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복지 그물망> ④ 성공실버프로그램

지역내일 2007-06-12
“60년 인생굴곡, 이젠 높이 날아야죠”
강남고용지원센터 고령자지원 집단상담
구직기술 뛰어넘는 자기혁신과정 포함돼

“지난 60년 인생 굴곡을 돌아보니 할 말이 많네요. 이번 프로그램을 마치고 새 직장 구할 겁니다. 그 다음엔 하늘 높이 나는 거죠.”(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성실프로그램 참가자 이기철씨)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10층. 할아버지・할머니 13명과 2명의 직업상담원이 둥글게 마주 앉아 ‘인생 곡선 그리기’에 한창이었다. 16절지 종이 한 장에 지나온 삶의 좋고 나쁨을, 마치 주가곡선처럼 그래프로 그렸다. 자신의 그래프를 참가자들에게 설명하는 노인들은 마치 ‘과거여행’을 다녀온 듯싶었다.
한 할머니는 설명을 시작하기도 전에 눈물부터 쏟았다. 진행자는 눈물 닦을 화장지를 갖다 주고는 할머니의 어깨를 쓸었다. “내 인생에서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어요. 3살 때 부모님을 잃고 …, 얼마전엔 2번이나 사기를 당했어요.” 참가자들은 모두 ‘쯧쯧’ 혀를 차며,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던졌다. 작년에 퇴직했다는 이 모씨는 “난 나이 때문에 취직이 힘들 거예요”라며 힘없이 ‘인생 곡선’ 설명을 마무리했다.
이 자리는 ‘성실프로그램’ 첫날 과정 중 하나였다. 성실프로그램(성실은 ‘성공실버’ 앞 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은 고용지원센터를 방문, 취업을 희망하는 만 55세 이상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학력이나 성별제한 없이 재취업 및 직업능력개발을 돕는 집단 상담이다. 10~15명과 2명의 진행자가 5일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0세. 모두 재취업을 위해 제2의 인생 도전장을 던진 이들이다.
성실프로그램의 기본 모형은 간단하다. 취업을 위해 먼저 희망취업분야를 이해하고, 일자리 정보찾기나 이력서 작성법 등 구직을 위한 연습을 한다. 효과적인 대화법 익히기와 감정조절법도 익힌다. 구직실행계획을 세우고 이를 성공시켜, 구직자는 정신적 경제적 건강을 누리고, 사회는 안정을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단순한 구직기술을 익히는 것 이상의 자기혁신과정이 포함돼 있다.
성실프로그램 첫날 참가자들은 실직과 구직 실패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잘 견딜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 가다듬기’를 한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한번 돌아보고, 앞날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가지려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효과검증을 위한 사전평가’, ‘건강 체조’도 이때 이뤄진다.
둘째 날은 취업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건강 자가 진단 △강점 발견하기 △희망직업 선택 △구직 네트워크 활용 △구직 실마리 찾기 등을 통해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확인하고, 구직 탐색에 들어간다. 셋째 날엔 성공 사례를 통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요인을 파악하고, 이력서 작성과 면접 체험을 한다. 넷째 날엔 △젊은이들과의 대화법 △화 다스리기 등을 배우고 구직과정과 취업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대인 갈등을 줄이는 연습을 한다. 마지막 날은 구직을 위한 실천 계획을 세운다. 취업동아리를 구성하고 가족에게 편지쓰기와 같은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취업계획을 마련한다.
장두진(57・서울 강남구 수서동)씨는 “성실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곧 취업할 것 같은 자신감을 가졌다”며 “구직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성실프로그램은 지난해 일부 고용지원센터에서 시범 도입한 이후 올해부터 서울・부산・경인・광주・대전 등 7개 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 본격 운영중이다. 프로그램 참가자의 평균 취업률은 22.5%(5월말 현재)로 전체 평균취업률 25.7%에 비해 낮지만, 고령자임을 고려하면 그리 낮은 편은 아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는 올해 총 201명. 운영 실적은 저조하다.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가 7회 진행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1~4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지원센터들은 아직 프로그램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눈치다. 강남고용지원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인력과 예산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직업상담원이 추가로 배치돼야 하고, 한번에 40만~50만원씩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프로그램을 늘일 수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인터뷰> 성실프로그램 담당 허난정 직업상담원
이력서・면접방법 배워 현장적용 ‘척척’
- 성실프로그램 참가자 반응은
현재 매분기 한번씩 진행하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 프로그램을 끝내고 나면 대부분 취업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신의 장점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려 한다.
- 어떤 이들이 주로 참가하는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고용지원센터를 찾는 어르신들이 많다. 구직활동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이들도 참여하고, 한동안 사회활동을 중단한 고령자들도 찾아온다.
- 프로그램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가.
실제 면접이나 이력서 작성법을 배우는데, 이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분도 있다. 실제 면접장에서 프로그램 덕을 봤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또 취업기술뿐만 아니라 대화를 잘하는 법, 자신감 회복하기 등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 서울 강남지역이기 때문에 고령자 프로그램 운영이 어렵지 않나.
원래 강남지역엔 고령 구직자가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50대 중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일을 더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도 적지 않다.
- 고령자 일자리는 충분한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사회적 일자리와 노인에게 맞는 일감이 생기고 있다.
- 고령자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눈높이를 낮추도록 하는 게 큰 과제다. 또 장기간 사회활동을 하지 않은 경력 단절자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이들은 인간관계나 정보획득 측면에서 취약하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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