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아줌마, 연변서 왔어?”(2007.08.22)

지역내일 2007-08-22
“아줌마, 연변서 왔어?”

유엔의 인종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의 인종차별문제를 제기하고 이의 개선을 권고했다.
많은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특히 서울 한복판의 아파트나 빌딩가에 사는 사람들은 “아닌 밤중에 유엔이 무슨 인종차별타령이냐, 여기가 미국인줄 아느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조금 물정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동남아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말하는 것이려니 하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유엔 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인종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차별과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여성에 대한 학대 문제 등 구체적인 차별문제의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
유엔 위원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관념에 바탕을 두고 사용하는 용어까지 문제대상으로 삼았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단일민족’이란 표현을 쓴다. 일상에서 ‘순혈(pure blood)’과 ‘혼혈(mixed blood)이란 말도 쓴다. 이 위원회는 바로 이런 말이 인종차별이라고 보고 없앨 것을 권고한 것이다. 단일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에 사는 다양한 인종들 간의 이해와 관용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순혈과 혼혈이란 용어는 한국사회에 널리 퍼진 인종적 우월주의를 드러낸 말이라고 보는 것이다.
단일민족이란 말이 인종차별적 용어라고 생각해 본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내내 우리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어오면서 익숙해진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배타적으로 들린다면 그 말은 인종차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순혈이란 말이 얼마나 쓰이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혼혈이란 말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이다. 특히 외국인 남성근로자와 한국여성이 결혼해서 태어난 아이들, 농촌지역에 시집온 외국인 여성들과 한국 남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혼혈’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그런 아이들이 있는 동네에서 이들을 지칭하는 다른 용어가 있는지 모른다.
이같이 국제결혼으로 태어날 아이들이 자라고 인구학적으로 중요한 몫을 차지할 때 우리는 그들을 분류해서 부르는 공식 용어를 지금처럼 ‘혼혈’이라고 쓸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에서 보니 80년대 흑인을 지칭할 때 ‘블랙 아메리칸’이란 말이 신문에 많이 등장했다. 10년 후에 보니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 변해있었다. 인디언이 ‘네이티브 아메리칸’으로 아시아계가 ‘아시안 아메리칸’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인종에 관한한 감성적인 용어에서 이성적인 용어로 변해가는 것이다. 이것은 인종차별적 함의를 벗겨내려는 노력에서 나온 말들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살색’이란 색깔 용어를 썼다. 살색이란 우리 같은 황인종만 사람의 살갗을 갖고 있다는 인종적 편견을 내포한 말이 된다.
유엔 인종차별위원회는 이런 차별을 없애기 위한 방법으로 법제화와 더불어 다양한 인종과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초 중등학교의 교과목에 포함시킬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정말 유엔 위원회의 지적은 옳은 것이다. 이런 인종적 편견을 없애는데 초기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 이런 일을 치밀하게 연구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는 해결하기 힘든 인종갈등의 나라로 변하지 말란 법이 없다.
또 하나 우리가 의식적으로 고쳐야 할 차별의식이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교포를 대하는 태도이다. 웬만한 음식점에는 중국에서 온 교포여성들이 일한다. 그 숫자가 전국적으로 수십만에 달하는 것 같다.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들에게 “연변에서 왔어?” “헤이, 연변아줌마”라고 수작을 건다. 그 말 속에는 말하는 사람의 우월감이 배어있다.
이들이 한국동포니까 인종차별로 보아서는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을 지역차별이라고 부르기도 적절치 않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호칭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중국의 지명을 놓고 사람을 부르는 그 저변에는 인종차별에 바탕을 둔 차별의 정서가 있다고 해야겠다.
가장 흔하게 만나는 음식점의 중국교포 종업원을 대하는 언행에서부터 인종차별적 색깔을 빼어내려 노력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타 인종에 대한 배려와 화합의 디딤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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