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속의 소중한 우리 유산 - 사라지는 소중한 기억
지난 토요일은 단체의 회원들과 충남 태안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신두리 해안사구에 다녀왔다. 설명을 통해 해안사구의 중요성을 듣고 모두 함께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활동을 짧은 시간이나마 갖고 돌아왔다. 해안사구의 문화재보호구역 바로 코앞까지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이곳이 모래언덕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백미터에 걸쳐 숙박과 위락시설이 들어서 고유한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이곳은 상업광고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장소이다.
우리가 생활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영상매체이다. 영화 혹은 TV를 통해서 전국과 세계의 명소들을 볼 수 있으며, 인상에 남는 장소들이 많이 있다. 상업광고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곳들이 자연환경과 역사문화경관이 훌륭한 장소에서 많이 촬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우리의 보전정책에서는 이내 그 장소들이 무차별한 개발과 관광으로 훼손의 위기에 처해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빗자루를 타며 공중 축구를 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이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배경으로 나오는 대부분의 고성과 그 내부는 실제로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가 소유하고 보존하고 있는 윌셔 지방의 레이콕 수도원이 그 배경이다. 또한 올 초에 개봉했던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대기를 다뤘던 영화 ‘미스포터’에 나온 영국 서북부 호수지방의 풍경과 농사장면은 실제로 포터가 내셔널트러스트에 기부한 토지와 농장, 건물에서 촬영이 되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와 2006년 11월 개봉된 뮤지컬 영화 <삼거리 극장="">의 영화관 내부 촬영장소로 사용되었던 부산 동구에 위치한 ‘삼일극장’은 교통시설 확충에 따른 부지 편입으로 1944년 건립된 이후 62년만에 철거가 되었다. 충무로의 스카라 극장이 문화재등록 과정에서 멸실된 안타까운 사실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자치단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무늬만 옛 것으로 치장해 놓은 세트장을 지었으나, 이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곳들이 여럿 있다. 전국의 수많은 문화재와 비문화재 전통가옥들은 관리가 안 되고 방치된 채 안내판만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철도공사가 간이역 60곳의 운행을 포기하여 언제 멸실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산업화시대 탄광 주민들의 애환이 살아있는 태백선의 함백역사가 행정상의 확인절차 미흡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가, 주민들의 의지와 자발적인 모금으로 최근 복원이 시작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문화재청은 근대의 기록영화들도 등록문화재에 포함시키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1970년대 이후의 영화들에 등장했던 장소들도 현재 모습이 많이 달라진 곳들이 많이 있다. 영화 자체의 보존 뿐 아니라,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장소들에 관한 연구도 같이 병행되어야 급속한 개발시대의 희생량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문화재등록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관리와 보수예산의 확보, 활용을 위한 노력에 내실을 기해야 문화재로서의 의미가 살아날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05년 충남 연기군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일대 2205만여 평 마을에 대한 문화유산 지표조사를 실시하여 보고서를 집대성했다. 특히 반곡리는 민가 140여 채에 대한 실측조사와 주민생활문화까지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에코뮤지엄을 제안하고 있다. 개발로 인해 사라질 곳은 이 조사과정에서 촬영하고 기록한 사진, 음성 및 동영상 자료로 사이버고향마을을 구축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역사경관 보존의 마지막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문화국민의 힘은 새로운 것에서 만들어지기 보다는 고유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포함한 역사경관의 보존을 통해서 지속적인 가치가 창출된다. 관련 행정기관과 영상산업에 관계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우리의 역사경관을 지키는데 지혜를 모아야 100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우리도 이제는 발 빠르게 준비하여 이 작업을 실행에 옮겨 나가야 할 것이다.
최호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담당 부장
2007.6.11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삼거리>친구>
지난 토요일은 단체의 회원들과 충남 태안에 위치한 천연기념물 신두리 해안사구에 다녀왔다. 설명을 통해 해안사구의 중요성을 듣고 모두 함께 외래식물을 제거하는 활동을 짧은 시간이나마 갖고 돌아왔다. 해안사구의 문화재보호구역 바로 코앞까지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이곳이 모래언덕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백미터에 걸쳐 숙박과 위락시설이 들어서 고유한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이곳은 상업광고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장소이다.
우리가 생활속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영상매체이다. 영화 혹은 TV를 통해서 전국과 세계의 명소들을 볼 수 있으며, 인상에 남는 장소들이 많이 있다. 상업광고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곳들이 자연환경과 역사문화경관이 훌륭한 장소에서 많이 촬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우리의 보전정책에서는 이내 그 장소들이 무차별한 개발과 관광으로 훼손의 위기에 처해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빗자루를 타며 공중 축구를 하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이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배경으로 나오는 대부분의 고성과 그 내부는 실제로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가 소유하고 보존하고 있는 윌셔 지방의 레이콕 수도원이 그 배경이다. 또한 올 초에 개봉했던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대기를 다뤘던 영화 ‘미스포터’에 나온 영국 서북부 호수지방의 풍경과 농사장면은 실제로 포터가 내셔널트러스트에 기부한 토지와 농장, 건물에서 촬영이 되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와 2006년 11월 개봉된 뮤지컬 영화 <삼거리 극장="">의 영화관 내부 촬영장소로 사용되었던 부산 동구에 위치한 ‘삼일극장’은 교통시설 확충에 따른 부지 편입으로 1944년 건립된 이후 62년만에 철거가 되었다. 충무로의 스카라 극장이 문화재등록 과정에서 멸실된 안타까운 사실은 이미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자치단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무늬만 옛 것으로 치장해 놓은 세트장을 지었으나, 이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곳들이 여럿 있다. 전국의 수많은 문화재와 비문화재 전통가옥들은 관리가 안 되고 방치된 채 안내판만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철도공사가 간이역 60곳의 운행을 포기하여 언제 멸실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산업화시대 탄광 주민들의 애환이 살아있는 태백선의 함백역사가 행정상의 확인절차 미흡으로 하루아침에 무너졌다가, 주민들의 의지와 자발적인 모금으로 최근 복원이 시작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문화재청은 근대의 기록영화들도 등록문화재에 포함시키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1970년대 이후의 영화들에 등장했던 장소들도 현재 모습이 많이 달라진 곳들이 많이 있다. 영화 자체의 보존 뿐 아니라,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장소들에 관한 연구도 같이 병행되어야 급속한 개발시대의 희생량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문화재등록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관리와 보수예산의 확보, 활용을 위한 노력에 내실을 기해야 문화재로서의 의미가 살아날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05년 충남 연기군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일대 2205만여 평 마을에 대한 문화유산 지표조사를 실시하여 보고서를 집대성했다. 특히 반곡리는 민가 140여 채에 대한 실측조사와 주민생활문화까지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에코뮤지엄을 제안하고 있다. 개발로 인해 사라질 곳은 이 조사과정에서 촬영하고 기록한 사진, 음성 및 동영상 자료로 사이버고향마을을 구축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역사경관 보존의 마지막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문화국민의 힘은 새로운 것에서 만들어지기 보다는 고유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포함한 역사경관의 보존을 통해서 지속적인 가치가 창출된다. 관련 행정기관과 영상산업에 관계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우리의 역사경관을 지키는데 지혜를 모아야 100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우리도 이제는 발 빠르게 준비하여 이 작업을 실행에 옮겨 나가야 할 것이다.
최호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담당 부장
2007.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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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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