그대로 베껴 국내로 들여온 복제펀드는 모두 자펀드다.
◆알파벳과 숫자의 비밀 = 펀드의 법적 형태(투자신탁이나 투자회사)까지 나온 이후 곧바로 뒤따라 오는 알파벳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사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같은 펀드라도 판매사에 따라 투자시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클래스나 Class 또는 C 뒤에 붙은 알파벳은 수수료 지급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신호다. A가 붙은 펀드는 선취수수료를 받는 대신 보수 중 판매보수를 적게 매겨 있다. 주로 해외펀드에서 많이 활용하는 수수료 지급방식이다. B가 붙은 펀드에 가입하면 후취수수료를 내야 한다. 우리나라 펀드 중 후취수수료를 받는 것은 많지 않다. 이 펀드 역시 판매보수가 싸다는 게 특징이다. 선취와 후취수수료는 몇 년을 투자해도 한 번만 내면 그만이다.
C펀드는 선취와 후취수수료가 없고 D펀드는 선취와 후취수수료 모두 부과한다. 보통 장기투자자는 A형 펀드에 가입해 선취수수료를 많이 내더라도 운용, 판매, 수탁, 관리 등 보수를 적게 내는 쪽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단기투자자는 선취나 후취수수료를 안 내는 대신 보수를 비교적 많이 지불하는 C형을 선택하는 게 수수료를 적게 내는 방법이다. A~D이외에도 I, E, W도 가끔 등장하는데 I는 기관전용, E는 인터넷전용 펀드, W는 랩어카운트 펀드를 의미한다.
멀티클래스펀드는 투자자 그룹(클래스)별로 서로 다른 보수와 수수료체계를 적용하지만 하나의 펀드로 운용돼 자산운용과 평가방법이 동일하다.
◆해외펀드 꼼꼼히 따져봐야 = 최근 밀물처럼 들어오는 해외펀드 역시 금감원의 통제를 받기 때문에 마음대로 펀드명을 붙일 수 없다.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을 노린 ‘복제펀드(미러펀드)’ 들이 대거 국내시장에 상륙하면서 해외의 상품이름까지 그대로 베껴 영어와 영어를 한글로 옮긴 말이 많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해외펀드는 또 해외투자여건을 고려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국내에선 주식형펀드는 6개월이내에 60%이상 주식을 편입해야 하지만 해외펀드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해외증시에 상장된 주식이 과도하게 올랐거나 투자위험이 클 경우엔 반드시 60%까지 투자하지 않더라도 문제삼지 않고 있다.
또 금감원은 해외자산에 50%이상 투자하는 펀드에 한해 ‘해외펀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감독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본격적으로 펀드이름을 정비했던 지난 2005년 9월 이전의 펀드들은 임의대로 이름을 지어놓은 게 많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억 만들기, 절대수익, 앱솔루트리턴, Safe-Yield, 세이프리턴, Safe Guard, 세이프플러스 등 마치 수익을 보장해주는 듯한 오해를 일으킬 만한 이름은 만들어진 지 2년이상 지난 것들이다.
금감원 박원호 자산운용감독국장은 “펀드이름만 보면 펀드에 대해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는 매우 중요하다”며 “수차례 정비를 했고 아직 실무선에서 문제가 있다는 보고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해외펀드가 많이 들어오고 영어가 펀드이름에 많이 포함돼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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