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지역내일 2007-08-20
캥거루족 아이, 헬리콥터 부모
몇 년 전 극장에서 ‘캥거루족’ 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었다. 부모에게 얹혀사는 장성한 자식이라는 사회적인 이슈를 달콤한 사랑얘기와 잘 버무려 놓은 덕분에 영화는 꽤 인기를 누렸었다. 바로 <달콤한 백수와="" 사랑="" 만들기="">다. 영화는 ‘완벽남’이지만 도무지 부모에게서 독립할 의지가 없는 주인공 ‘트립’과 그를 집에서 쫓아내라는 부모의 특명을 받은 ‘폴라’가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이렇게 영화의 소재로 등장할 만큼 요즘 미국에서는 부모에게 얹혀사는 ‘어른 아이(Adult Children)’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가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휴가철에는 휴가비까지 챙겨주어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렇게 장성한 자식을 과보호하며 사는 부모들을 가리켜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라고 부른다. 언제나 자식 위에서 맴돈다는 뜻이다.
그런데 ‘헬리콥터 부모’가 남의 얘기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에게 더 익숙한 모습이 아닐까? 요즘 ‘노후생활의 최대의 적은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노후준비를 막는 최대 장애요인이 자녀 양육비라는 얘기다. 실제 2006년 12월 중앙일보의 조사에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 43%가 ‘자녀 양육비’를 이유로 꼽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가구의 저축률에 비해 자녀가 있는 가정의 저축률이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한 마디로 대다수 부모들이 자신의 노후대비까지 팽개쳐가면서 자녀 뒷바라지에 매달려 있다는 얘기다.
우리 부모들은 흔히 대학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간 후에야 자녀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놓는다. 아니 그것도 모자라 결혼하면 집도 사주고, 심지어 용돈까지 대준다. 이 정도면 미국의 ‘헬리콥터 부모’들도 울고 갈 수준이다. 그런데 문제는 헬리콥터 부모는 자신의 인생 뿐만 아니라 아이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부모의 ‘영원한 물주’노릇이 자녀의 경제관념을 왜곡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캥거루족’의 뿌리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여성부의 <청소년 의식="" 조사="">에서 청소년의 93%는 대학 학자금 전액을,87%는 결혼비용을,74%는 주택구입비용이나 전세자금을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란 캥거루족 아이의 미래모습은 어떨까? 일전에 한 신문에서 크게 오른 강남 아파트값 때문에 부모와 자식간의 ‘효(孝)’도 물질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기사가 나가자마자 수많은 누리꾼들이 거센 항의성 댓글을 올렸다. ‘효테크’라는 그럴듯한 제목을 붙인 기사의 내용 중에는 자녀에게 강남 아파트를 물려주면서 “효도하지 않으면 재산 증여를 무효화한다는 내용의 ‘효도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다.”는 부분이 있었다. 또 여기에 며느리들이 집에 찾아올 때마다 50만원씩 쥐어줬더니 출입이 잦아졌다는 한 시어머니의 이야기도 곁들여졌다. 기사는 “집값이 크게 치솟으면서 자녀들은 부모에게 효도를 잘해서 내 집 마련을 하고 생활비도 벌고, 부모는 불어나는 부동산 세금을 피하면서 효도도 받는 것”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이 설명이 수많은 누리꾼들을 화나게 만든 이유였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독립적인 자아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독립적 자아의 물적 기초는 ‘경제적 독립’으로 표현된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면 진정한 독립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경제적 독립이야말로 성인이 되는 본격적인 출발점이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 스스로 자기 인생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에게 필요한 역할은 무조건적인 ‘후원자’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인생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우미’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캥거루족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세상 이치다. 손만 벌리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화수분’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운 좋은’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서려는 의지보다는 부모의 도움에 기대려 한다. 하지만 언젠가 아이는 부모 없는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헤치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자녀를 키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패러독스’다. 아이를 사랑하면 할수록 한발 더 멀리 떨어져 지켜보아야만 한다. 그것이 정말 부모로서 참기 힘든 고통이라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훗날 ‘효테크’를 기대하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진정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라면 과연 나는 아이를 캥거루족으로 키우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 헬리콥터 부모가 되고 있지 않은지를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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