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형 종합서비스 시도 … 전문인력 확보·사후 점검은 풀어야 할 과제
결혼이민자 가족이 급증하면서 법과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각종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오랜기간 이질적 문화에서 살아온 이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면서 언어장벽과 문화차이에 잇따라 부딪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국어·문화 교육 등을 지원할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들과 이들 가족이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수용하는 ‘다문화가정’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전국 37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해 다민족사회로 가기 위한 민관협력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 2004년 한국남성과 결혼한 필리핀 출신 엘레나(가명·27)씨는 한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한국에서의 가정 문화가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다.
10세 이상 연상인 남편은 출근하면서 현관에서 아내의 배웅을 받기를 원했다. 엘레나씨는 남편이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에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시부모님은 노크 없이 방문을 수시로 열고 알아 듣기 어려운 한국어로 말을 시켰다. 시댁 식구들은 젊고 똑똑한 며느리가 귀여워 관심을 표현한 것이었지만 엘레나씨는 ‘외국인 며느리를 못 믿어 감시한다’고 느꼈다. 분위기가 냉랭해지면서 엘레나씨는 방문을 닫고 자주 울었다.
위기를 느낀 가족들은 해결 방법을 찾아 서울의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전문 상담원과의 대화를 통해 엘레나씨는 가족들의 행동이 한국에서는 일상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상담원은 시부모님에게도 특별한 교육을 진행했다. “한국 어른들이 한국 음식 좋아하듯 며느리는 필리핀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며 필리핀 요리를 배워볼 것을 권했다.
또 “아들 부부에 대한 관심이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며느리에게 자유 시간을 더 많이 줄 것을 조언했다. 이후 엘레나씨는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한국어 교육과정에 입학했고 웃음을 되찾았다.
◆정부·기업·지자체 교류 역할도 담당 = 우리 사회가 통합되는 과정의 ‘쌍방적 적응’을 위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쌍방적 적응’이란 결혼이민자 뿐만 아니라 한국정부와 한국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외국인 며느리에게 한국문화를 빨리 배우도록 다그치는 등 일방적으로 한국사회에 동화되기를 강요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국제결혼이 증가할수록 이 방식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워졌고 외국인 배우자가 이혼을 선택하거나 한국을 떠나는 극단적 사태를 맞기도 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단위 교육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앞으로는 센터를 통해 국제결혼 부부는 물론 그 가족 구성원 전체에 대한 교육이 강화된다. 또 센터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시민단체, 기업 등과 결혼이민자들이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된다.
서울의 동대문구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결혼이민 여성들과 함께 지역 독거노인 대상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지역 노인들이 외국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데 효과를 거뒀다.
강원도 강릉문화원은 관동대학교와 협력해 도자기 만들기 행사를 결혼이민가족과 함께 진행했다.
이외에도 각 지역별 센터들이 △다문화 가정 선후배를 연결하는 ‘멘토 멘티’ △외국인 유학생의 자원봉사 참여유도 △민간기업의 후원사업 등의 거점을 맡고 있다
◆희생정신·자원봉사보다 실질적 지원책 필요 = 하지만 센터의 긍정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지역사회에서는 센터 지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후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충남 아산시에서는 센터 지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단체별로 분란이 일고 음모론까지 제기된 바 있다. 또 서울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결혼이민 여성에게 시장체험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상품권을 지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 지원 사업이 확대되면서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과다한 경쟁과 준비없는 사업이 남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희생정신과 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대다수 센터는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업무를 중복해 맡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협력 네트워크가 약해 행사 하나를 준비하면서도 센터장들의 개인능력에 의존하는 사례도 대다수다. 최근 행사를 진행한 모 센터 관계자는 “행사 장소를 빌리려면 며칠동안 기관과 대학에 수십통 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공모나 사전심사를 통해 센터를 지정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성부에서 센터의 실적을 점검하고 현장 방문을 통한 사후관리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안찬수 김선일 전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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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자 가족이 급증하면서 법과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각종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오랜기간 이질적 문화에서 살아온 이들이 국제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면서 언어장벽과 문화차이에 잇따라 부딪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 국어·문화 교육 등을 지원할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역할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외국인들과 이들 가족이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수용하는 ‘다문화가정’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는 올해 전국 37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해 다민족사회로 가기 위한 민관협력 거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 2004년 한국남성과 결혼한 필리핀 출신 엘레나(가명·27)씨는 한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한국에서의 가정 문화가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다.
10세 이상 연상인 남편은 출근하면서 현관에서 아내의 배웅을 받기를 원했다. 엘레나씨는 남편이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에 권위주의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시부모님은 노크 없이 방문을 수시로 열고 알아 듣기 어려운 한국어로 말을 시켰다. 시댁 식구들은 젊고 똑똑한 며느리가 귀여워 관심을 표현한 것이었지만 엘레나씨는 ‘외국인 며느리를 못 믿어 감시한다’고 느꼈다. 분위기가 냉랭해지면서 엘레나씨는 방문을 닫고 자주 울었다.
위기를 느낀 가족들은 해결 방법을 찾아 서울의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전문 상담원과의 대화를 통해 엘레나씨는 가족들의 행동이 한국에서는 일상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상담원은 시부모님에게도 특별한 교육을 진행했다. “한국 어른들이 한국 음식 좋아하듯 며느리는 필리핀 음식을 먹고 싶어한다”며 필리핀 요리를 배워볼 것을 권했다.
또 “아들 부부에 대한 관심이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며느리에게 자유 시간을 더 많이 줄 것을 조언했다. 이후 엘레나씨는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한국어 교육과정에 입학했고 웃음을 되찾았다.
◆정부·기업·지자체 교류 역할도 담당 = 우리 사회가 통합되는 과정의 ‘쌍방적 적응’을 위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쌍방적 적응’이란 결혼이민자 뿐만 아니라 한국정부와 한국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과거에는 외국인 며느리에게 한국문화를 빨리 배우도록 다그치는 등 일방적으로 한국사회에 동화되기를 강요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국제결혼이 증가할수록 이 방식으로는 갈등을 해결하기 어려워졌고 외국인 배우자가 이혼을 선택하거나 한국을 떠나는 극단적 사태를 맞기도 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단위 교육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앞으로는 센터를 통해 국제결혼 부부는 물론 그 가족 구성원 전체에 대한 교육이 강화된다. 또 센터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시민단체, 기업 등과 결혼이민자들이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된다.
서울의 동대문구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결혼이민 여성들과 함께 지역 독거노인 대상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지역 노인들이 외국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데 효과를 거뒀다.
강원도 강릉문화원은 관동대학교와 협력해 도자기 만들기 행사를 결혼이민가족과 함께 진행했다.
이외에도 각 지역별 센터들이 △다문화 가정 선후배를 연결하는 ‘멘토 멘티’ △외국인 유학생의 자원봉사 참여유도 △민간기업의 후원사업 등의 거점을 맡고 있다
◆희생정신·자원봉사보다 실질적 지원책 필요 = 하지만 센터의 긍정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지역사회에서는 센터 지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후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충남 아산시에서는 센터 지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단체별로 분란이 일고 음모론까지 제기된 바 있다. 또 서울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결혼이민 여성에게 시장체험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상품권을 지급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부 지원 사업이 확대되면서 사업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과다한 경쟁과 준비없는 사업이 남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희생정신과 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하는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대다수 센터는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업무를 중복해 맡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협력 네트워크가 약해 행사 하나를 준비하면서도 센터장들의 개인능력에 의존하는 사례도 대다수다. 최근 행사를 진행한 모 센터 관계자는 “행사 장소를 빌리려면 며칠동안 기관과 대학에 수십통 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부 관계자는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공모나 사전심사를 통해 센터를 지정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성부에서 센터의 실적을 점검하고 현장 방문을 통한 사후관리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안찬수 김선일 전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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