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주부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아요. 올 초만 해도 전문투자자들이 주로 관심을 가졌던 ELW(Equity Linked Warrant, 주식워런트증권)에 일반인들도 투자에 나섰다고 볼 수 있지요.”
소시에떼 제네랄(Societe Generale)의 김윤정 씨는 “요즘 문의전화에 정신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증권 윤혜경 과장도 “일반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주부나 학생들도 ELW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ELW는 특정대상물(기초자산, 주로 주식이나 지수)을 일정기간이 지난 후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사고(콜) 팔(풋)수 있는 권리(옵션)를 말한다. 주가나 지수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콜ELW를 사면 되고 떨어질 것 같으면 풋ELW를 매입하면 된다.
김 씨는 “ELW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주가가 많이 올라 대형우량주를 사기 어려워지자 파생상품의 일종인 ELW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ELW는 1만원으로 10만원어치를 살 수 있을 만큼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60만원짜리 삼성전자주식 1주를 6만원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것.
한국증권 손석우 상무는 “ELW는 레버리지가 높긴 하지만 손실규모가 제한돼 있고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며 “특히 거래세가 없는 점은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개인들의 지난 2005년 12월 ELW 일평균 거래대금은 21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6월과 12월엔 각각 1525억원, 2596억원으로 늘더니 올해들어서는 5월에 3727억원, 6월 3833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달 24일 거래대금은 3400억원이었다.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수보다는 개별종목 ELW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또 주가가 오를 것을 예상한 콜의 비중이 90%를 넘어섰다.
개인들의 선물과 옵션 투자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주가 상승을 예상한 콜옵션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1월 개인들의 코스피 200 콜옵션 거래규모는 4조9256억원이었으나 지난달에는 8조68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수 하락쪽에 무게를 둔 코스피 200 풋옵션 거래규모는 6조원에서 7조원으로 소폭 느는 데 그쳤다. 이달들어서는 23일까지 코스피200을 기초로한 콜옵션과 풋옵션 거래규모가 각각 7조1947억원, 4조8399억원으로 완전 역전됐다.
코스피 200지수선물거래규모도 지난 1월엔 24조원이었으며 3월엔 26조원, 6월엔 32조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의 강력한 제한조치에도 불구하고 신용융자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3월에 1조원대를 넘어선 신용융자규모는 이후 주가 상승과 함께 급등세를 이어갔다. 4월말엔 2조7215억원, 5월말 4조8676억원에서 6월 후반엔 7조원대 근처까지 치고 올라갔다. 금감원이 나섰다. 회사당 자기자본 40%미만, 5000억원 미만으로 ‘강제할당’했다. 이후 두 주간 줄었으나 감소폭이 수천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금감원은 직접 대신증권과 우리투자증권를 감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들 증권사가 ‘신용융자 전면중단’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주에 신용융자는 181억원 늘면서 2주간의 감소세를 반전시켰고 이번 주 들어 23일에도 570억원 증가해 신용융자규모가 6조998억원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가의 고공행진 가운데 ‘대박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주가가 깊은 조정기를 거치게 되면 손실도 커질 수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0포인트를 앞두고 급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위험관리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윤 과장은 ELW에 대해 쉽게 풀어 쓴 신간 ‘ELW 완전정복’을 통해 “ELW는 높은 레버리지 못지 않게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주방의 ‘칼’과 같다”며 “과거에도 펀드투자를 위험하다고만 했지만 이제는 적립식펀드가 일반화된 것처럼 ELW도 제대로 알고 개인의 투자성향과 시장상황에 따라 활용하면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개인들이 적은 금액으로 대규모로 투자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신용융자, 선물옵션, ELW 등을 과도하게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어 금감원의 제한조치는 적절했다”면서도 “그러나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투기적인 성향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과거와 달리 투자자들의 투자행태가 장기적으로 바뀐 만큼 이러한 레버리지 투자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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