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미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을 보고(임춘웅 2007.08.01)

지역내일 2007-08-01
미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을 보고

일본의 전쟁위안부 강제동원을 확인하고 일본정부의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미국 하원 결의안이 3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압도적 지지로 통과 됐다. 위안부 사과결의안은 지난 10여년 동안 무려 여섯 차례나 제출됐었으나 일본의 로비에 막혀 번번이 폐기 돼오다 이번에야 겨우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결의안은 일본 전쟁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아주 적절하게 명시하고 있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는 전쟁시기 위안부를 강제 동원해 집단강간과 강제유산, 그리고 신체절단과 사망 및 자살을 초래한 성적 폭행 등 그 잔학성과 규모에서 전례없는 20세기 최대 규모의 인신매매 가운데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권고’일뿐 국제법적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반세기도 훌쩍 넘긴 전쟁범죄를 직접 당사자가 아닌 미국이 역사 앞에 다시 단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역사는 결코 영원히 잠들지 않음을 입증해 준 것이다.
그러나 결의안이 왜 미국에서 나오게 됐는가에 생각이 미치면 씁쓸한 감회가 없지 않다. 우리가 잘했다면 미국이 나설 필요가 있었을까. 또 미국이 일본의 범죄행위를 확인하고 인류의 양심에 호소하는 동안에도 한국정부, 한국의 국회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의문이다. 한국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언제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이문제로 한국과 일본의 새로운 관계에 마찰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게 그 명분이다.

한국과 한국인은 어디 있었는가
이번에도 위안부의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의원들을 상대로 호소하고, 재미 교포들이 나서 미국 의회의원들에 편지 보내기 운동을 벌이며 동분서주할 때 우리 외교부나 국회가 과연 무슨 일을 했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이번 결의안이 통과되기 까지는 지금은 파킨슨병으로 지난해 11월 정계를 은퇴한 민주당의 레인 에번스 전 하원의원의 눈물겨운 투쟁도 큰 몫을 했다.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책임을 물으려 온뭄을 던져온 에번스 전의원은 지난해 9월 하원 국제관계위 심의 때 몸을 가눌 수 없는 형편에도 하원 방청석에 나와 심의 과정을 지켜보며 의원들을 독려 했었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마이클 혼다의원은 일본계 3세 하원의원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결과는 우리의 잘못된 정서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 우리는 몽고에 끌려갔다 돌아온 피해자들을 ‘화냥년’이라며 멸시했고 전후 위안부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였다. 때문에 위안부들은 한국민이기 때문에 당한 반인륜 범죄의 피해자 임에도 그들은 한동안 벙어리 생활을 해왔다.
따라서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상이나 위로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이제 겨우 10여명이 생존해 있다. 이번 이용수 할머니가 워싱턴으로 떠날 때도 미국이 그나마 이런 일을 해주어 고맙다며 모두 미국을 향해 함께 절을 했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 학대하는 한국문화 반성해야
일본은 그동안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보상을 피하기 위해 여러 민간기구를 통해 피해자들을 맞나 보상을 해주려는 이런저런 시도를 해왔다. 우리정부는 그때마다 그런 식으로 돈을 받는 일을 막아왔다. 일응 이해가 가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그러자면 정부가 이들 피해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비 보조라도 해주었어야 한다. 돈은 못받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책은 세워주지 않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생계를 이어가기 어려운 환경에서 약도 써보지 못한 채 죽어갔다.
우리의 국민정서는 더 큰 문제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해 주기는커녕 천시하고 꺼려하는 것이다. 요즘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성행하고 있는데 지금도 학교에서는 혼혈아들을 ‘왕따’시키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약자를 되레 학대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는 무엇으로도 변명이 안되는 악습일 뿐이다.
독일의 홀로코스트, 일본의 위안부 문제는 20세기를 야만의 시대로 되돌려 놓은 유례없는 비극적 사건이었다. 그런데 그 사건을 처리하는데 한국과 한국인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번 결의안이 우리정부와 우리국민 모두에게 자성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임춘웅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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