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주식투자 열풍 현장을 가다] (3) "넌 주식투자 안하니?"

대화 주제 ‘대선’ 아니면 ‘주식 투자’

지역내일 2007-06-25
부모, 자식 손잡고 와 장기주식투자 직접 교육도
보수적인 공무원 교사 은행원도 주식시장 ‘기웃기웃’
‘확정이자’즐기던 고액투자자, 주식투자비중 확대

요즘엔 가족, 친구 심지어 종교모임에서도 ‘대선’과 함께 ‘주식투자’가 이야기 주제로 자리를 잡아버렸다. 국민 대다수가 주식에 투자하고 있거나 주식투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공통된 얘기, 주식” = 29세인 김 모 씨는 지난주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 중엔 가정주부도 있었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여성도 있었다. 처음엔 회사 얘기, 옛 추억을 대화주제로 올렸다. 그러나 말 꼬리는 금세 ‘집'' 얘기로 넘어갔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곧바로 ‘주식’으로 옮겨갔다. 돈 굴릴 방법으로 부동산이 아닌 주식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야기꽃은 ‘00펀드가 유망하다’느니 ‘친척 00가 주식에 직접투자해 얼마나 벌었다’느니 하며 활짝 핀 후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 ‘펀드투자 안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결론을 내고야 끝을 맺었다.
회사원인 30대 후반의 김 모씨는 “친구들과 만나면 먼저 대선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주식투자로 끝을 맺는다”며 “요즘 재테크로 부동산을 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주식투자가 대물림되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다. 중계동 60대 노인은 이제 갓 사회에 첫발을 디딘 자녀의 손을 잡고 객장에 나타났다. 한화증권 이상목 지점장은 “소액계좌와 CMA(자산관리계좌) 고객들은 주로 RP(환매조건부채권)에 투자해 확정이자를 챙기려고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직접 주식에 투자해보려는 사람이 많다”며 “특히 수익을 낸 부모들은 직장초년생들을 데려와서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쪽으로 가르치며 직접 계좌를 개설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은행도, 은행원도 = “농협, 은행 지점장들이 가장 보수적이다.” 법인영업과 투자설명에 자주 나가는 모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요즘 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화증권 이 지점장은 “은행원들은 매우 보수적인데 최근들어 소액으로 조금씩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익 대투증권 부사장은 “보수적이었던 은행들이 자기자본으로 주식투자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은 주식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대학의 기금도 주식쪽으로 운용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교수들도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은행 안전상품에 투자하던 서울시내 모대학교수인 김 모씨(56세)는 ELS(주가연동형증권)의 수익률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이자를 받다오다가 60%정도를 주식형펀드로 옮겨놓고 일부는 직접투자에 쏟아 부었다.
분당에서 사는 모 의과대학 교수(60세)는 ‘주식투자는 겁이 나서’ 최근까지 8억원 정도의 투자자금을 단기 채권과 공모주 청약 위주로 운용해왔다. 그러다가 올 4~5월부터 거치식 펀드에 1억5000만원을 넣고 매월 500만원씩 붓는 적립식 펀드에도 가입했다.

◆고액투자자들의 움직임 = 부동산에 들어갔던 자금을 청산하고 주식시장에 들어가는 사례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다만 1가구 2주택을 가지고 있다가 세금부담 등으로 팔았던 투자자금의 이동정도가 포착될 정도다.
한상언 신한은행 올림픽지점 PB팀장은 “부동산을 처분하고 주식에 투자하려는 고객은 거의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여유자금이 있는 사람들은 펀드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춘수 신한은행 스타시티지점장은 “양도세, 보유세 등을 피하기 위해 집을 처분했던 투자자들이 돈을 넣을 데가 만만치 않아 주식시장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전했다.
김선열 삼성증권 에프엔아너스 분당지점장은 “신규로 큰 돈을 가져오기 보다는 기존에 금융상품에 투자하던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고액고객들의 움직임도 바뀌고 있다.
신남석 동양종금증권 금융센터 방배본부 지점장은 “150억원정도의 금융자산을 가지고 있는 고객이 50억원 정도를 위탁계좌로 옮겨놓고는 직접투자에 나서기도 한다”며 “금융상품에 10~20억원 정도 투자하던 고객은 주로 채권형 펀드에 투자했었는데 이들은 주식형펀드로 옮겼다가 최근엔 직접투자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10억원 내외의 투자자들도 주식형펀드의 규모를 늘리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 말했다.

◆법인자금도 ‘슬금슬금’ = 보유현금이 많은 기업들의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현대증권 신촌지점 한영동 지점장은 “요즘 기업들은 부채가 거의 없는 반면 현금은 너무 많아 CEO의 판단으로 주식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은행에 넣어두는 것보다 수익이 많고 손실을 좀 보더라도 회사에 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EO가 주식에 직접투자하거나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얻은 기업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 지점장은 설명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보험업계’의 주식투자 참여만 남아있을 정도다. .

◆그러나 차분하다 = 무턱대고 ‘묻지마 투자’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2002년 코스닥 버블로 주식에 열광했던 시절과는 분명하게 다르다는 지적이다. 한화증권 이 지점장은 “아주머니가 아기를 업고 객장에 나타나는 경우는 없다”며 “보수적이었던 사람들은 주식에 직접 투자하더라도 소액으로 한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신 지점장은 “고액고객들은 잘 모르는 기업엔 손을 대지 않는다”며 “코스닥 대표기업이라도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며 거들떠보지 않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객들이 펀드투자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고 장기투자를 하고 있어 예전과 같은 ‘묻지마 투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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