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발표 시즌. 스포트라이트가 LG에 집중됐다. 전자·화학·통신 등 LG그룹 주력계열사들이 잇따라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건 LG필립스LCD(LPL)였다. LPL은 지난달 10일 매출 3조3550억원에 영업이익 1509억원(연결기준)이라는 2분기 성적표를 발표했다. 매출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고, 영업이익은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LPL의 흑자전환은 3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지만 LPL은 여봐란듯이 대규모 흑자를 달성하며 조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LG전자의 실적도 이에 못지않았다. LG전자는 분기 매출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하며 4636억원의 영업이익(글로벌 기준)을 기록했다.
화학계열사의 성장세는 더 두드러졌다. LG화학이 2분기에 올린 영업이익은 16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8% 늘었고, LG석유화학은 90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지난해 동기대비 708% 상승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올렸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해 동기 대비 37.6% 증가한 2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또 LG텔레콤과 지난 1분기 분기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LG데이콤도 2분기에 각각 842억원과 60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등 통신계열사들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LG의 실적개선은 시장에서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LG그룹 12개 상장·등록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6월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7일 현재 55조966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연초 대비 증가율이 51%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30%였던 것과 비교해도 1.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구 회장의 고객경영 리더십 = 하지만 1년 전만 해도 LG의 이런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룹의 두 축인 전자와 화학이 부진의 늪에 빠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긴 터널에 빠진 듯이 보였던 LG가 불과 6개월만에 시장의 기대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고객경영’에 있었다.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인 성장기반을 확대한다는 고객경영 전략이 기업 성과와 체질 개선으로 이어졌던 것. 특히 구본무 LG 회장은 연초부터 직접 계열사 경영을 챙기며 고객경영을 이끌어왔다.
올 1월 남 용 LG전자 부회장과 권영수 LPL 사장으로 최고경영진(CEO) 진용을 새롭게 구축한 구 회장은 곧바로 글로벌 CEO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매년 8월 열리던 전략회의를 앞당겨 실시한 것. ‘고객가치 선도경영’이라는 LG의 경영방향에 대해 최고경영진간 확고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전략회의에서 구 회장은 “당장 힘들고 어렵더라도 경영 패러다임을 보다 철저하게 고객가치 중심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며 “각 사에 맞는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방안 마련해 주력해 달라”고 CEO들에게 당부했다. 그러면서 “고객가치 창출과 관련한 성과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실제 구 회장은 연초부터 한달에 3~4회에 걸쳐 주요 계열사 CEO 및 사업본부장들과 만나 올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전략과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실행방안을 듣고 의견을 나누는 릴레이 대화를 지속해오고 있다.
구 회장은 또 일선 현장을 방문하면서 ‘고객가치’를 빼놓지 않고 강조해 왔다.
지난 3월 연구개발(R&D)성과보고회에 참석한 구 회장은 “R&D는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지금까지의 R&D가 새로운 기술 그 자체를 중요시 했다면 이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을 찾는 R&D로 생각의 지평을 확대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구 회장은 이어 4월 최고경영진 20여명과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방문해 “우리가 도요타에서 배워야할 것은 시스템과 제도뿐 아니라 철저한 ‘고객중시’ 조직철학과 올바른 가치체계를 조직 내에 확고히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CEO의 역할을 주문했다.
5월초 LG전자 디자인 경영센터를 찾았을 때에는 센터 내 직원들에게 “고객의 잠재된 니즈를 발굴해 고객 생각보다 한발 앞서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독창적인 디자인을 창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도 구 회장은 스킬올림픽에 참석해 “각 사의 경영활동을 고객에게 최고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LG만의 방법’을 찾는데 집중해줄 것”을 독려했고, 폴란드 LCD클러스터 준공식에서는 “현지 고객들에게 최고 가치를 제공해 유럽시장 공략의 중추 역할을 해 달라”며 고객경영의 글로벌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고객경영은 앞으로도 현재진행형” = 고객경영을 그룹 내에 확고히 정착시키려는 구 회장의 이같은 노력은 각 계열사 경영활동에도 반영되고 있다.
LG전자가 격주마다 열리는 경영회의에 앞서 ‘고객의 소리’를 듣는 시간을 갖게 된 것도 이때문. 남 용 부회장을 비롯해 본사 최고 경영진과 사업본부장 등 회의에 참석자들은 2~3분 분량의 고객과 상담원 통화 내용을 5~7개를 연속해 듣는다. 대부분 고객서비스센터로 걸려온 고객 불만사항이나 건의사항들이다. 험한 욕이 섞여 있는 것도 있지만 편집하는 일은 없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고객만족을 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4월부터는 ‘고객의 소리’들에 대한 개선방안과 현재까지의 개선현황까지 경영회의에서 직접 점검하기 시작했다.
LPL도 ‘고객가치 실현’을 회사의 가장 중요한 경영과제로 선정하고 전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고객이 우선’ 교육을 실시하는 등 고객경영 확산에 나서고 있다. LPL은 그 일환으로 ‘고객가치실현’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하기도 했다. 이 팀은 전세계 27개 고객사를 만나 회사에 대한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접수하고, 회사 임직원들의 고객 지향 마인드 수준, 해외 판매법인 등 고객 접점 부서의 고객 응대 현황 등을 조사해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LG텔레콤은 서비스 기획부서에서 서비스 제공 최종단계인 고객센터와 영업현장까지 고객사랑을 향한 ‘고객바라기’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영업현장을 중심을 한 ‘고객만족판매서비스’는 ‘고객바라기’의 대표적인 예다. 고객만족판매서비스는 단말기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을 영업의 끝으로 보지 않고 신규 가입 후 2개월 동안 발생가능한 고객 불편 및 불만을 탐지해 지속적인 고객관리로 고객만족을 이끌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 결과 LG텔레콤은 고객불만 발생률은 대폭 감소되고, 이용만족도는 크게 향상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LG화학은 ‘솔루션 파트너’ 활동을 통해 아예 고객 기업의 생산현장에 뛰어들어 체험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고객사의 의견을 정확히 청취해 고객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LG가 올 상반기 실적개선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고객경영’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고 각 계열사의 적극적인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 구 회장의 고객경영 리더십이 LG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던 까닭이다.
LG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 개선은 그동안 LG가 추구해온 ‘고객경영’이 성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고객가치를 창출하려는 LG의 노력을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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