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창조 열정 도전이 ‘퀴담’ 만들어내

길거리 곡예단, 1조원 매출 공연기업으로 성장 … 경쟁보다 동반 중시

지역내일 2007-08-13
스 파 크
린 휴어드, 존 U. 베이콘 지음
홍대운 이창근 옮김 / 랜덤하우스
1만원

서커스는 고리타분하다. 트로트 음악이 흐르고 요란하게 화장한 광대와 곡예사들은 만국기 사이를 누비며 우스꽝스런 몸집과 이해할 수 없는 기합을 외친다.
서커스를 생각하면 추억을 이야기 하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만을 의미한다. 돈벌이도 좋지 않다. 국내 서커스는 동춘서커스단 등 극소수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누군가 서커스를 가보자고 한다면 손사래를 칠것만 같다. 레퍼토리는 몇년이 지나도 같다. 약장수 공연이나 철지난 마당극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비인기 종목’인 서커스가 한 공연단에 의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올해 초 국내에 소개된 ‘퀴담’을 공연하는 ‘태양의 서커스’가 그 주인공이다.

◆지역 축제가 ‘태양의 서커스’ 모태 = 캐나다의 서커스단 ‘태양의 서커스’(서크 듀솔레이)를 창립한 기 랄리베르테는 길거리 곡예사였다. 무일푼인 그는 거리에서 공연을 보여주며 얻는 푼돈으로 하루하루 연명했다.
1980년대 초반 퀘벡의 인근 지역인 베-쌩-뽈에는 죽마를 타고 길을 다니는 사람들이 요술을 부리거나 춤을 추고 각종 묘기를 뽐냈다. 그러나 거리의 활기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고 길 위의 예술인들은 묘안을 짜내기 시작했다.
24살의 랄리베르테는 열정과 창조적 아이디어만으로 쇠락하고 있는 서커스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그와 그의 동료들의 모토는 ‘서커스를 재창조한다’였다.
이들은 ‘하이힐클럽’을 창설해 1982년 ‘베-쌩-뽈’ 축제를 조직했다. 축제는 길거리에 있는 모든 예술인들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만들어졌다. 이것이 ‘태양의 서커스’의 모태가 됐다.
퀘벡시는 1984년 자크 카르티에의 캐나다 발견 450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공연을 준비했고, 랄리베르테는 이 공연을 자신이 주도하기 위해 ‘태양의 서커스’를 만들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기존의 서커스의 형식과 선입관을 모두 버리고 뮤지컬과 오페라 연극 영화 등 가져다 불일 수 있는 모든 예술 영역을 총동원했다. 그야말로 현대적인 퓨전 공연인 셈이다.
일반 기업이 동료, 선·후배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랄리베르테와 ‘태양의 서커스’는 경쟁 대신 동반을 선택했다. 서로 창조적 아이디어와 열정을 나누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길거리 곡예사들의 서커스단은 세계 90여개 도시에서 연간 1000만명이 관람하는 유명 서커스단으로 변신했다.
1984년 ‘태양의 서커스’에서 일하는 사람은 7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900명의 예술가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 3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몬트리올 본사에만 16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들 평균 연령은 35살로 40개 국적의 25개국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만 이들의 전용 공연장만 3곳이 있고 연간 매출액만 1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공연기업으로 성장했다. 길거리에서 재주를 넘던 20대의 젊은 곡예사는 포브스 선정 500대 갑부가 됐고, 그의 성공사례는 여기저기서 찬사를 받고 있다.

◆불꽃이 있어야 불이 붙는다 = ‘태양의 서커스’는 창조와 변화를 위해 ‘불꽃’(스파크)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체된 조직과 매너리즘에 빠진 당신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창조와 열정, 도전의 불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불꽃이 있어야만 성공을 위한 불이 활활 타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서커스단은 물론 어느 집단이건 기존의 방식이나 작품이 수정되는 것을 거부한다. 기존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고 실수도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양의 서커스’는 이를 거부한다. 더 나은 공연을 위해서 과거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로 변화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변화에 순응하기란 쉽지 않다. 조직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이를 위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는지 솔직하게 대화할 것을 권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특정인이 내놓은 아이디어라고 생각지 않는다. 개인의 아이디어가 아닌 모두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야 한다.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이 이뤄지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조직 구성원이 모두 ‘내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조직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주인의식과 만족감, 작품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의 서커스’의 조직에는 곡예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1조원 매출의 기업이기 때문에 변호사와 회계사, 무대장치 기술자 등 다양한 인원들이 한편의 서커스를 제작하기 위해 정력적인 활동을 펼친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가 가치 있는 것이고 동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령에 의해 일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활동을 펼친다. 열심히 일하다 밤늦게 퇴근하더라도 그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열정적인 자신의 삶에 스스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태양의 서커스’는 곡예사들을 뽑을 때 체조선수 출신이나 운동실력만을 보지 않는다. 이들을 면접하는 자리에서 면접관은 ‘로프를 타고 노래를 부를 것’을 요구한다.
로프를 타는 것만으로도 고생인데 노래까지 부르는 일은 더욱 힘들다. 어느 누구도 줄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는 노래 실력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닌 ‘새로운 모험을 할 용기가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새로운 곡예를 연습하다 다리가 부러지고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다 실패를 거듭해도 창조와 열정, 도전의 불꽃만 있다면 언제든 날개를 펼 수 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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