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 한니발과 올리브의 나라

지역내일 2007-08-23
튀니지 : 한니발과 올리브의 나라

주튀니지대사관 참사관 유복렬


‘푸른 바다’라는 단순한 관용구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신비하고 오묘한 색깔, 청명하고도 눈부신 쪽빛, 튀니지는 바로 그런 색의 지중해로 둘러싸인 나라다. 튀니지가 분명 아프리카 대륙에 위치해 있음에도 튀니지 사람들은 자기 나라를 아프리카나 중동 국가로 표현하는 것을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누군가 튀니지를‘지중해의 카페’라고 불렀듯이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튀니지는 분명히 지중해 문화권의 특색이 강하기 때문이다.

튀니지의 역사는 BC 9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중해 무역상으로 유명한 페니키아인들이 현재의 수도인 튀니스 인근에 도시를 건설한 것이 바로 로마와의 포에니전쟁으로 유명한 “카르타고 제국”이다. 카르타고산 무화과 열매를 맛본 당시 로마인들이 이 기막히게 맛좋은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비옥한 땅을 욕심냈다는 일화가 말해주듯이, 당시 최고의 곡창지대로 불렸던 튀니지는 지금도 온통 초록의 밀밭과 오렌지, 레몬, 석류, 무화과, 수박, 메론, 복숭아 등 갖가지 과일들이 제철이면 쏟아져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카르타고는 한때 로마제패를 평생의 꿈으로 삼고 약관 29세의 젊은 나이에 코끼리떼를 몰고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쳐들어가 무려 16년 동안이나 이탈리아 땅에서 종횡무진하며 로마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당대 최고의 무장 “한니발”의 고향이기도 하다. 당시 로마인들은 지중해 맞은편에 위치한 막강한 해운국이자 곡창지대로 로마에 위협적인 존재였던 카르타고 시민을 “아프리”라고 불렀고 카르타고를 정복한 후에는 이곳을 “아프리카주”로 명명했다. 결국 “아프리카”라는 말은 현재의 튀니지를 지칭했던 것이다.

불행히도 현재의 튀니지에서 3천여년전 로마제국을 넘보았던 한니발 장군의 발자취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당시 카르타고를 부유하게 만들었던 해운 중심지 “캅 봉”반도는 봄이면 오렌지꽃이 만발하고 정어리잡이 축제로 떠들썩한 농수산업의 본산지가 되었고, 6-10월에 걸쳐 내내 작열하는 태양과 쪽빛 바다속에 몸을 맡기는 관광객들이 튀니지 모든 해변을 점령해 버린다. 2006년 한해동안 튀니지를 방문한 관광객수는 총 665만명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중 이집트(960만명), 남아공(840만명)에 이어 3위다. 우리나라 관광객수도 아직은 연간 천여명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튀니지 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튀니지는 온건이슬람주의를 표방하고 1957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할 당시 아랍국가들중 최초로 일부일처제를 헌법에 명시한데 이어 1987년에는 호주제를 폐지하는 등 여성지위 향상에 있어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여름이면 튀니지 젊은 여성들은 유럽여성들보다도 더 자유로운 복장으로 거리를 활보한다. 이러한 개방된 사회 분위기는 테러조직과 같은 이슬람 과격분자를 철저히 배격하는 반폭력주의와 연결된다. 안정된 정치정세와 개방적 사회분위기야말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핵심이라는 사실을 튀니지 정부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튀니지는 파란 바다와 짙녹색의 올리브나무, 그리고 사막, 이 3가지 색채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눈부신 해안선을 끼고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나무들 사이로 나있는 도로를 달리다보면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뜨거운 태양아래 지중해바람을 맞으며 오랜 세월 뿌리내린 올리브나무에 빈자리 없이 촘촘히 열리는 튀니지 올리브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하지만 여타 올리브 생산국에 비해 저조한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대부분의 올리브원액을 이탈리아나 스페인으로 수출하고 튀니지산 완제품 수출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스타워즈”, “잉글리쉬 페이션트” 등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남부 사막지역은 한여름철을 제외하고는 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눈부신 태양과 바다, 북쪽의 산악지대, 남쪽의 사막지대,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튀니지를 사랑했던 마티스, 클레, 르노와르 같은 화가들과 플로베르, 지드 같은 문인들은 모두 바로 이러한 튀니지의 색깔과 다양한 문화를 찬미했다.

앙드레 지드가 드나들면서 명상하고 집필했던 수도 튀니스 근처 바닷가 마을 “시디 부 사이드”에 있는 카페에는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의 숨결을 느끼면서 반짝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사색의 시간속으로 빠져든다. 튀니지의 관광자원은 전세계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어쩌면 튀니지는 이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제2의 카르타고 시절로의 도약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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