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 칼럼]검증은 과거청산의 최소치다

지역내일 2007-07-10
검증은 과거청산의 최소치다
유승삼 (언론인)

이명박·박근혜 측의 검증 공방은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는 것처럼 살벌한 느낌이다. 마침내 고소·고발에까지 이른 두 진영의 다툼은, 잡은 먹이 감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늑대들의 모습을 닮았다.
이런 적나라한 권력 다툼은 분명히 국민의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짙게 하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치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이런 과정도 과거사의 씻김굿이자 정치 투명화의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브루터스가 시저를 척살한 것도 세계정신의 지혜가 빚은 결과라고 했던 헤겔의 논리를 빌리자면 이·박 진영의 추악한 상대 헐뜯기도 과거사를 올곧게 철저히 청산하려는 시대정신의 작용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비리 문제와 관련 “새 시대의 장남이 되고 싶었지만 구 시대의 막내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회한을 토로한 바 있다. 이·박 두 사람 역시 새 시대 장남을 표방하고 싶겠지만 어느 여당 인사 표현을 빌면 ‘음습한 지난 날’은 과거사를 덮고 넘어가려 했던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과거 청산을 위해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국민은 과거를 알고 있다
두 사람과 같은 시대를 살아 온 국민으로서는 폭로전과 검찰의 수사가 아니더라도 보고 겪고 들은 바가 많고 짐작하는 바도 있다. 이명박씨는 “일에 미쳐 지내면서 나름대로 실수도 저질렀다. 일하다 그릇도 깨고 어떨 때는 손을 벨 때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이 못 될 결격 사유를 갖고 살아오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의 이런 변명이 없었더라도 지난 시대의 풍습을 익히 아는 국민들은 그의 뒷말까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앞의 말만은 이미 알거나 짐작하고 있었다.
박근혜씨는 항간 의혹에 관해 아직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변명하든 많은 국민은 나름대로 알고 있는 게 있고 능히 짐작하는 바도 있다. 같은 시대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살아 있다. 자주 인용되는 링컨의 말 그대로 “소수의 사람을 일시적으로 속일 수는 있지만 다수의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해 한 신문이 조사한 부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23.9%만이 ‘부를 이룬 노력을 인정하고 존경한다’고 했으며 57.7%는 ‘노력을 인정하지만 존경하지는 않는다’, 18.3%는 ‘노력을 인정하지도 않고 존경하지도 않는다’고 답했다. 부자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부유함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 아니라 비정상적 부의 형성과정에 대한 비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민들은 저마다 지난 시절의 부가 어떻게 형성되고 축적되었는지를 목격한 산 증인들이다. 독재 권력이 얼마나 무소불위했는가도 뼈저리게 체험했다. 물론 그 세월을 살면서 국민들 역시 때가 많이 묻은 것도 사실이다. 부자와 권력가에 대한 비판이 성공한 자에 대한 실패한 자의 질시일 뿐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누가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할 자격이 있느냐는 반문도 여기에서 등장한다.
그러나 오히려 국민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지도자에게 더욱 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지도자는 자신들이 갖지 않은 능력과 품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때 묻은 자신들과 다름없는 존재라면 부자나 권력자는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일 뿐 믿고 기댈 지도자일 수는 없다고 일반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과거를 덮어 두고 갈 수는 없다. 설사 실정법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도덕적 정치적 고해성사도 없이 지나칠 수는 없는 문제일 것이다. 한나라당 자체의 정책 토론에서 적절히 지적되었듯이 이·박의 과거는 지금 기준에서 보면 적어도 그 도덕적 수준이 낮았던 것만은 확실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쥬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도 분명하다.

이·박의 고해성사가 필요하다
과거를 돌이켜 볼 때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고해와 반성은 필수적이다. 그것은 ‘음습한 지난 날’을 용서 받는 최소한의 통과의례일 것이다. 개인을 위해서나 정치발전을 위해서나 과거를 씻어 내는 씻김굿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물론 대선이 나라 살림을 맡을 능력자를 뽑는 마당이지 도덕군자를 뽑는 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더럽혀진 손으로는 새 시대의 요리를 할 수는 없는 것도 분명하다.
같은 진영 안에서의 검증 공방이 볼썽사나운 점은 있지만 검증의 신뢰도는 더 높인다. 새로운 시대를 열려면 그만한 노력과 희생이 따라야 한다. 도덕성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정치 지도자의 꿈도 꾸기 어려운 풍토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고소·고발 취하로 사태를 얼버무리려는 최근 움직임은 옳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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