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중국망 취재진 현장법사 서역기행의 족적을 따라서 - (마지막회)

파키스탄에서 인도로, 보리수를 지나 나란타까지

지역내일 2007-06-11
라흘(拉合爾),
파키스탄-인도 접경지대
이슬라마바드에서 라흘까지는 400km가 걸린다. 우리는 시내에 머무르지 않았고 파키스탄-인도 접경의 와가국경검문소에 서둘러 도착해 국기하강식을 감상했다. 두 국가 간의 긴장관계 때문에 접경지역에서 세계적 볼거리가 되는 신기한 국기하강식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신기했다는 것은 반세기 동안 적대적 관계였던 두 국가가 매일 같은 지역,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얼굴을 맞대고 국기하강식을 한다는 것이다. 양국은 각각 자신의 지역에 관람대를 설치해, 국기하강식을 관광상품이자 애국주의의 교재로 삼고 있다.
현지시간 오후 4시. 파키스탄 지역의 높다란 관람대에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남녀가 각각 양측에 섰다. 관중들은 입구에서부터 성별에 따라 분리해서 들어왔다. 위엄을 차린 의장대 병사는 양손을 뒤로 하고 출입구 옆에 섰다. 양국의 문 사이에는 약 1m정도의 중간지대가 있다. 양측의 깃대에는 파키스탄의 신월기와 인도의 삼색기가 마주보며 펄럭이고 있었다.

델리(德裏)를 관통하는 세월의 터널
델리는 뉴델리와 올드델리로 이뤄져 있다. 한쪽은 첨단의 국제적 대도시이고 다른 쪽은 역사를 충실히 보전하고 있는, 7개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다. 한쪽은 지난 세기에 오로지 사람들의 계획에 따라 세워진 현대적인 ‘컨벤션 센터’이고 다른 쪽은 세월이 흐르면서 쌓이고 남겨진 역사적 표본이다. 이런 공존은 영화 속 몽타주 기법으로 꾸며낸 장면이 아니다. 인도에서 몇 세기의 세월을 넘나들고 싶다면 그저 ‘델리문’을 통과하면 된다.
올드델리는 ‘세속 천당’ 같다. 도로는 겹겹이 쌓여 있고 길 위의 차량은 떼를 이룰 만큼 많다. 한가한 소 떼와 어지럽게 돌아다니는 강아지, 도로를 횡단하는 사람들과 각종 자동차, 마차, 손수레, 삼륜차들이 아무 일 없이 잘 어울리고 있다. 녹지도, 공터도 볼 수 없었다. 도시 전체가 낡은 주택과 잡동사니와 차량들로 메워져 있다.
번잡하고도 번화한 각종 점포와 길가에 늘어져 있는 좌판들은 부지불식간에 인도판 ‘청명상하도’(북송의 도시풍경을 묘사한 중국의 1급 국보)를 그려낸다.

타지마할, 권력과 사랑의 희비극
아그라(阿格拉)는 델리에서 남쪽으로 24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인도 북부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다. 델리에서 출발해 차로 6시간 걸려 우리는 아그라의 유명한 붉은 성과 타지마할에 도착했다.
타지마할은 무굴제국 제5대 황제 샤 자한이 사랑하는 왕비 뭄타즈 마할을 위해 건설한 묘지이다. 타지마할에는 전자제품과 담배, 라이터 등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또 입구에서는 공항에서와 같이 엄격한 안전검사를 거쳐야 한다. 신체검사 시에는 신발을 벗어야 하며 맨발로 타지마할에 들어서야 한다. 타지마할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고 등을 켤 수도 없다.
어둠 속에서 관리인이 손전등으로 벽을 비추기 때문에 벽에 가득한 홍보석과 조모녹 등 다양한 보석을 볼 수 있다. 그 보석이 발하는 찬란한 광택이, 화려함으로 가득했던 지난날의 무모한 사랑을 짐작하게 해준다. 영웅호걸의 위대한 전략, 낭만적인 사랑, 정치적 모략, 부자간의 배반과 형제간의 살인 등은 화려하면서도 비극적인 비문일 것이다.

녹야원, 부처 최초의 설법지
바라나시(瓦拉納西)는 1957년 이전까지 베네레스로 불렸다. 인도북부 갠지스강 중류의 바라나와 아시 두 강 사이에 있으며 힌두교, 불교, 지나교의 주요성지이다. 주요 명승고적지에는 갠지스강 목욕탕과 석가모니가 처음으로 설법을 편 녹야원이 있다. 이곳은 현장법사가 “천신만고를 겪은 끝에 도착한 극락의 서방정토”라 부른 곳이다.
녹야원은 바라나시에서 북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고대 인도불교 4대 성지 가운데 하나이다. 12세기 후반에 녹야원은 터키의 침략을 받아 그로써 건축, 불상 등이 심각하게 파괴됐다. 일부만 남은 유물 가운데 아유왕 석주(돌기둥)가 가장 유명하다. 현재 이 석주의 주요 부분과 출토된 홍사석 보살상 등 수많은 불교문물은 모두 ‘녹야원 고고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바라나시는 힌두교도가 시바신에게 참배하는 곳이라 시내에는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시바신 참배사원이 건설돼 있다. 바라나시에서 가장 신성한 곳은 갠지스강 욕탕이다. 신도들은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면 평생의 죄악을 씻을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신도들은 또 죽은 후에 화장돼 성스러운 강에 흩뿌려지길 기대한다. 여신의 혼과 함께 승천하기 위해 갠지스강변의 간이 화장터는 밤낮으로 연기가 끊이지 않는다.
다음 여정인 보리가야(菩提迦耶)는 석가모니가 성불한 곳으로 인도 바라나시에서 남쪽으로 150km 떨어진 곳에 있다.

보리수 아래서 명상을
바라나시에서 차로 7시간 걸려 도착한 보리가야는 시 전체가 사원과 불탑으로 이뤄져 있는, 그야말로 불교의 성지였다.
보리가야의 중심지인 마하보리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온 승려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경전을 읽고 있었다. 주요 건축물인 정각탑은 전형적인 인도풍의 나선형탑이다. 하지만 마하보리사를 성스럽게 만드는 것은 탑 뒤 서쪽에 있는 유명한 대보리수다. 부처는 이 나무 아래서 득도해 성불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로 인해 이 나무를 찾는 불교도들의 참배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가 도착한 때도 보리수 아래는 좌선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중국어를 하는 승려에게 어디서 왔는지 물으니 칭하이라고 답한다. 그밖에도 적지 않은 시장(티벳) 출신 라마교승려들이 머리를 찧으며 불경을 암송하고 있었다.
불교를 믿건 안 믿건, 우리 일행 전원이 보리수 아래 앉아 명상을 하며 심신이 정화되기를 기원했다.

서역행의 종착지 나란타
나란타사(那爛陀寺)는 현장법사 서역행의 종착지다. 이 절의 다른 이름은 유명한 서유기에 나오는 다레인스(다뢰음사)이다. 나란타 유적은 영국 고고학자 알렉산더 캐니햄이 현장법사의 대당서역기에 기재된 내용에 근거해 오랜 발굴 작업을 벌인 끝에 발견했다.
인도의 고성 왕스성 밖에 위치한 나란타사는 한때 인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장관이었던 불교사원이다. 대승과 소승을 불구하고 막대한 양의 불교경전 나아가 브라만교의 가장 오래된 경전과 천문, 지리, 기예, 의약, 교습, 음운 등에 관한 서적이 이곳에 비치돼 있다. 현장법사는 나란타사에 정착해 5년간 불교 경론을 연구했다. 그런 다음 서기 645년경 520여첩, 모두 657부의 불교 경전을 가지고 당나라 장안(지금의 시안)으로 돌아갔다.
오늘 나란타사는 붉은 색의 크고 허물어진 담장에 규모가 작지 않은 탑의 잔해만 남아 있다. 그렇지만 남아 있는 석주에는 천태만상의 모습을 한 부처상이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조각돼 있다. 현장이 찾은 서방정토의 종착지는 그렇게 상전벽해 속에 수천 년 역사의 무상함과 신비에 젖어 있었다.
정리 김선태 기자 kst@naeil.com

중국망 취재진은 중국 시안에서 인도 나란타까지, 1300년 전 불법을 얻고자 현장 법사가 떠난 서역기행을 그대로 따라가며 저 위대한 고승의 자취를 기록했다. 현장법사가 걸어간 길의 총연장은 무려 2만5000km로 이른바 실크로드라 불리는 동서횡단로가 이에해당한다. 본지는 이 기록의 일부를 세 번에 나누어 싣는다. 전문과 관련 사진을 비롯한 자세한 내용은 중국망 한국어판 홈페이지에 전자책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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