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그 즐거움에 대하여
우 종 철 (한국자산관리공사 과장)
3년 전 회사 연수차 미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박사과정에 있던 여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는데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한동안 다리에 깁스를 해야 했다. 그 학생과 집이 가까워서 통학 시에 가끔 마주치곤 했는데, 그 때마다 남학생이 학교부터 집까지 자동차로 그 여학생의 통학을 도와주고 있었다. ‘도와주는 학생이 남자친구겠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학생과 아무 관계없는 자원봉사 학생이었다.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자원봉사자를 연결해 주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놀란 것은 아무런 대가 없는 자원봉사인데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었다. ‘이런 게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 ‘뭐 하러 저런 고생을 사서 하지?’ 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 우연한 기회에 회사의 자매결연 단체인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됐다.
한두 달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회사 일이 너무 바쁠 때에는 ‘왜 이런 걸 시작했을까’ 하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일단 아이들과 만나 수업을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고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우리나라도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되었고, 회사마다 사회공헌팀을 만들어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유용한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이 한 시대의 유행처럼 반짝했다 사라지지 않고 사회 곳곳에 뿌리깊이 자리잡으려면 기업의 경영전략 차원에서 머무르면 안 된다. 명절이나 연말 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회사 차원에서 행해지는 사회공헌 활동에 의존하기에는 따스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봉사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재작년부터 ‘문화포인트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 도서상품권이나 공연 티켓을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제도인데 직원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처음에는 도서상품권을 염두에 두고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행복과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에 빠져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촬영이 취미인 직원들은 무의탁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어드리고 중국경제를 공부하는 동아리에서는 정성을 모아 내몽고 지방의 조선족 학교를 후원하는 등 봉사활동의 종류나 분야도 점점 더 다양해 지고 있다. 늦은 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올 때면 이따금 3년 전 깁스를 한 여학생의 통학을 도와주던 자원봉사 학생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그때 그 학생에게 “당신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십니까?”하고 물었다면 아마도 그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다. “일단 한 번 해보시라니까요. 그러면 당신도 그 즐거움에 빠져들 테니까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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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회사 연수차 미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박사과정에 있던 여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는데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한동안 다리에 깁스를 해야 했다. 그 학생과 집이 가까워서 통학 시에 가끔 마주치곤 했는데, 그 때마다 남학생이 학교부터 집까지 자동차로 그 여학생의 통학을 도와주고 있었다. ‘도와주는 학생이 남자친구겠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학생과 아무 관계없는 자원봉사 학생이었다.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자원봉사자를 연결해 주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놀란 것은 아무런 대가 없는 자원봉사인데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었다. ‘이런 게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 ‘뭐 하러 저런 고생을 사서 하지?’ 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 우연한 기회에 회사의 자매결연 단체인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됐다.
한두 달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회사 일이 너무 바쁠 때에는 ‘왜 이런 걸 시작했을까’ 하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일단 아이들과 만나 수업을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고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우리나라도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되었고, 회사마다 사회공헌팀을 만들어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유용한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이 한 시대의 유행처럼 반짝했다 사라지지 않고 사회 곳곳에 뿌리깊이 자리잡으려면 기업의 경영전략 차원에서 머무르면 안 된다. 명절이나 연말 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회사 차원에서 행해지는 사회공헌 활동에 의존하기에는 따스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봉사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재작년부터 ‘문화포인트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 도서상품권이나 공연 티켓을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제도인데 직원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처음에는 도서상품권을 염두에 두고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행복과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에 빠져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촬영이 취미인 직원들은 무의탁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어드리고 중국경제를 공부하는 동아리에서는 정성을 모아 내몽고 지방의 조선족 학교를 후원하는 등 봉사활동의 종류나 분야도 점점 더 다양해 지고 있다. 늦은 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올 때면 이따금 3년 전 깁스를 한 여학생의 통학을 도와주던 자원봉사 학생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그때 그 학생에게 “당신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십니까?”하고 물었다면 아마도 그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다. “일단 한 번 해보시라니까요. 그러면 당신도 그 즐거움에 빠져들 테니까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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