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구술심리 효과 나타나나

간결하고 이해 쉬운 판결문 나와

장황한 설명보다 쟁점 위주로 판결문 구성

지역내일 2007-07-25
법원 판결문은 복잡하고 어렵다는 일반인의 인식을 깨는 간결한 판결문이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어 이런 사례가 법원 전체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6부 재판장인 신태길 부장판사는 지난 4월 함께 근무하는 배석판사 2명과 판결문을 간결하고 쉽게 쓰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존 판결문이 복잡하고 쟁점과는 관련 없는 내용을 적시하고 있어 일반인이 이해하기 불편하고 업무적으로도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현재 법원에서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구술심리’ 재판방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구술심리는 재판에서 서류보다는 소송 당사자들의 말로 쟁점을 부각시키고 실체를 가리는 방식을 말한다. 법정에서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분쟁의 쟁점과 본질이 드러나는 것이다.
신 부장판사는 “재판과정에서 쟁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판결문을 간결하게 쓰더라도 당사자들은 그 의미를 알고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쉽게 수긍한다”며 “하지만 구술심리 없이 판결문을 간단하게 쓰면 당사자들이 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류중심 재판에서 간결하게 판결문을 쓰면 패소한 측에서 “내 의견은 판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술심리에서는 판사가 당사자의 주장을 잘 들어주고 사건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신뢰를 주기 때문에 판결을 간결하게 쓰더라도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존 판결과 어떻게 다른가 = 기존 판결에는 ‘~라고 보지 못할 바 아니라 할 것이다’, ‘~에 있어서’, ‘~함에 있어’ 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보통 한 문장이 끝날 때쯤 되면 ‘~하고’라는 연결어를 붙여서 문장 하나가 10여줄 이상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살피건대(보건대)’ 등 불필요한 관용구도 단골메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 판결에는 이런 문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단문 중심으로, 한 문장이 3~4줄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지난 4월 보험금 관련 소송 판결문은 단 10줄로 끝났다. 보통 원고와 피고 주장 그리고 사실관계 여부를 판단하다 보면 최소 A4 여러 장 분량으로 작성되는 것과는 차이가 컸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와 교통사고 사망자의 친인척 관계도 생략했다. 사망 당시의 상황과 보험 약관을 설명한 후 당시 상황이 보험 약관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골프장 회원권 권리를 다투는 사건의 판결문도 마찬가지다. 이해당사자들이 많고 권리 관계가 복잡한 사건을 재판부는 쟁점별로 간단히 정리했다.
4가지 쟁점을 각각 2~4줄로 간단히 쓴 후 쟁점별로 재판부의 판단을 기재했다.
신 부장판사는 “판결문 간이화는 소송 당사자들이 판결문을 알기 쉽게 할 뿐만 아니라 판결문을 장황하게 작성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며 “여유 시간을 구술심리에 집중하거나 기록을 더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가사분쟁 사건 판결도 달라져 = 가정법원 판결문도 간결하게 바뀌고 있다.€특히 가사사건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혼 및 재산분할’ 판결문이 보다 쉽고 간결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부부가 결혼한 시기, 이혼에 이르게 된 경위가 장황하게 전개되고 이후 다시 다투는 내용에 대한 판결이 이어졌다. ‘~하여 ~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등 뜻이 헷갈리는 문구, ‘~작금에 이르러’ 등 고어형 문장도 자주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판결문구가 간략해지고 불필요한 조사는 생략하고 있다. 또 당사자들이 인정한 사실은 최대한 간단하게 쓰고 다투는 쟁점만 구체적으로 적은 후 판결 근거를 밝히고 있다.
서울가정법원 4부(정승원 부장판사)는 쟁점별로 번호를 붙이고 단문과 장문을 적절히 배치하고 있다.€
부부간 다툼이 없는 객관적 사실은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판결문을 보면 ‘△혼인 및 자녀 - 1988. 8. 4 혼인신고, 자녀는 사건본인들’이라고 표시돼 있다.
하지만 판결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혼인생활 및 파탄경위는 번호별로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다.€
판결문에는 ‘△혼인생활 및 파탄경위 - 가)피고는 결혼 초부터 원고가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약 10년간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가족의 생계는 원고의 월급으로 유지됐다. 나)2003. 해외에 공장을 설립한 이후부터 피고는 공장 운영을 이유로 해외에서 거의 지내면서 1년에 2, 3회 정도만 귀국할 뿐이었고 사건본인들의 양육에 무관심했다.’ 고 표현했다.
판단 근거도 번호별로 쉽게 정리돼 있다. 판결문을 보면 ‘①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 파탄 인정 ②파탄의 책임은 피고에게 있음 위자료와 재산분할 부분은 가.재산형성 경위 - 나.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되는 재산- 다.피고의 채무’ 등의 순서로 나눠 단문으로 작성돼 있다.
이경기 전예현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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