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비정규직을 위한 노사관계(배규식 2007.08.08)

지역내일 2007-08-08
비정규직을 위한 노사관계
배규식(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비정규직 근로자 가운데 자발적 비정규직이 51.5%라는 통계가 있다. 물론 전문직이나 가정을 돌보아야 하는 주부 등 일부 계층에서 자발적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의 빈 일자리는 드물고 경쟁률이 높은 반면, 사람을 구하는 일자리의 상당부분이 비정규직일 때 일자리를 구하는 근로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뻔하다. 이런 경우를 자발적 비정규직이라고 본다면, 자발적 비정규직이 51.5%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 근로자의 93% 가량이 중소기업에 고용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1.5%에 이르는 자발적 비정규직의 비율에 의심이 간다. 다른 통계에서는 구직자들 중 비정규직을 희망하는 이른바 ''자발적 비정규직''은 3.6%에 불과하다고 한다. 설문을 어떻게 구성하느냐 그리고 비정규직 근로를 택한 근로자들이 어떤 맥락에서 비정규직 근로를 택했느냐에 따라 자발적 비정규직의 구성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진실은 위의 두 가지 통계의 중간쯤 어디에 있지 않을까 한다.
정규직으로만 살아온 사람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안고 있는 불안감, 인간적 열패감 등을 알지 못한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자기가 일하는 직장에 대한 소속감이 없거나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심한 무력감을 느낀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또 직장에 마음을 붙이기 어렵기 때문에 공허감이 커서 직장을 위해 헌신하여 일할 의욕을 내기 어렵다.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 근로자들과 눈 앞에서 차별을 당한 근로자들은 눈물이 나도록 서러움을 겪기도 한다. 우리 기업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비용절감의 수단으로 그리고 불황 시 인력조정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교육과 훈련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인색하기만 하다. 기업들로부터 마치 일회용품과 같이 필요할 때 잠깐 쓰고 필요없을 때는 버리는 대상이 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기업으로부터 그리고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비참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인간으로서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단지 돈벌이만을 위해 일하지는 않는다.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직장에서 따뜻한 인간관계,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주변 동료, 가족 그리고 사회로부터 인정 등 존중을 받기를 원한다.
노동시장의 경제적 유연화의 측면에서만 비정규직을 보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갖는 심리적 측면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일에 대한 존중과 인간적 존엄성의 필요성도 고려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를 포함한 각 기업이나 조직의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심리적이며 묵시적 계약관계이다. 실제로 근로자들의 행동패턴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이런 심리적 계약관계의 측면이다. 마음을 붙이기 어려운 비정규직으로부터 정규직 근로자들의 헌신성, 책임성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기업 내에서 정규직 근로자들보다 발언권이 훨씬 적거나 없다. 경영진은 의사결정하기에 앞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노조도 조직하기 어렵고 30인 이상의 기업에 설치되어 있는 노사협의회도 정규직 근로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대변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고충, 불만, 요구가 있어도 제대로 제기하기 어렵고, 혹시 사용자측이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요구하더라도 거부하기가 어렵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이랜드 그룹의 홈에버의 비정규직 고용을 둘러싼 노사분규는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하여 경영진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노사관계에서마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뜻을 반영할 수 없어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더욱 우울하고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갖는다.
요즈음 비정규직법의 시행을 둘러싸고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이랜드 그룹의 비정규직 노사분규를 둘러싸고 비정규직법의 개폐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비정규직법만이 아니라 노조와 노사협의회에서 비정규직을 포용하고 차별하지 않는 노사관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비정규직을 인간답게 대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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