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마애불, 어떻게 세울지 고민”

지병목 경주문화재연구소장, “전통 ‘드잡이방식’ 고민중”

지역내일 2007-06-01
“석불좌상 주변에는 2~3칸짜리 보호각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발견된 마애불은 석불좌상을 둘러싼 병풍같은 바위들 가운데 하나였는데, 지형 변화로 인해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지병목 소장의 말이다.
지 소장은 “산중턱에 있는 70톤이 넘는 바위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이라며 “중장비가 동원될 수 없는 지형이라 우리나라 전통 ‘드잡이’ 방식으로 마애불을 세울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잡이 기술은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거나 기울어진 집을 바로잡는 데 쓰이는 우리 전통 건축기술 가운데 하나.
체인블럭처럼 삼각형의 지주를 세워 도르래나 지렛대 방식으로 무거운 돌 등을 들어올리는 기술이다. 그러나 마애불이 새겨진 바위의 무게가 최대 70톤 정도로 추정돼 이 또한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얼굴 일부가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어” = 이번에 발견된 불상은 자연암석(크기 250×190×610㎝, 무게 약 70톤 추정)의 앞면에 고부조(高浮彫)로 조각한 마애불 입상이다.
불상이 조각된 암석은 원래 위치에서 경사진 앞쪽으로 넘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불상의 머리쪽이 지면에 닿아 있어 불상의 전체적인 모습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암석의 남쪽 면 바위틈을 통해 대좌와 왼쪽 다리와 가슴·어깨 일부만 볼 수 있는 상태다. 불상의 규모는 대좌에서 목까지가 430㎝이며, 지면에 묻혀 있는 불두(佛頭)까지 포함하면 전체 크기는 약 500㎝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 소장은 “31일 오후까지 왼쪽 귀의 일부만 노출된 상태”라며 “얼굴과 닿아 있는 지면에 암석층이 있는 것으로 보여 코 등 얼굴 일부가 훼손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31일 현장을 확인한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정은우 교수는 “대형 마애불로서는 드물게 고(高)부조에 조각 수법도 매우 정밀하다”고 평가하고 “불상의 얼굴이 확인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조성 시기에 대해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고부조의 양감 표현 등으로 보아 보리사 석불좌상보다 후대인 8세기 말 ~ 9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최성은 교수도 “불상 대좌의 연판(蓮瓣) 표현이 소략하고 8세기 후반대로 추정되는 열암곡 석불좌상과의 관계 등으로 볼 때 8세기 말 ~ 9세기 초의 작품으로 추정된다”며 “마애불과 석불좌상의 조각 수준으로 볼 때 이 불상들이 안치되었던 사찰의 규모 또한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다.

◆경주 남산의 새로운 성소로 기대 = 이 마애불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지난 4월부터 경주시의 의뢰로 열암곡 석불좌상(현재 머리부분이 잘린 상태)의 불두(佛頭 ; 2005년 10월 인근 계곡에서 발견) 복원 및 주변 복원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실시 중인 발굴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마애불은 석불좌상에서 약 20m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발견돼 같은 경역 안에서 석불좌상과 같은 예배대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열암곡 석불좌상은 그 조각 수법이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불두 및 대좌 등이 복원되면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경주 남산의 새로운 명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더욱이 이번에 이 석물좌상과 연관이 있는 마애불이 같은 경역 안에서 발견돼 향후 열암곡 유적은 경주 남산에서 가장 주목받는 우리 문화유산 성지(聖地)의 하나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주 남산은 ‘천불천탑불국토’로 불리던 불교 성지로 지금까지 확인된 마애불만 50점, 석불은 300점이 넘는다.
남준기 기자 jkna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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