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한국인으로 귀화한 결혼이민자 레이아씨

지역내일 2007-06-08
“한국과 북한도 구분 못했는데 귀화까지 했어요”

“아가야, 냄비 좀 갖다 줘 ”
신혼 초 부엌에서 시어머니 뒤에 우두커니 서 있던 레이아(34)씨는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필리핀에서 온 레이아씨가 ‘냄비’가 무엇인지를 모른다는 것을 눈치 챈 시어머니는 냄비를 가리키며 웃었다. 7년 전 레이아씨가 갓 결혼해 경북 김천의 시댁에 살 던 때의 모습이다.

레이아씨는 9남매 중 여섯째다. 필리핀 쎄부에서 4년제 상업계 대학을 졸업하고 그곳에서 취업해 일했다. 해외로 나가기 위해 마닐라로 가 여권을 신청해 놓고 교회에 다니다 스물일곱 살에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그는 “한국을 북한과 구분하지 못해 매우 무서운 나라로 생각했다”며 당시 한국에 대한 느낌을 말했다.

결혼 후 김천 시댁에서 1년 6개월을 살다가 남편 직장을 따라 경남 창원으로 왔다. 현재는 다섯 살 난 딸과 남편과 단란하게 살고 있다. 한국말도 꽤 잘한다. 창원시에서 실시하는 한글교실에 꾸준히 다닌 결과다. 경남도의 도움으로 창원 주변의 농촌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 수입도 생기고 보람도 느끼고 있다.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에 자신감과 보람을 느낀 그는 4년 전 귀화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문화 언어 음식을 가르쳐 주는 곳 있어야
한국인과 결혼 후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한국의 문화와 음식, 언어를 정부가 나서서 가르쳐주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해 주길 원했다. 다행히 자신은 시부모가 너무 잘해줘 어려움을 넘겼지만 아직도 많은 결혼 이민자들이 시댁과의 관계, 언어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경우 결혼하면 분가해 시댁과 함께 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는 “한국은 결혼을 남편과 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 친족들과 하는 것 같다”며 “필리핀에서는 결혼하면 시댁과 함께 살지 않는다”고 문화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남편과 다툴 때 자신을 표현하지 못해 오해를 사고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 때는 고향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직업을 안내해 주길 바래
직업을 갖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레이아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학원에 다니면 돈이 많이 든다”며 “창원에는 50여명의 필리핀 이민자가 있는데 대부분 영어강사나 공장에 다니며 맞벌이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청이나 정부에서 하는 결혼이민자 대상 프로그램이 거의 없었는데 2006년부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자녀들 양육 프로그램도 있었으면
레이아씨는 딸이 점점 커 감에 따라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법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 이민자 자녀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찾지 못했다. 필리핀에서 결혼해 와 사귀게 된 친구의 경우 아들이 4살인데 아직 한국말이 분명치가 않다. 친구 자신도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아들을 가르칠 수가 없다. 레이아씨의 경우 다행히 이웃과 서로 돕고 있다. 레이아씨가 옆집 피아노 학원장의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학원장은 레이아씨 딸에게 피아노와 책읽기 쓰기를 통해 한국말을 가르쳐주고 있다.
레이아씨는 요즘 창원시청에서 개설하는 이민자 가족 프로그램에 푹 빠졌다. 한글교실도 나가고 농촌 지역을 출퇴근하면 영어강사로도 활약중이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운전도 배우고 있다.
문진헌 기자 jhmun@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