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지 생시인지(백두산관광단에 참가하고)

지역내일 2000-10-02 (수정 2000-10-02 오후 5:04:44)
사람과 나무가 더불어 사는 북녘땅


꿈인지 생시인지
서울에서 시베리아철도를 이용하여 10여일을 달려도 갈수 없던 유럽에 우리는 이제 10시간
남짓이면 비자도 필요없이 마음대로 왕래할 수 있을 정도로 변한 세상에 살고 있다. 지난달
22일 김포공항에서 평양까지 직행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서울에서 항공기편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가 평양이 아닐까? 분단 50년동안 언젠가 우리 선조와 아버님께서
다니시던 그 행로로 북녘땅을 밟을 날이 오리라 우리는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 왔던가. 그러
나 그 길은 금강산으로 그리고 개성으로 해서 점진적으로 열리리라 믿었다. 그날이 이렇게
갑자가 오리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백두산에 도착한 우리는 서로 이것이 꿈이
아니냐고 묻곤했다.

피는 물보다 진했다
아시아나항공사의 특별기를 타고 평양에 도착한 후 고려항공사소속 비행기로 갈아타고 삼지
연까지 와서 소백산초대소 종합센터에 도착했다. 피곤하고 긴장했던 여로였으나 우리를 연
도에 도열해서 뜨겁게 환영해준 초대소 종업원들과 어울려 금새 손을 마주잡고 한민족임을
확인했다. 저녁식사후 종합센터의 커피샵에서는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첫곡으로 흘러나왔
다. 말이 통하고 피가 통하는 외국아닌 외국에 나는 난생처음으로 와있었다. 4-5명이 한방씩
쓰게되어 있는 스위스 별장 같은 우리숙소에는 한명씩의 하우스메이드가 배정되어 있었다.
그들중에는 우리가 떠나는 새벽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려 피가 물보다 짙다는 감동을 다시
금 심장에 아로새기게 하였다.
백두산과 한라산 교차관광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일행은 북측에서 먼저 초청을 받았다. 일
주일간의 짧고도 긴 여로는 참으로 감명 깊은 순간들로 점철되었다. 약100만년전에 용암이
분출하여 형성되었다는 백두산은 양강도 삼지연군에 위치한 민족의 성산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춥다는 삼지연군에서 우리일행은 5박5일을 보냈지만 날씨는 이상난동으로 매우 화창하
였고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아 예상과는 달리 포근한 일정을 보내게 되었다. 날씨덕분에 우
리단체는 안내강사들로부터 선생님들은 모두 착한사람이라는 말을 매번 들었다. 백두산 중
턱은 차라리 대평원와 같았다.
망망대해처럼 이어지는 이깔나무와 가뭄비나무군락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산정상의 해돋이
와 천지의 아름다움은 이미 알려져 있다. 새벽길에 산정상을 오른후 삭도를 타고 천지에 내
려와 얼큰한 산천어죽으로 아침을 먹는 맛은 일미중의 일미였다. 백두산과는 달리 삼지연군
의 아늑한 곳에 자리잡아 한겨울에도 얼지않고 주변을 눈꽃으로 장식한다는 44개의 리명수
폭포는 가히 세계적인 명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압록강의 시원을 이루는 이들 폭포는 나이
아갈 폭포와는 달리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포장중인 접근로와 숙박편의
시설을 갖춘다면 주변의 스키장과 삼림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인하여 훌륭한 사철관광자원
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삼지연에 핀 공연문화
삼지연군에서 특이한 것은 산골마을에도 공연문화가 꽃을 피고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일행
의 방문으로 급조된 공연단이 아닌 양강도 성인공연과 삼지연소년궁전의 학생 공연은 참으
로 감명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양강도 공연단의 공연이 끝나자 문호근단장이 단상으로 다가
와 악수를 청했고 문익환목사님의 장남으로 그를 소개했다. 그러자마자 공연단이 모두 몰려
와 그를 얼싸안았고 우리는 모두 그를 단상으로 초청하여 그의 노래를 들었다. 감독이 아닌
가수로 데뷔한 민족시인의 아들은 이인모선생을 북으로 보낸 한완상전부총리와 함께 가는
곳마다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성숙한 시민의식
2차대전까지 독일과 프랑스는 수차례의 전쟁으로 역사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이다. 프
랑스인은 독일에 오면 샹송을 부르지만 독일인은 프랑스에 가도 리드를 부르는 것을 삼가할
정도로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한다. 그러한 서독인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은 불가능하다고 했
던 통일을 이룩하여 10주년을 자축하고 있다. 남북한의 최초 민간교류를 성사시키려 갔던 우
리 개개인도 이러한 성숙한 모습을 북녘동포에게 보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을 가질 때
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사실 우리 방문단은 22일부터 28일까지 백두산을 관광한다는 신변보장각서 통지문만을 받
고 통일부의 북한방문증을 목에 걸고 평양에 도착했다. 자세한 일정이 협의가 안된 것은 백
두산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서둘러 출발하게 되었고 당연히 도착하면 평양을 포함한 전
일정을 배포받을 줄 알았으나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양측의 사전협의도 없었다는 것
을 알게 되자 여행목적이 일치할 리 없는 다양한 구성원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북측
의 관광개념은 학습차원에서 전적지를 답사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리 없는 우리들이었다. 우
리도 전에는 수학여행이 관광의 전부였던 것을 연상시킨다. 최소한 평양은 보고서야 돌아겠
다는 우리의 요청을 북측이 받아들였고 묘향산의 향산호텔에서 1박을 하게 되었다. 향산호텔
에서의 풍성한 대접과 그 유명한 서산대사가 생애의 후반을 보낸 보현사까지 관람하게 되자
일행의 불만은 사라졌다.

통일 위한 사려 깊은 배려
편안한 여행을 위하여 민화협 김령성부회장을 비롯한 여러 간부들의 우리일행에 대한 배려
와 환대는 극진하기 그지 없었다. 김부회장은 평양을 시작으로 우리일행이 대한항공기를 탑
승할 마지막순간까지 모든일정을 함께 하면서 때로는 사회자로 몇차례는 웅변으로 가끔씩
은 해설자로 공식 비공식으로 우리를 대했다. 김부회장은 외교관계는 물론 역사와 문화예술
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학식을 지닌 중후한 멋쟁이었다. 그분은 전일정을 우리와 함께 하며내
내 미소를 잃지 않고 세심한 데까지 주의를 기울여 주었다.

특히 우리일행 중에는 뜻깊은 회갑을 백두산에 맞은 두분의 교수와 돌아오는 날 생일을 평양
에서 맞은 통일부 사무관이 있어서 이번 방문을 더욱 잊지 못할 추억으로 만들었다. 동아대
의 손해식교수와 서울대의 안휘준교수님이 하루사이로 회갑을 백두산에서 지내게 되었다.
김부회장은 그 두분들에게 일생일대의 회갑을 김정일위원장님의 이름으로 정성을 다해 축하
해주어 우리일행으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그뿐아니라 통일부의 황사무관에게는 평양의
옥류관에서 생일파티를 열어줄 정도의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같은날 평양과 서울 두곳
에서 생일축하를 받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맏형처럼 따뜻하고 식견이 높은 관광총국의 황봉
택처장은 우리를 감동시킨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는 직책상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서도 꼭 필요한 시점에서만 중간중간 관광현황을 우리에게 해설해주었다. 버스가 서고 휴식
시간이면 자신이 너무 말을 많이 해서 오히려 일행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를 꼭 확
인하기도 했다. 한번은 관광자원 해설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라고 말하고 나서 곧
바로 “아,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써서 죄송합니다” 라고 즉각 자신의 말을 고쳐나갈 정도로 신
중함을 보여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잠재력 높은 관광자원
한국관광공사 조홍규사장이 밝힌데로 “보이는 것이 모두 관광자원이었다”. 무공해의 대자연
과 맑고 푸른 물 거기에 간직해온 문화자원은 가히 세계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50여년
간 우리의 환경과 자연파괴는 날로 극심하여 매우 심각한 지경에 이르지 않았는가? 산업화
에 따른 공장건설에다 최근에는 신도심까지 러브호텔등을 마구 허가해주어 산과 도시가 한
꺼번에 제못습을 잃어가고 있는 우리 현실과는 전혀 다르다. 별로 손대지 않는 자연보전이
북쪽의 관광자원이 되어 엄청난 부와 고용을 동시에 가져다 줄 주요한 잠재산업이 될 것임
에 틀림없었다.
북한의 경우 삼지연과 묘향산은 절묘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평양은 공원면적
세계최대를 자랑할 정도로 정원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아직 관광의 경제성을 추구하지 않고
환경보전정책을 철저히 실시하여 자연 그대로를 훼손없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묘
향산 보현사의 경우 사찰오른쪽 끝에는 팔만대장경보존각을 새로 지었으나 절주변 어느 곳
에도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그리고 간판하나 볼 수 없이 옛정취만을 그대로 풍기고 있었다.
명산명찰에는 접대소하나도 함부로 설치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문화재주변을 분탕칠해 놓
은 우리의 남개발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북측단장 김령성부회장의 설명에 의하면 지금까지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중심의 3각관광
산업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서울, 평양, 러시아의 나홋카와 중국의 베이징을
연결하는 관광협력산업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6.15 공동선언이 그 길
을 열어 놓았다며 우리 민족구성원 모두가 이를 잘 이행하도록 자기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
고 강조했다.
세계사적인 경의선 복원과 남북을 연결하는 관광코스를 개발한다면 더불어 잘 살수 있는 길
이 한반도에 열릴 것이리라는 확신을 더욱 깊게 하고 돌아왔다. 워싱턴에 사는 동안 피바디
음대의 안용구교수께서 " 바이올린교습을 시킨 평양학생들의 재능이 탁월하다는 것 그리고
윤이상오케스트라가 세계최고의 수준"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실제로 삼지연소년궁전아
이들의 공연모습과 평양소년궁전아이들의 연습장을 일일이 돌아보면서 문화력을 키우려는
북한의 참모습을 알게 된 것이 더더욱 귀중한 소득이었다. 21세기는 문화와 환경세기라는 말
을 되새겨본다.
우리가 받은 환대와 잘 보전된 자연환경으로 인하여 우리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환상적인 나
날을 보냈다.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고 보호하려는 수준높은 국민의식을 발현한다면 더불어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50여년동안 남북에 놓인 깊은 골을 하루
아침에 채우기는 지난한 일이리라. 그러나 피를 나눈 동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를 이웃
보다 절친하게 대해준 그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깊이 새겨야겠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하여
우리를 대접해 주고 우리들을 천진함과 진솔함으로써 감동시켜준 모든 이들에게 무한한 감
사를 드리며 모두 다시 함께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림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정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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