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미국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한다(정욱식 2007.08.02)

지역내일 2007-08-02
미국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조지워싱턴대 객원연구원)

무고한 목숨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선교봉사 활동차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탈레반에 의해 납치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배형규 목사에 이어 심성민씨도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되었고, 탈레반은 한국인 인질과 탈레반 대원 수감자 사이의 맞교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질들을 차례로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딜레마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자국민의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정부로서는 인질과 수감자들의 맞교환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아프간 정부와 부시 행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는 수감자 석방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 역시 “테러집단에 양보란 없다”며, “미국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은 “테러리스트와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수감자 석방 등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인질 납치 사건이 더 빈발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명분과 함께 수감 중인 탈레반 인사들이 풀려나게 되면, 최근 영향력을 재건하고 있는 탈레반에게 더 큰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라는 정치적 우려도 갖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가질법한 우려이다.
그러나 이번 인질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불행한 사건들의 책임으로부터 미국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은 9·11 테러 직후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 알-카에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침략 전쟁을 강행했다. 테러사건을 전쟁으로 보복하는 것 자체가 갖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제쳐두더라도, 당시 협상의 여지가 없었는지, 무력 침공이 탈레반 ‘정권’을 반미 ‘테러집단’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미국은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당시 미국의 아프간 침공을 강행한 데에는 중앙아시아와 중동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에 친미정권을 만들고, 원유와 가스 파이프 라인을 확보하고자 하는 ‘불순한 동기’가 있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처럼 한국인 인질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이 미국에 있다면, 당연히 미국도 인질 석방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을 담보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탈레반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대항해, 민간인이라는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재물로 삼아 외세를 축출하려는 탈레반의 전술은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이다. 소련에서 미국으로 이어진 강대국의 침략에 맞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워온 탈레반에게 테러 행위에 대한 비난과 인도주의적 호소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은 테러범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납치·인질 사건이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의 불확실한 일을 근거로 지금 당장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은 결코 책임있는 행동이 아니다. 앞으로 있을 수도 있는 일은 노력하기 여하에 따라 예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으면, 그들에게 내일은 없다.
한국인 인질들이 차례로 목숨을 잃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질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을 향한 눈물겨운 호소와 분노어린 반감이 한국에서 교차하고 있다. ‘과연 자국 국민이었으면 미국이 이럴 수 있겠느냐’ 설움 어린 울분에서부터, ‘미국의 요구에 따라 아프간과 이라크에 대규모 파병을 해준 한국에게 이럴 수 있느냐’는 자책 섞인 원망에 이르기까지.
더 늦기 전에 미국은 탈레반과의 협상에 직접 나서거나, 아프간 정부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협상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 인질과 수감자의 맞교환도 올려놓아야 한다. 만약 미국이 한국인의 호소를 계속 외면한다면, 그래서 한국인 인질들이 계속 희생당한다면, 한국의 반미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미국이 경직된 태도를 고수한 나머지, 한국인의 마음을 더 이상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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