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검증청문회
장행훈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최근 미국 대통령선거의 치부로 비난 받고 있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책이 번역돼 나왔다. 선거운동 컨설턴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현재 조지아 주 케네소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는 커윈 스윈트 부교수가 미국 역사를 통해 가장 악명 높은 네거티브 선거운동 25개의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없어지지 않고 대통령 선거 때마다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그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위선으로 민주주의가 왜곡된다.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선거운동비로 모금하는 막대한 돈의 3분의 2정도가 상대방의 약점을 폭로하는 네거티브 텔레비전광고비로 쓰인다는 보도도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부시 대통령 부자도 악명 높은 네거티브 캠페인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민주주의를 뿌리에서부터 왜곡시키는 유행성 강한 이 악습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는 스윈트 교수의 지적이다. 우리도 미국의 유행병에 전염된 느낌이다.
검증대상의혹, 4백내지 5백건
한나라당이 19일 후보 검증청문회를 연다. 아마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당 대표 진영간의 상대편 공격은 정책 공방이라기보다는 이회창 전 대표의 표현을 빌린다면 “서로 상대방을 죽여야 한다는 식으로…” 진행된 네거티브 캠페인 성격이 더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부시 아버지의 선거참모였던 리 엣워터가 민주당 후보 뒤카키스의 껍질을 벗겨내려 했다면서 경쟁자의 약점을 최대한 들춰내 그를 매장했던 네거티브를 연상시키는 공격이었다. 그런 살벌한 상황을 회상하면 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모든 의혹을 제거해 보겠다는 구상도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만 있다면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 동안 언론에 제기된 것과 새로 들어온 제보 의혹이 4백 내지 5백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방대한 의혹을 검증위원 9명과 실무위원 8명을 합쳐 17명의 인원으로 짧은 시일 안에 한나라당 당원과 의혹 보도에 공감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검증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언론과 유권자들이 제기한 의혹을 깨끗이 밝혀주지도 못할 검증위원회를 여는 것은 오히려 의혹만 키울 우려가 없지 않다며 “검증위원회를 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회창 전 당 대표의 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제일 바람직한 것은 후보 자신들이 자기에 관해서 제기된 의혹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로는 이렇게 할 법규정이 없다. 후보 검증과 관련해서 현재 대통령선거법이 병력 재산 납세 범죄 학력 등 5개항 자료를 선거일 24일 전 대선 후보 등록 때 공개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자료를 공개한다 할 때 실질적으로 검증할 시간이 없다. 바로 그런 사실 때문에 선거 직전까지 후보 검증문제가 제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5개항 자료를 적어도 선거일 2백40일 전 예비후보(경선 후보) 등록 때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수긍이 간다. 이명박 후보와 관련해서 제기됐고 다른 공직자 청문회 때도 자주 거론된 거주 이전문제를 고려해서 주민등록 초본과 호족초본 공개 의무도 5개항 자료에 추가하면 후보들에 관련된 네거티브 캠페인의 소지를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수긍이 간다.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줄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데는 이른바 선거 컨설턴트와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스윈트 교수의 주장이다. 사실 후보들은 본인들이 직접 선거운동을 계획하는 경우보다는 ‘스핀 닥터’라고 부르는 홍보 컨설턴트들이 짜놓은 선거작전을 그대로 지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중은 네거티브에 신물을 느낄지 모르지만 선거결과와 여론조사 결과는 컨설턴트와 후보들에게 네거티브 캠페인의 효과를 확신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명박 박근혜 캠프 간의 홍보전이 사생결단의 국면으로 치닫게 된 것도 그들을 둘러싼 컨설턴트들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네거티브 캠페인 부추기는 언론
마지막으로 언론이 관에 못을 박는 역할을 한다. 스윈트도 “이런 문제들은 적대적이고 편파적인 언론에 의해 한층 더 심화됐다”고 평가한다. 물론 원인 제공자는 정치인이고 정치 컨설턴트지만 “신문들은 비열한 정치적 풍조에 편승하고 사실 이를 조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언론인의 직업의식 공익 따위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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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행훈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최근 미국 대통령선거의 치부로 비난 받고 있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역사를 정리한 ‘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이라는 책이 번역돼 나왔다. 선거운동 컨설턴트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현재 조지아 주 케네소 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는 커윈 스윈트 부교수가 미국 역사를 통해 가장 악명 높은 네거티브 선거운동 25개의 사례를 소개한 책이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없어지지 않고 대통령 선거 때마다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그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위선으로 민주주의가 왜곡된다.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선거운동비로 모금하는 막대한 돈의 3분의 2정도가 상대방의 약점을 폭로하는 네거티브 텔레비전광고비로 쓰인다는 보도도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부시 대통령 부자도 악명 높은 네거티브 캠페인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민주주의를 뿌리에서부터 왜곡시키는 유행성 강한 이 악습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는 스윈트 교수의 지적이다. 우리도 미국의 유행병에 전염된 느낌이다.
검증대상의혹, 4백내지 5백건
한나라당이 19일 후보 검증청문회를 연다. 아마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당 대표 진영간의 상대편 공격은 정책 공방이라기보다는 이회창 전 대표의 표현을 빌린다면 “서로 상대방을 죽여야 한다는 식으로…” 진행된 네거티브 캠페인 성격이 더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부시 아버지의 선거참모였던 리 엣워터가 민주당 후보 뒤카키스의 껍질을 벗겨내려 했다면서 경쟁자의 약점을 최대한 들춰내 그를 매장했던 네거티브를 연상시키는 공격이었다. 그런 살벌한 상황을 회상하면 후보 검증청문회를 열어 모든 의혹을 제거해 보겠다는 구상도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만 있다면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그 동안 언론에 제기된 것과 새로 들어온 제보 의혹이 4백 내지 5백건에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방대한 의혹을 검증위원 9명과 실무위원 8명을 합쳐 17명의 인원으로 짧은 시일 안에 한나라당 당원과 의혹 보도에 공감하는 많은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검증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언론과 유권자들이 제기한 의혹을 깨끗이 밝혀주지도 못할 검증위원회를 여는 것은 오히려 의혹만 키울 우려가 없지 않다며 “검증위원회를 열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회창 전 당 대표의 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제일 바람직한 것은 후보 자신들이 자기에 관해서 제기된 의혹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로는 이렇게 할 법규정이 없다. 후보 검증과 관련해서 현재 대통령선거법이 병력 재산 납세 범죄 학력 등 5개항 자료를 선거일 24일 전 대선 후보 등록 때 공개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일을 눈앞에 두고 자료를 공개한다 할 때 실질적으로 검증할 시간이 없다. 바로 그런 사실 때문에 선거 직전까지 후보 검증문제가 제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5개항 자료를 적어도 선거일 2백40일 전 예비후보(경선 후보) 등록 때 공개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수긍이 간다. 이명박 후보와 관련해서 제기됐고 다른 공직자 청문회 때도 자주 거론된 거주 이전문제를 고려해서 주민등록 초본과 호족초본 공개 의무도 5개항 자료에 추가하면 후보들에 관련된 네거티브 캠페인의 소지를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수긍이 간다.
또 한 가지 관심을 끄는 것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줄지 않고 확산되고 있는데는 이른바 선거 컨설턴트와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스윈트 교수의 주장이다. 사실 후보들은 본인들이 직접 선거운동을 계획하는 경우보다는 ‘스핀 닥터’라고 부르는 홍보 컨설턴트들이 짜놓은 선거작전을 그대로 지휘하는 경우가 더 많다. 대중은 네거티브에 신물을 느낄지 모르지만 선거결과와 여론조사 결과는 컨설턴트와 후보들에게 네거티브 캠페인의 효과를 확신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명박 박근혜 캠프 간의 홍보전이 사생결단의 국면으로 치닫게 된 것도 그들을 둘러싼 컨설턴트들의 영향이 컸다고 본다.
네거티브 캠페인 부추기는 언론
마지막으로 언론이 관에 못을 박는 역할을 한다. 스윈트도 “이런 문제들은 적대적이고 편파적인 언론에 의해 한층 더 심화됐다”고 평가한다. 물론 원인 제공자는 정치인이고 정치 컨설턴트지만 “신문들은 비열한 정치적 풍조에 편승하고 사실 이를 조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언론인의 직업의식 공익 따위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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