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제는 다민족 사회로-21세기 신한국인 결혼이민자]⑪결혼이민자 네트워크는

인터뷰 - 페트리샤 아마란또 서울지역 결혼이민자 대표

지역내일 2007-07-09
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민자 여성 대다수는 심리적 외로움을 느끼고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 차원에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확대 방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내용조차 모르는 이들도 아직 대다수다. 특히 여성의 경우 출산과 가정문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상담에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네트워크를 결성, 정보교류와 상담을 확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최근 온라인을 통해 회원들이 정보를 나누고 오프라인에서 실질적 도움을 주는 방안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정보교류 필요해요”
나라별 대표자들과 상담·교육 … 논의 통해 이민자 요구 정부에 먼저 전달하기도

혼자라는 생각은 자신을 더욱 고립시킬 뿐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요. 자신과 같은 어려움에 처한 이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해결방안을 적극 찾아야 합니다.”
서울지역 결혼이민자모임 대표인 페트리샤 아마란또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1995년(당시 24세) 한국인 김천중씨를 만나 결혼, 한국생활 12년째를 맞고 있다. 아이들도 낳아 딸은 열한 살 아들은 현재 일곱 살이다.
이제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자부하는 페트리샤씨는 오랜 기간 경험을 바탕으로 ‘자립심’ 그리고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6년 서울지역 모임 결성 = 페트리샤씨가 결혼했을 당시 주변에 결혼이민자들이 드물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교육정책과 기관도 거의 없었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한국어를 배우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 모두 대단한 모험이었다”고 회상했다. 도와주는 사람 없이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하면서 많이 울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나 혼자만 너무 어렵다”는 심리적 고통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한국생활에 적응하면서 페트리샤씨는 결혼이민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아픔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서울지역 결혼이민자모임 회장직을 기꺼이 맡은 것도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 쉽게 적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서울지역 결혼이민자모임은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2006년 9월에 결성됐다.
페트리샤씨는 “한국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를 적극 알리고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목적으로 모였다”며 “무엇보다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에 정착하기 쉽게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돕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모임은 전화나 인터넷카페(http://cafe.daum.net/immigration) 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회원 3배 이상 늘어 = 결혼이민자 모임의 특징은 단순한 친목 활동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이들은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것은 물론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을 관계기관에 건의하고 있다.
페트리샤씨는 “국적별·지역별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며 “관계기관 담당 공무원을 초빙해 입국에서부터 국적취득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히 듣고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혼이민자모임 소식지를 발행하고 인터넷 카페를 활성화함으로써 한국 정착에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모임이 활성화되면서 초기 500여명이었던 회원이 1500명으로 늘었다.
결혼이민자모임의 각국 대표자들은 요일별로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내 연락사무실에 출근해 상담을 하고 있다. 같은 상황을 겪어봤기 때문에 상담 효과도 예상외로 컸다.
페트리샤씨는 “한국어가 서툴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며 “상담을 의뢰한 이들이 다른 사람에겐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결혼이민자대표들에겐 쉽게 한다”고 말했다.
페트리샤씨를 비롯한 결혼이민자 대표들은 올해 지자체와 관련 단체의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관련기관과 연계해 직업 교육을 실시하거나 구직을 알선할 예정이며, 가정폭력·가출·이혼 등 결혼 파탄을 막기 위해 상담과 긴급구호 및 교육사업을 펼칠 생각이다.
페트리샤씨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정부와 관련 기관,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떳떳하게 자신을 밝혀야 = 최근 결혼이민자들이 급증하고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페트리샤씨는 “제도개선과 교육 못지 않게 결혼이민자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처음 시장에 갔을 때 무뚝뚝한 상인들을 보고 결혼이민자라는 이유로 날 무시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음날 화장을 곱게 하고 좋은 옷을 입고 당당하게 행동했더니 대우가 달라졌어요. 그때 알았죠. 대우를 받기 위해선 대우 받기 위한 몸가짐이 필요하다는 걸. 화장이나 좋은 옷이 중요하다는게 아니라 당당한 태도가 중요하다는 거죠.”
페트리샤씨는 “한국은 더 이상 남편의 나라가 아닌 내 나라이며 우리 아이들의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과 같이 본국을 떠나 한국 생활을 하고 있는 결혼이민자들에게 조언했다.
“외모와 언어가 다르다고 스스로 이방인이 되지 말고 떳떳하게 한국인임을 밝히고 나서야 해요. 한국 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인정할 때 가능하죠.”
필리핀 이름 ‘페르리샤 아마란또’ 그리고 한국어 이름 ‘한유진’을 동시에 쓰는 그녀의 말이다.
홍부용 리포터 전예현 기자 newslov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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