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예방체계가 급변하고 있다. 최근 한국산업안전공단이 혁신전략의 하나로 ‘책임경영시스템’을 채택해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면서부터다.
올해부터 공단은 그동안 중앙본부에서 결정해온 △인사·조직 △보수·예산 △연구개발 등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역본부장 등 분야별 책임경영자 10명에게 옮겼다. 위임된 권한에는 일선조직의 구성 및 정원 운영권까지도 포함시켰다. 담당 실·국장도 책임경영자들과 직무성과 계약을 이달말까지 체결토록 했다.
국내 공기업으로는 처음 시도한 이 변화는 모험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길상 한국산업안전공단이사장은 “고객이 없으면 공단도 없다”면서 “고객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기존 업무를 모두 고객중심으로 재설계하고,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의 전반적인 경영체계와 업무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사업방식은 전면 개편됐고, 수요자와 사업장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권한위임을 통한 창의적인 경영으로 성과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책임경영’은 현대경영의 새 흐름이다. 이 추세에 맞춰 직무분석을 바탕으로 인력활용 및 조직 활성화를 위해 분야별, 지역별 책임경영체제를 구현한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사례를 심층 취재하여 소개한다.<편집자 주="">
산안공단 서울본부 자발적 석면학습 눈길
안전·건설 분야도 사업체계방식 확 바꿔
한국산업안전공단 서울지역본부 유찬영(보건기술팀) 차장은 격주에 한번씩 월요일이면 ‘특별한’ 학습모임에 나간다. 오전 1시간동안 사내에서 진행하는 이 모임은 최근 사회관심사로 떠오른 석면문제에 대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할 방안을 찾자는 자발적 학습조직이다. 구성원은 서울지역본부 15명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다른 지역본부나 연구원 중에서도 관심을 갖기도 하고, 자문위원인 의사도 참석해 조언을 하기도 한다.
형식은 따로 없다. 하지만 관련법규·현장문제·학술이론 등 학습주제는 다양하고, 현장 전문가가 참석해 경험을 전수하거나, 사례발표를 듣기도 하며, 공학적 대책과 의학적 관리 및 국내외 정보수집과 분석까지 광범위하다.
지난 6월 25일 모임에선 ‘미국에서 도입된 새로운 석면해체 제거방법’을 주제로, 유 차장과 같은 부서의 후배가 발표를 맡았다. 유 차장은 “모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뚜렷한 성과는 아직 없다”면서도 “하지만 산재 막으려면 고객보다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하고, 실제 고객서비스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 모임이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혁신전략의 하나로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서울지역본부는 공단 책임경영체제 도입에 따른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곳중의 하나다.
국내 산업현장의 보건·안전을 책임져온 공단의 경영방식은 중앙본부에서 정책을 일괄 결정하면 지역별 본부가 이를 실행하는 ‘상명하달’ 식이었다. 예를 들어 본부에서 ‘건설현장의 재해율 감소 지시’가 떨어지면, 산하기관들은 지역특성이나 수요자 요구와 무관하게 지시에 맞는 사업을 만들어 추진하고 그 성과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전체 재해중 3분의 2가 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공단본부로부터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재해율을 낮추라고 하면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책임경영체제 도입 이후 서울지역본부에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안전분야다. 서울지역 산업특성상 전체 사업장 22만4000여개중 서비스업체가 82.3%를 차지하고 있고, 재해 비중도 60.4%나 된다.(2006년 12월말 현재)
서울지역본부는 서비스업 가운데서도 △건물종합관리업 △음식 및 숙박업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 등을 4대 주요업종으로 선정해 재해사고가 잦은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같은 업종에서 발생한 사고 유형을 분석하고 예방대책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본사 담당자와 작업장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보건분야도 새로운 사업방식을 잇따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지역본부는 최근 혈압·맥박 측정기, 체성분 측정기, 말초혈액순환 측정기 등 10종의 체력측정장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근로자의 체력을 재고, 운동처방 등 보건지도를 통해 뇌·심혈관계 질환과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해보자는 취지다. 사업장별 측정보고서는 연간 종합보고서로 작성되고 이에 따른 성과지표에 맞도록 사업을 진행한다.
건설분야는 서울지역 특성에 맞도록 사업체계를 바꿨다. 지난 3년간 재해가 잦은 구조물을 따로 분류하고, 안전기술역량을 여기에 집중했다. 50억원 미만 중소규모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추락·전도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건설업체 본사에 대해 무료컨설팅을 시작했다. 특히 서울지역에 많은 지하철과 초고층공사를 겨냥한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관련분야 안전협의체를 운영중이다. 공단 서울지역본부 박관병(교육정보센터) 차장은 “책임경영체제 이후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의 마인드”라며 “재해가 잦은 서비스업종뿐만 아니라 건설이나 제조업에서도 사업장 특성에 맞는 기술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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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공단은 그동안 중앙본부에서 결정해온 △인사·조직 △보수·예산 △연구개발 등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지역본부장 등 분야별 책임경영자 10명에게 옮겼다. 위임된 권한에는 일선조직의 구성 및 정원 운영권까지도 포함시켰다. 담당 실·국장도 책임경영자들과 직무성과 계약을 이달말까지 체결토록 했다.
국내 공기업으로는 처음 시도한 이 변화는 모험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길상 한국산업안전공단이사장은 “고객이 없으면 공단도 없다”면서 “고객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실천하기 위해 기존 업무를 모두 고객중심으로 재설계하고,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단의 전반적인 경영체계와 업무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사업방식은 전면 개편됐고, 수요자와 사업장 특성에 맞는 지원체계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권한위임을 통한 창의적인 경영으로 성과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책임경영’은 현대경영의 새 흐름이다. 이 추세에 맞춰 직무분석을 바탕으로 인력활용 및 조직 활성화를 위해 분야별, 지역별 책임경영체제를 구현한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사례를 심층 취재하여 소개한다.<편집자 주="">
산안공단 서울본부 자발적 석면학습 눈길
안전·건설 분야도 사업체계방식 확 바꿔
한국산업안전공단 서울지역본부 유찬영(보건기술팀) 차장은 격주에 한번씩 월요일이면 ‘특별한’ 학습모임에 나간다. 오전 1시간동안 사내에서 진행하는 이 모임은 최근 사회관심사로 떠오른 석면문제에 대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할 방안을 찾자는 자발적 학습조직이다. 구성원은 서울지역본부 15명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다른 지역본부나 연구원 중에서도 관심을 갖기도 하고, 자문위원인 의사도 참석해 조언을 하기도 한다.
형식은 따로 없다. 하지만 관련법규·현장문제·학술이론 등 학습주제는 다양하고, 현장 전문가가 참석해 경험을 전수하거나, 사례발표를 듣기도 하며, 공학적 대책과 의학적 관리 및 국내외 정보수집과 분석까지 광범위하다.
지난 6월 25일 모임에선 ‘미국에서 도입된 새로운 석면해체 제거방법’을 주제로, 유 차장과 같은 부서의 후배가 발표를 맡았다. 유 차장은 “모임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뚜렷한 성과는 아직 없다”면서도 “하지만 산재 막으려면 고객보다 더 깊은 지식이 필요하고, 실제 고객서비스에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 모임이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혁신전략의 하나로 책임경영체제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서울지역본부는 공단 책임경영체제 도입에 따른 가장 큰 변화를 겪는 곳중의 하나다.
국내 산업현장의 보건·안전을 책임져온 공단의 경영방식은 중앙본부에서 정책을 일괄 결정하면 지역별 본부가 이를 실행하는 ‘상명하달’ 식이었다. 예를 들어 본부에서 ‘건설현장의 재해율 감소 지시’가 떨어지면, 산하기관들은 지역특성이나 수요자 요구와 무관하게 지시에 맞는 사업을 만들어 추진하고 그 성과로 평가를 받아야 했다.
전체 재해중 3분의 2가 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서울지역본부의 경우 공단본부로부터 제조업이나 건설업의 재해율을 낮추라고 하면 곤혹스럽기까지 했다.
책임경영체제 도입 이후 서울지역본부에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안전분야다. 서울지역 산업특성상 전체 사업장 22만4000여개중 서비스업체가 82.3%를 차지하고 있고, 재해 비중도 60.4%나 된다.(2006년 12월말 현재)
서울지역본부는 서비스업 가운데서도 △건물종합관리업 △음식 및 숙박업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 △위생 및 유사서비스업 등을 4대 주요업종으로 선정해 재해사고가 잦은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같은 업종에서 발생한 사고 유형을 분석하고 예방대책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본사 담당자와 작업장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보건분야도 새로운 사업방식을 잇따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지역본부는 최근 혈압·맥박 측정기, 체성분 측정기, 말초혈액순환 측정기 등 10종의 체력측정장비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근로자의 체력을 재고, 운동처방 등 보건지도를 통해 뇌·심혈관계 질환과 근골격계질환을 예방해보자는 취지다. 사업장별 측정보고서는 연간 종합보고서로 작성되고 이에 따른 성과지표에 맞도록 사업을 진행한다.
건설분야는 서울지역 특성에 맞도록 사업체계를 바꿨다. 지난 3년간 재해가 잦은 구조물을 따로 분류하고, 안전기술역량을 여기에 집중했다. 50억원 미만 중소규모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추락·전도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건설업체 본사에 대해 무료컨설팅을 시작했다. 특히 서울지역에 많은 지하철과 초고층공사를 겨냥한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관련분야 안전협의체를 운영중이다. 공단 서울지역본부 박관병(교육정보센터) 차장은 “책임경영체제 이후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직원들의 마인드”라며 “재해가 잦은 서비스업종뿐만 아니라 건설이나 제조업에서도 사업장 특성에 맞는 기술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경흠 기자 khk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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