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일의 신발특성화 학교 ‘부산산업과학고’
문제아 학교가 젊은 기술인력 양성기관으로 탈바꿈
현장위주·학생중심 교육과정으로 학교적응력 높여
부산산업과학고 2학년에 재학중인 정태준군은 학교 가는 게 마냥 즐겁다.
오전 6시 45분에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의 집을 나선 정군은 시내버스와 통학버스를 갈아타고 학교에 도착하면 보통 8시 30분을 약간 넘긴다.
학교에 가는데만 꼬박 2시간이 걸리지만 정군의 발걸음은 매우 가볍다. 학교는 정군에게 꿈을 갖고, 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기 때문이다.
“경남정보대학에 진학해 신발 전문가로 크고 싶어요. 중학교 때부터 공부해온 디자인 분야를 신발에 적용할 수 있어 재밌고 자신감이 생겨요.”
정군은 한 때 많은 청소년들이 겪는 성장통을 경험했다.
중학교 시절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성적은 밑바닥이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몸이 아파 휴학을 해야 했다.
복학이 되지 않아 학교를 물색하던 중 과학고는 취직이 잘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입학했다. 이곳에 입학한 정군은 그렇게 관심이 없던 학교 공부를 시작했다.
특히 꿈을 갖게 됐다. 정군은 미래의 ‘신발디자인 전문가’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정군은 “조금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 갈 수 있잖아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띠었다.
이렇게 신발은 성장통을 겪던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희망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가락동에 위치한 전국 유일의 신발 특성화 고등학교인 부산산업과학고등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일명 ‘부산신발고’로 불리는 ‘부산산업과학고’는 지난 10여년간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부산신발산업의 기초를 만들고 있다.
부산서여자상업고등학교가 2000년 남녀 공학 공업계 고교로 전환한 뒤 부산산업인 신발 특성화 학교로 자리 잡았다.
매년 30명 정도 휴학이나 자퇴
특성화 학교로 지정된 이후 3년간 학교는 크게 달라졌다.
학교는 그동안 여타 다른 실업계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많았고,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몰려다니며 담배를 피거나 사고를 쳐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학교통학버스 의자는 칼로 여기저기 잘려 성한데가 없을 정도다. 매년 학생모집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현재도 456명 정원에 220명이 학비면제자다. 점심지원 대상이 273명으로 50%에 이른다. 특히 30명 정도는 매년 휴학이나 자퇴하고 있다. 모두 가정형편이 어려워 발생했다.
하지만 학교가 부산신발산업의 일부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가 부산산업의 일부로 편재되면서 지역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잇따랐다. 부산시를 비롯해 지역 신발업체 3곳에서 장학금을 내놓았다. 경남정보대와 연계해 매년 상위권 학생 20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도록 했다.
신발관련 대학 연계진학 신발만을 특성화한 이 학교는 한해 180명을 모집한다. 1학년 때는 기본 교육과정과 중국어, 컴퓨터 교육을 하고 2학년 때는 신발관련 과목의 실험과 실습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3학년 때는 전공 코스별 교과를 특성화해 신발 제조와 디자인, 금형 등 3개 분야로 나눠 전공제를 실시한다.
학교에는 신발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완벽히 구축돼 있다. 2, 3학년들의 경우 한주에 20시간 이상을 직접 신발을 만드는 현장위주 수업이다.
취업은 30~40% 정도로 창신과 트랙스타, 태광실업 등 신발 소재·완제품 회사들에 주로 취업하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도 취직이 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으로 진학하는데 협약을 맺은 경남정보대 신발패션과, 동서대 신발지식공학과 등 관련학과가 개설돼 있는 대학에 주로 진학한다.
또한 고등학생으로는 쉽지 않은 해외 연수도 연간 한두 차례씩 갖고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국과 베트남, 미국 등지의 신발 업체 현장을 둘러보며 경험도 쌓는다.
진학과 취업이 잘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교 지난 3년전부터 학생모집 미달 현상이 사라졌다.
학습능력을 끌어내자
특히 학교교과과정이 학생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학생의 변화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중 재미있는 수업과 생각하는 시험으로 ‘오고 싶은 학교’ 만들기는 모든 학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다보니 시험기간은 여가시간이었다. 시험시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교실문을 나가는 사례 다반사였다.
학교측은 문제해결에 나섰다.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생각하는 시험’을 추진했다.
“수업은 교과진도 중심에서 학생들 이해수준 중심으로 바꿨어요. 수업이 재미있어야 공부를 하지요. 또 시험문제만 제대로 읽으면 답을 알 수 있도록 했지요.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한 방법이었어요.”
부산과학영재학교 교장에서 2005년 이곳으로 부임한 문경근 교장은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개발이 덜된 학습능력을 학교가 끌어내자는 목표를 가지고 모든 것을 학생중심으로 만들었다.
이 결과 학생들이 공부에 관심 갖기 시작했고, 생활습관이 달라졌다.
중학교 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던 2학년 이태운군은 “시험문제를 읽다보면 답을 알 수 있어요. 실습도 어려운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학교 다니는 게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여전히 공부보다 일이 좋다는 이군은 학교 졸업 후 신발회사에 취업할 계획이다. 고생하는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어서다.
학교를 관할구역에 둔 가락파출소 최규삼 소장은 “요즘 과학고 학생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합니다. 교사들을 비롯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니 학생들이 착하고 예의바르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년 동안 학교 통학버스 기사로 근무했던 박재만씨도 “예전에는 의자시트를 칼로 자르고 반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공부도 열심히하고 아이들이 밝아졌어요”라고 말했다.
신발은 학교 정체성
방학이 되면 학교에는 어학실습실과 영화관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시작된다. 학교 주변 문화환경이 매우 열악해 학생들의 여가시간 활용을 위한 투자다. 어학실습실에는 언어민 교사가 올 예정이다.
카페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서관은 부산시내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기숙사 내에는 노래방이 있어 저녁이면 이곳에서 아이들의 노래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신발기능인력 양성이라는 목표가 세우지면서 모든 게 달라진 것 같아요. 물론 교사들이 매우 고생했죠. 신발특성화 학교로 전환하면서 학교의 정체성이 분명해 진 것이지요.” 문 교장은 ‘신발’이 학생과 학교에 희망을 심어줬다고 믿었다.
문진복 경남정보대 교수는 “이제 과학고 없이는 신발산업의 부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과학고는 신발산업에 젊은 기능인력을 제공하는 통로입니다”라며 “과학고는 부산신발산업의 희망입니다”라고 말했다.
부산=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문제아 학교가 젊은 기술인력 양성기관으로 탈바꿈
현장위주·학생중심 교육과정으로 학교적응력 높여
부산산업과학고 2학년에 재학중인 정태준군은 학교 가는 게 마냥 즐겁다.
오전 6시 45분에 부산시 사하구 감천동의 집을 나선 정군은 시내버스와 통학버스를 갈아타고 학교에 도착하면 보통 8시 30분을 약간 넘긴다.
학교에 가는데만 꼬박 2시간이 걸리지만 정군의 발걸음은 매우 가볍다. 학교는 정군에게 꿈을 갖고, 이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기 때문이다.
“경남정보대학에 진학해 신발 전문가로 크고 싶어요. 중학교 때부터 공부해온 디자인 분야를 신발에 적용할 수 있어 재밌고 자신감이 생겨요.”
정군은 한 때 많은 청소년들이 겪는 성장통을 경험했다.
중학교 시절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성적은 밑바닥이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몸이 아파 휴학을 해야 했다.
복학이 되지 않아 학교를 물색하던 중 과학고는 취직이 잘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입학했다. 이곳에 입학한 정군은 그렇게 관심이 없던 학교 공부를 시작했다.
특히 꿈을 갖게 됐다. 정군은 미래의 ‘신발디자인 전문가’로 자리매김 한 것이다. 정군은 “조금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 갈 수 있잖아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띠었다.
이렇게 신발은 성장통을 겪던 청소년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희망을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고 있다.
부산시 강서구 가락동에 위치한 전국 유일의 신발 특성화 고등학교인 부산산업과학고등학교가 바로 그곳이다.
일명 ‘부산신발고’로 불리는 ‘부산산업과학고’는 지난 10여년간 사양산업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부산신발산업의 기초를 만들고 있다.
부산서여자상업고등학교가 2000년 남녀 공학 공업계 고교로 전환한 뒤 부산산업인 신발 특성화 학교로 자리 잡았다.
매년 30명 정도 휴학이나 자퇴
특성화 학교로 지정된 이후 3년간 학교는 크게 달라졌다.
학교는 그동안 여타 다른 실업계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학생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이 많았고,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몰려다니며 담배를 피거나 사고를 쳐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학교통학버스 의자는 칼로 여기저기 잘려 성한데가 없을 정도다. 매년 학생모집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현재도 456명 정원에 220명이 학비면제자다. 점심지원 대상이 273명으로 50%에 이른다. 특히 30명 정도는 매년 휴학이나 자퇴하고 있다. 모두 가정형편이 어려워 발생했다.
하지만 학교가 부산신발산업의 일부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면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학교가 부산산업의 일부로 편재되면서 지역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잇따랐다. 부산시를 비롯해 지역 신발업체 3곳에서 장학금을 내놓았다. 경남정보대와 연계해 매년 상위권 학생 20명 정도가 대학에 진학하도록 했다.
신발관련 대학 연계진학 신발만을 특성화한 이 학교는 한해 180명을 모집한다. 1학년 때는 기본 교육과정과 중국어, 컴퓨터 교육을 하고 2학년 때는 신발관련 과목의 실험과 실습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3학년 때는 전공 코스별 교과를 특성화해 신발 제조와 디자인, 금형 등 3개 분야로 나눠 전공제를 실시한다.
학교에는 신발을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완벽히 구축돼 있다. 2, 3학년들의 경우 한주에 20시간 이상을 직접 신발을 만드는 현장위주 수업이다.
취업은 30~40% 정도로 창신과 트랙스타, 태광실업 등 신발 소재·완제품 회사들에 주로 취업하고 삼성전자 등 대기업에도 취직이 되고 있다.
나머지 대부분 학생들은 대학으로 진학하는데 협약을 맺은 경남정보대 신발패션과, 동서대 신발지식공학과 등 관련학과가 개설돼 있는 대학에 주로 진학한다.
또한 고등학생으로는 쉽지 않은 해외 연수도 연간 한두 차례씩 갖고 있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중국과 베트남, 미국 등지의 신발 업체 현장을 둘러보며 경험도 쌓는다.
진학과 취업이 잘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교 지난 3년전부터 학생모집 미달 현상이 사라졌다.
학습능력을 끌어내자
특히 학교교과과정이 학생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학생의 변화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중 재미있는 수업과 생각하는 시험으로 ‘오고 싶은 학교’ 만들기는 모든 학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다보니 시험기간은 여가시간이었다. 시험시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교실문을 나가는 사례 다반사였다.
학교측은 문제해결에 나섰다.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생각하는 시험’을 추진했다.
“수업은 교과진도 중심에서 학생들 이해수준 중심으로 바꿨어요. 수업이 재미있어야 공부를 하지요. 또 시험문제만 제대로 읽으면 답을 알 수 있도록 했지요.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유발시키기 위한 방법이었어요.”
부산과학영재학교 교장에서 2005년 이곳으로 부임한 문경근 교장은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개발이 덜된 학습능력을 학교가 끌어내자는 목표를 가지고 모든 것을 학생중심으로 만들었다.
이 결과 학생들이 공부에 관심 갖기 시작했고, 생활습관이 달라졌다.
중학교 시절 공부와는 담을 쌓고 지냈던 2학년 이태운군은 “시험문제를 읽다보면 답을 알 수 있어요. 실습도 어려운 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학교 다니는 게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여전히 공부보다 일이 좋다는 이군은 학교 졸업 후 신발회사에 취업할 계획이다. 고생하는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어서다.
학교를 관할구역에 둔 가락파출소 최규삼 소장은 “요즘 과학고 학생들에 대한 칭찬이 자자합니다. 교사들을 비롯해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지니 학생들이 착하고 예의바르죠”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년 동안 학교 통학버스 기사로 근무했던 박재만씨도 “예전에는 의자시트를 칼로 자르고 반항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공부도 열심히하고 아이들이 밝아졌어요”라고 말했다.
신발은 학교 정체성
방학이 되면 학교에는 어학실습실과 영화관을 만들기 위한 공사가 시작된다. 학교 주변 문화환경이 매우 열악해 학생들의 여가시간 활용을 위한 투자다. 어학실습실에는 언어민 교사가 올 예정이다.
카페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서관은 부산시내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고 있다. 기숙사 내에는 노래방이 있어 저녁이면 이곳에서 아이들의 노래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신발기능인력 양성이라는 목표가 세우지면서 모든 게 달라진 것 같아요. 물론 교사들이 매우 고생했죠. 신발특성화 학교로 전환하면서 학교의 정체성이 분명해 진 것이지요.” 문 교장은 ‘신발’이 학생과 학교에 희망을 심어줬다고 믿었다.
문진복 경남정보대 교수는 “이제 과학고 없이는 신발산업의 부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과학고는 신발산업에 젊은 기능인력을 제공하는 통로입니다”라며 “과학고는 부산신발산업의 희망입니다”라고 말했다.
부산=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