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업들 6개월 전부터 움직이기 시작” ...일본 수교자금은 뒷전 밀려
부산-나진-하산 물류 시범운송이 첫신호될 듯
노무현 대통령은 19일 13기 민주평통 출범식에서 “남북공조를 통한 북방경제시대를 열자”고 제창했다. 노 대통령은 “베트남특수 중동특수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크나큰 도약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차기지도자가 되고자하는 사람 누구도 이 비전을 가벼이 하지는 않을 것이며, 앞 다투어 국민 앞에 공약으로 제시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당장 연말 대선에서 북방경제시대를 실현할 전략을 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으라고 촉구한 것이다.
‘북방경제시대’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일반적인 전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8일부터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에게 대규모 인도적 경제적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평통 김창수 전문위원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하는 특별보고서를 연내에 발표한다면, 기업과 금융기관의 대북진출 장애는 제거되는 것”이라면서 “미국정부의 경제지원 제안은 미국기업들의 대북진출을 복선으로 깐 것”이라고 말했다.
북방경제시대는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 대륙이 무대이지만 발판은 북한의 경제재건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재건은 미국의 금융자본이 그랜드디자인을 짜고 있는 반면 한국기업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경제통상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미국기업들이 북한진출을 위해 6개월 전부터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융자본을 상징하며, 미국의 대외정책과 함께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JP모건의 움직임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표면상 미국금융자본의 역할이 지배적인 국제금융기관들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회조사국은 5월 북한의 국제금융기구(IFI) 가입을 언급한 바 있다. 동북아시대위원회도 국제통화기금(IMF)의 북한지원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6개월 전이면 1월16일~18일까지 열린 북미 베를린 합의 전후다. 북미관계정상화 밑그림이 그려진 시기에 미국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미국정부의 관계정상화 정책과 기업의 대북진출이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정부가 이라크전쟁을 결심했을 때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은 홍콩과 런던에서 이라크재건계획을 수립했고, 이라크 전쟁 개시는 미국기업들의 진출계획이 완료된 직후였다.
북한경제 재건의 재정은 일본의 대북수교자금 100억달러가 기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때가 있었다. 2002년 북일정상회담부터 9·19 공동성명까지 기간이다.
그러나 북일관계가 냉각되고, 동북아에서 갈등만을 일으키는 일본의 역할에 미국도 한계를 인정하는 상황이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을 친미지대화하고 북방경제시대가 열릴 동북아시아에서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미국자본이 직접 북한 경제재건에 뛰어드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앞의 전직 경제통상대사는 “미국자본들은 개성을 경유하지 않고 베이징에서 바로 평양으로 들어가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의 대북진출은 중소기업에 국한되어 있으며, 대기업은 아직 미동도 않고 있다. 미국시장에 진출해 있는 한 대기업체 CEO는 ‘불량국가 북한에 돈이 들어간다고 하면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북진출을 금기시해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미국의 반대라는 장애는 곧 제거될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의 북방경제를 향한 모색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다.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북방경제시대’ 개막의 첫 신호는 부산-나진-하산-러시아철도를 잇는 남·북·러 물류 시범운송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동북아시대위원회 강남훈 경제협력국장이 지난 6월2일 블라디보스톡에서 이 철도구간의 물류 시범운송 사업을 제안한 후 한러 양국간에 9월 전후로 시행하는 협상이 진행중이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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