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과제
김수종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지구온난화가 결코 공상과학이 아니라 현실적 위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누가 어떻게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행동에 나서느냐는 데 모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세계 65억 인구가 모두 나서야 할 일이나,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다.
인류는 10년 전 유엔의 이름아래 ‘교토의정서’라는 해결방식을 고안해냈다. 개별국가에게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이하로 묶어두는 방법이다. 그러나 최대 배출국인 미국의 부시정부가 참여를 거부한데다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에 대한 배출규제가 유예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부정적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 한 줄기 긍정적 신호가 미국 뉴욕에서 떠올랐다. 5월 중순 전 세계 16개 대도시 시장들이 뉴욕에서 ‘C40’ 정상회의를 열고 도시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뉴욕 런던 도쿄 시장들과 나란히 오 세훈 서울시장이 이 회의 연단에 섰다.
뉴욕 C40 정상회의 참석
‘C40’은 2005년 런던에서 결성된 후 매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뉴욕 정상회의에서는 클린턴 재단과 시티은행을 비롯한 5개 큰 은행이 공동으로 도시 빌딩의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키는 프로그램을 내 놓았다. 은행이 50억 달러의 융자를 해주고 현재 존재하는 빌딩의 냉난방과 조명시설을 개조한다면 뉴욕의 빌딩을 기준으로 20~5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절약된 에너지 비용으로 은행융자를 갚도록 하자는 게 이 프로그램이 골자다.
도시는 지구 표면적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세계 인구의 50%가 몰려 살고 있으며 전체 에너지의 75%를 소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지구온난화의 화약고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서울시에서는 어떻게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경친화적 지자체장이다. 그의 국회활동과 시민단체에서의 역할은 물론 몇 번 모임을 통해 판단할 수 있었다. 과문한 탓에 다른 자치단체장들의 환경마인드에 대해서 가타부타할 수는 없지만 오 시장의 환경친화적 자세와 정서는 다른 시장이나 도지사에게서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고 본다.
아직도 우리나라 지자체장에게 환경친화적이라는 개념은 거리 미화나 공원과 산책길 조성 또는 수질 및 대기오염 범주에 머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 시장은 그 차원을 한 단계 넘어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식견을 가질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 시장의 마인드와 서울 시민의 환경마인드 사이에는 굉장한 괴리가 있다. 이산화탄소는 보통 서울시민에게 아무 불편을 주지 않는다.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고, 오존이나 산성비처럼 당장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에너지 중독에 걸린 시민에게 불편을 주게 된다. 뉴욕시장처럼 자동차 연료를 바꾸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런던시장처럼 교통 혼잡지역 통과세도 매길 수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협의하여 에너지 과소비자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쓴 약도 처방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은 청계천 복원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일이다. 환경주의자라면 모를까 처음에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을 것이다. 자칫 유권자의 불만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기반인 한나라당지지 시민, 그 중에서도 부유한 강남사람들에게 불편한 조치가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일 것이다. 높은 배기량의 외제 차나 평수가 넓은 고층 아파트는 모두가 에너지 다소비형 재산들이다.
이런 배경을 생각할 때, 뉴욕 C40회의에서 나온 빌딩에너지 효율화 방안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경제적 인센티브가 수반되는 현실적 방안을 논의했고 거기에 은행 등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뉴욕 회의를 통해 어떤 착상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할 일은 우선 두 가지라고 본다.
온난화 위기알리는 전도사 역할
첫째는 경제적 부담이 덜 가는 방안, 즉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투자가 곧 반대급부로 돌아올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행정력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둘째는 오 시장이 서울시민, 특히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에게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마음을 통해 알리는 전도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쓴 약을 처방하기 위해서는 예비 작업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한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반환경적인 도시의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 마인드를 가진 시장 중 한사람인 오세훈 시장의 출발점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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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언론인 전 한국일보 주필)
지구온난화가 결코 공상과학이 아니라 현실적 위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누가 어떻게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행동에 나서느냐는 데 모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세계 65억 인구가 모두 나서야 할 일이나,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다.
인류는 10년 전 유엔의 이름아래 ‘교토의정서’라는 해결방식을 고안해냈다. 개별국가에게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이하로 묶어두는 방법이다. 그러나 최대 배출국인 미국의 부시정부가 참여를 거부한데다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에 대한 배출규제가 유예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부정적 분위기 속에서 얼마 전 한 줄기 긍정적 신호가 미국 뉴욕에서 떠올랐다. 5월 중순 전 세계 16개 대도시 시장들이 뉴욕에서 ‘C40’ 정상회의를 열고 도시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뉴욕 런던 도쿄 시장들과 나란히 오 세훈 서울시장이 이 회의 연단에 섰다.
뉴욕 C40 정상회의 참석
‘C40’은 2005년 런던에서 결성된 후 매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뉴욕 정상회의에서는 클린턴 재단과 시티은행을 비롯한 5개 큰 은행이 공동으로 도시 빌딩의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키는 프로그램을 내 놓았다. 은행이 50억 달러의 융자를 해주고 현재 존재하는 빌딩의 냉난방과 조명시설을 개조한다면 뉴욕의 빌딩을 기준으로 20~5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절약된 에너지 비용으로 은행융자를 갚도록 하자는 게 이 프로그램이 골자다.
도시는 지구 표면적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세계 인구의 50%가 몰려 살고 있으며 전체 에너지의 75%를 소비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지구온난화의 화약고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서울시에서는 어떻게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환경친화적 지자체장이다. 그의 국회활동과 시민단체에서의 역할은 물론 몇 번 모임을 통해 판단할 수 있었다. 과문한 탓에 다른 자치단체장들의 환경마인드에 대해서 가타부타할 수는 없지만 오 시장의 환경친화적 자세와 정서는 다른 시장이나 도지사에게서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고 본다.
아직도 우리나라 지자체장에게 환경친화적이라는 개념은 거리 미화나 공원과 산책길 조성 또는 수질 및 대기오염 범주에 머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오 시장은 그 차원을 한 단계 넘어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식견을 가질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 시장의 마인드와 서울 시민의 환경마인드 사이에는 굉장한 괴리가 있다. 이산화탄소는 보통 서울시민에게 아무 불편을 주지 않는다.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고, 오존이나 산성비처럼 당장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에너지 중독에 걸린 시민에게 불편을 주게 된다. 뉴욕시장처럼 자동차 연료를 바꾸는 조치를 취해야 하고, 런던시장처럼 교통 혼잡지역 통과세도 매길 수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와 협의하여 에너지 과소비자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울 수 있는 쓴 약도 처방해야 한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은 청계천 복원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일이다. 환경주의자라면 모를까 처음에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을 것이다. 자칫 유권자의 불만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기반인 한나라당지지 시민, 그 중에서도 부유한 강남사람들에게 불편한 조치가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일 것이다. 높은 배기량의 외제 차나 평수가 넓은 고층 아파트는 모두가 에너지 다소비형 재산들이다.
이런 배경을 생각할 때, 뉴욕 C40회의에서 나온 빌딩에너지 효율화 방안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경제적 인센티브가 수반되는 현실적 방안을 논의했고 거기에 은행 등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뉴욕 회의를 통해 어떤 착상을 얻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할 일은 우선 두 가지라고 본다.
온난화 위기알리는 전도사 역할
첫째는 경제적 부담이 덜 가는 방안, 즉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투자가 곧 반대급부로 돌아올 수 있는 분야를 찾아 행정력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둘째는 오 시장이 서울시민, 특히 중산층 이상의 시민들에게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마음을 통해 알리는 전도사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쓴 약을 처방하기 위해서는 예비 작업이 필요하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한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반환경적인 도시의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친환경적 마인드를 가진 시장 중 한사람인 오세훈 시장의 출발점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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