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자 밥일꿈

지역내일 2007-06-21
나눔, 그 즐거움에 대하여
한국자산관리공사 홍보실 우종철 과장

3년 전 회사 연수차 미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박사과정에 있던 여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는데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도 한동안 다리에 깁스를 해야 했다. 그 학생과 집이 가까워서 통학 시에 가끔 마주치곤 했는데, 그 때마다 남학생이 학교부터 집까지 자동차로 그 여학생의 통학을 도와주고 있었다. ‘도와주는 학생이 남자친구겠지’ 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학생과 아무 관계없는 자원봉사 학생이었다. 학교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과 자원봉사자를 연결해 주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놀란 것은 아무런 대가 없는 자원봉사인데도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점이었다. ‘이런 게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 ‘뭐 하러 저런 고생을 사서 하지?’ 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 우연한 기회에 회사의 자매결연 단체인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다. 이전에 계셨던 자원봉사 선생님이 갑자기 직장을 지방으로 옮기게 되어 중학생 아이들의 영어지도를 잠시라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한두 달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회사 일이 너무 바쁠 때에는 ‘왜 이런 걸 시작했을까’ 하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일단 아이들과 만나 수업을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힘이 나고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우리나라도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되었고, 회사마다 사회공헌팀을 만들어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 용기와 희망이 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고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유용한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이 한 시대의 유행처럼 반짝했다 사라지지 않고 사회 곳곳에 뿌리깊이 자리잡으려면 기업의 경영전략 차원에서 머무르면 안 된다. 명절이나 연말 또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회사 차원에서 행해지는 사회공헌 활동에 의존하기에는 따스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 많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이웃과 함께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 봉사라는 것이 처음에는 귀찮고 어렵다고 생각되지만 막상 몇 번 해보다 보면 딱딱한 의무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의 조그만 노력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끼게 된다. 처음 산을 오르는 사람은 산을 오르는 것이 두렵고 힘들게 느껴지지만 몇 번 반복하다 보면 산이 나의 친구처럼 생각되고 또 가고 싶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봉사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재작년부터 ‘문화포인트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 도서상품권이나 공연 티켓을 주는 일종의 인센티브제도인데 직원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처음에는 도서상품권을 염두에 두고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행복과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과 즐거움에 빠져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촬영이 취미인 직원들은 무의탁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찍어드리고 중국경제를 공부하는 동아리에서는 정성을 모아 내몽고 지방의 조선족 학교를 후원하는 등 봉사활동의 종류나 분야도 점점 더 다양해 지고 있다.
늦은 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올 때면 이따금 3년 전 깁스를 한 여학생의 통학을 도와주던 자원봉사 학생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그때 그 학생에게 “당신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십니까?”하고 물었다면 아마도 그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다. “일단 한 번 해보시라니까요. 그러면 당신도 그 즐거움에 빠져들 테니까요.”라고.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