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역사적 시각으로 볼 때
장행훈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어제 8월15일은 광복 제62주년 기념일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노대통령의 경축사는 아무래도 남북관계에 초점이 맞춰있었다. 노 대통령은 “회담의 전 과정에서 역사가 저에게 부과한 몫을 잘 판단하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정상회담에 임하는 심정과 결의를 밝혔다, 대선을 노려 북한과 엉뚱한 합의가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보수 세력의 불안을 무마하면서도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수 진영과 야당은 노-김 정상회담을 여당에 불리한 대선 정국을 뒤집기 위해 만들어 낸 선거용 ‘깜짝 쇼’로 단정하고 그러기 때문에 성과에 급급해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미리 쐐기를 박고 있다. 그러나 자기 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해서 남북 정상회담을 대선용으로 폄하하고 비판하는 태도야 말로 민족의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남북정책을 몰이해한 정파적인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남북문제는 정파이익 초월해야
사실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불리한 상황에 있다고 해서 남쪽이 북측과 협상하는데 있어서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나 남쪽에서 북한에 적대적인 정당이 대선에 승리할 때 북한이 처하게 될 입장을 생각하면 노 대통령이 꼭 북한에 꼭 끌려가야 할 이유는 없다. 회담 시점에 관해서도 달리 볼 수도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4.11~17)도 정상회담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다고 신중론을 펴면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을 개방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지금이 몇 년 전보다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남북관계는 2000년의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후 기복을 겪었다. 북핵 때문이었다. 하지만 2·13 6자합의 이후 북핵문제도 해결 방향으로 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이제 남북관계를 한 차원 높여 정상화할 때가 됐다. 이제 한반도 문제를 역사적 시각에서 재점검할 때가 됐다. 광복 62년간의 역사를 돌아보자. 패전 일본이 재기하고 동서 독일이 통일됐다. 공산 종주국 소련이 붕괴됐다. 중국이 열강으로 부상하고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조정되고 있다. 모든 분단국들이 통일되고 남북한이 세계의 마지막 분단국으로 남아있다. 엄청난 변화다. 앞으로 세계는 더 빨리 변할 것이다. 북핵문제가 완결되면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한반도의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해 두면 남북분단이 고착화될 위험도 없지 않다. 우리의 문제를 강대국의 손에 맡겨둘 수만 없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푸는 중심에 서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관심은 정권유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김 위원장의 관심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북한 지도층이 정권 차원을 넘어 역사적 시각에서 자신과 세계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62년간 남북한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 보자. 남한은 공화국이 여섯 번 바뀌는 격동과 혼란을 겪었지만 지금 여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선진국’이 됐다. 민주주의와 자유경제 덕이다. 북한은 공산당과 김일성-김정일 체제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안정된’ 체제다. 그러나 그 대가는 경제침체, 인민의 빈곤, 폐쇄사회, 국제적 고립이었다. 공산체제가 원인이다.
북한도 이제 체제를 변화해 가야 한다. 집권층 반발로 당장 체제를 바꾸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점진적인 변화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흡수통일이 두려워 북한이 개방을 거부할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6·15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쪽에서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이 대담한 개방을 단행할 기회다. 남쪽에서 오는 체제 위협이 없는데 왜 개방을 못하는가? 이산가족 상봉도 과거 동서독처럼 노인들에게는 방문상봉을 허용할 수 있다. 화상상봉은 북한 스스로 체제 불안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도 시각을 바꿔야
남북 남녀의 결혼을 허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지도층 자녀들의 남북결혼은 더욱 환영할 일이다. 남북간 결혼이 늘면 남북 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북한사회의 민주화가 정권에 불안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진전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왕조가 평화 유지의 방법으로 결혼정책을 이용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북한 지도층과 남쪽의 보수 세력들이 역사적인 시각에서 남북문제를 보고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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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행훈 (언론인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어제 8월15일은 광복 제62주년 기념일이었지만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불과 2주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노대통령의 경축사는 아무래도 남북관계에 초점이 맞춰있었다. 노 대통령은 “회담의 전 과정에서 역사가 저에게 부과한 몫을 잘 판단하고,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정상회담에 임하는 심정과 결의를 밝혔다, 대선을 노려 북한과 엉뚱한 합의가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는 보수 세력의 불안을 무마하면서도 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수 진영과 야당은 노-김 정상회담을 여당에 불리한 대선 정국을 뒤집기 위해 만들어 낸 선거용 ‘깜짝 쇼’로 단정하고 그러기 때문에 성과에 급급해 국익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미리 쐐기를 박고 있다. 그러나 자기 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해서 남북 정상회담을 대선용으로 폄하하고 비판하는 태도야 말로 민족의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남북정책을 몰이해한 정파적인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남북문제는 정파이익 초월해야
사실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불리한 상황에 있다고 해서 남쪽이 북측과 협상하는데 있어서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북한의 경제 사정이나 남쪽에서 북한에 적대적인 정당이 대선에 승리할 때 북한이 처하게 될 입장을 생각하면 노 대통령이 꼭 북한에 꼭 끌려가야 할 이유는 없다. 회담 시점에 관해서도 달리 볼 수도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4.11~17)도 정상회담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좋다고 신중론을 펴면서도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을 개방하도록 유도하는 목적을 달성하는데 지금이 몇 년 전보다 더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남북관계는 2000년의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후 기복을 겪었다. 북핵 때문이었다. 하지만 2·13 6자합의 이후 북핵문제도 해결 방향으로 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이제 남북관계를 한 차원 높여 정상화할 때가 됐다. 이제 한반도 문제를 역사적 시각에서 재점검할 때가 됐다. 광복 62년간의 역사를 돌아보자. 패전 일본이 재기하고 동서 독일이 통일됐다. 공산 종주국 소련이 붕괴됐다. 중국이 열강으로 부상하고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 조정되고 있다. 모든 분단국들이 통일되고 남북한이 세계의 마지막 분단국으로 남아있다. 엄청난 변화다. 앞으로 세계는 더 빨리 변할 것이다. 북핵문제가 완결되면 북미 관계가 정상화되고 한반도의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해 두면 남북분단이 고착화될 위험도 없지 않다. 우리의 문제를 강대국의 손에 맡겨둘 수만 없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푸는 중심에 서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관심은 정권유지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김 위원장의 관심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북한 지도층이 정권 차원을 넘어 역사적 시각에서 자신과 세계를 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62년간 남북한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해 보자. 남한은 공화국이 여섯 번 바뀌는 격동과 혼란을 겪었지만 지금 여러 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드는 ‘선진국’이 됐다. 민주주의와 자유경제 덕이다. 북한은 공산당과 김일성-김정일 체제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안정된’ 체제다. 그러나 그 대가는 경제침체, 인민의 빈곤, 폐쇄사회, 국제적 고립이었다. 공산체제가 원인이다.
북한도 이제 체제를 변화해 가야 한다. 집권층 반발로 당장 체제를 바꾸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점진적인 변화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흡수통일이 두려워 북한이 개방을 거부할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6·15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쪽에서 흡수통일을 주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이 대담한 개방을 단행할 기회다. 남쪽에서 오는 체제 위협이 없는데 왜 개방을 못하는가? 이산가족 상봉도 과거 동서독처럼 노인들에게는 방문상봉을 허용할 수 있다. 화상상봉은 북한 스스로 체제 불안을 시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북한도 시각을 바꿔야
남북 남녀의 결혼을 허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지도층 자녀들의 남북결혼은 더욱 환영할 일이다. 남북간 결혼이 늘면 남북 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북한사회의 민주화가 정권에 불안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진전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많은 왕조가 평화 유지의 방법으로 결혼정책을 이용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북한 지도층과 남쪽의 보수 세력들이 역사적인 시각에서 남북문제를 보고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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