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마당-이랜드 사태 공권력 투입이 해법인가

외주용역·고용 기간 입장차

지역내일 2007-08-06
노조 “즉시 철회” vs 사측 “10개월 걸쳐”
갈등 근간엔 비정규직법 불신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뉴코아·이랜드 노조원들이 전국 매장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홈에버 목동점과 면목점을 비롯해 서울·경기지역 6개 매장에서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랜드 노사는 양측 대표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건물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이랜드 사태가 38일째 계속되고 있지만 노사간 교섭은 회를 거듭할수록 제자리 걸음이다. 노사가 수차례 직접 교섭에 나섰지만 계속 결렬되고 있고 매장 점거와 공권력 투입 등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이처럼 교섭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외주용역을 완전히 철폐하는데 걸리는 기간과 몇 개월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 대해 고용을 보장할 것인지를 놓고 노사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외주용역을 10개월에 걸쳐 완전 철폐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측은 즉시 철회를 요구하고 있고 고용보장 기준도 노조측은 3개월 이상, 사측은 18개월 이상 근로자로 맞서 있다.

◆갈등의 핵심은 ‘비정규직법’ = 지난달 시행에 들어간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마련됐다. 비정규직이 같은 사업장에서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은 비정규직의 무더기 계약해지 사태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으며 노사 양측으로부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법으로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입장이다. ‘2년 후 정규직 전환’과 ‘차별 금지’ 조항으로 사측이 비정규직들을 해고하고 비정규직이 담당하던 업무를 외주 용역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법 시행과 함께 발생한 이랜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한국노총이 최근 실시한 산하 기업 56곳의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41.1%인 23개 사업장이 비정규직 업무의 외주 용역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재계는 비정규직법 도입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과 노무관리 부담을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연맹 관계자는 “이 법은 비정규직 보호라는 명목 하에 기업의 희생만을 강요해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는 이 법이 내년 7월과 2009년 7월부터 영세한 중소사업장에까지 확대 적용되면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법 개정 방향에 이견 = 노사 양측 모두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정 방향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 회사의 무분별한 비정규직 고용을 막자는 입장이다. 또 차별 시정의 경우 사용자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도록 차별 시정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개인뿐 아니라 노조에게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재계는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차별 금지를 동시에 강요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라며 “어느 한쪽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기간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자고 요구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사정이 함께 노력한 뒤 미흡한 점이 발견되면 개정에 착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개정 비정규직법으로 노동권 훼손 심각
박 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뉴코아-이랜드 사측은 지난해 말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계약기간을 강제적으로 단축해, 계약기간을 1개월 심지어 0개월로 단축시키는 불법계약을 저질렀다.
비정규직 시행을 앞둔 올해 5월에는 킴스클럽 계산원을 전원 해고하고, 계산원업무를 용역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으나, 노동부는 “0개월짜리 계약서에 왜 서명을 했느냐”면서 형식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또한 사측은 점내에 용역회사 사무실까지 차려놓고, “비정규직 용역전환 등 구조조정을 3주간 유보하라”라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안마저 무시했다. 이에따라 노조는 5월 28일 조합원 77%의 찬성으로 쟁위 행위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사측은 조합원들의 쟁위행위를 무력화하기 위해 계산원업무에 대한 외주를강행하면서 대체인력을 투입했고, 노동자들이 부분파업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사측에 전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섭에 응하려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방해하는 사용자의 부당행위와 노동부의 허술한 근로감독에 실망한 노동자들이 헌법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사업장 점거라는 형식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
쟁위 행위에 따른 직장 점거는 파업 중인 노동자들이 사용자 의사에 반하여 사업장에 머무는 행위이며, 조합원들의 단결을 유지하고 파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쟁위 행위의 한 수단이다.
특히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사용자의 방해가 현존하고, 파업권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직장점거가 갖는 수단적 의미가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는 사업장 점거의 정당성여부에 대해 아직 법원의 판결이 존재하지 않을 당시에도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을 불법행위로 단정짓고 외부인의 개입을 차단시킨다는 명목으로 농성장 주변을 봉쇄했고 2차례에 걸친 대규모 경찰력을 동원해 점거 노동자들을 연행하고, 구속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아예 농성장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과 방화 셔터문을 산소 용접하는 등 농성중인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안전마저 위협했다. 애초부터 정부의 입장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명백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뉴코아-이랜드 사태는 바뀐 비정규법안을 이해하지 못한 부도덕한 어떤 악덕 자본의 문제로 인해 발생된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분명히 하나은행이나 롯데호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정규법안’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경총에서도 ‘인력관리체크 포인트’라는 책자를 만들어서 외주화와 해고를 계속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법안 하에서는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주당 40시간, 하루 종일 서서 화장실도 못가고 안면근육이 욱신거리는 서비스 노동을 감당해 왔던 이들의 임금 80만원. 80만원의 안전망마저 빼앗는 사측과 정부에 맞서, 점거를 통한 파업이 불법이라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파업 말고 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노동자들이 구속과 희생을 통해서라도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것, 그것이 사태해결의 지름길이다.

법경시 풍조의 해소가 필요하다
남 용 우 경총 노사대책팀장

지난 6월 30일 이랜드노조의 홈에버 상암점에 대한 불법점거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이랜드 사태가 한 달여 넘게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과 이랜드노조는 두 번에 걸친 불법점거와 공권력 투입 이후에도 매장에 대한 진입시도 등 불법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된 데는 산업현장에 만연한 법경시 풍조와 함께 정부가 법집행을 주저한데도 그 책임이 크다고 본다.
이랜드노조의 매장 강제점거는 명백한 불법이었으나, 20여일 이상 방치됐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정부 일각에서는 회사의 잘못도 큰 만큼, 노조의 요구를 상당부문 수용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전개하기도 했다.
공권력 투입이후 검찰은 주동자 1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노조위원장을 제외한 13명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위험이 없음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이러한 법원의 결정은 범죄의 혐의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재범의 위험성이 매우 큰 상황이었음을 감안해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홈에버 상암점 점거 이후 뒤늦은 공권력의 작동에서부터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이 연이어 발생한 재범에 영향을 주었을 것임은 자명하다.
사실 이번 사태발생의 근본적인 원인도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의 입법취지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데서 비롯됐다. 동 법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적정한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 비정규직을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도록 강제한 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기업이 추진하는 별도 직군의 정규직화나 비효율적인 부분에 대한 외주화까지를 범죄시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경영효율을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정규직화’는 오히려 전체근로자의 고용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랜드 관련사는 노동계 ‘타겟투쟁’의 희생양이라고도 볼 수 있다. 홈에버는 2년 이상 경과된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해 별도직군의 정규직화를 진행했고 뉴코아는 경영효율성 차원에서 일부 계산원에 대해 하도급업체로의 고용승계를 보장하며 외주화를 진행한 것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이랜드가 수천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한 것처럼 선전하며 불법투쟁을 진행했다. 또한 정부는 불법점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비정규직 보호법을 악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명분으로 회사 측의 양보를 종용했다.
이와 같이 이랜드 사태는 현행 비정규직법을 못 마땅해 하는 노동계가 자신들의 과도한 주장을 불법투쟁을 통해 관철하려는 데서 시작되었고, 정부 일각에서 법을 무리하게 확장 해석·적용하려는 데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현재 회사는 문제해결을 위해 기존 계획의 상당부분을 변경했다. 홈에버는 18개월 이상 근무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뉴코아는 외주화를 철회키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과 노조는 “고소고발이 취하되고 3개월 이상자에 대한 고용보장과 외주화가 즉시 철회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랜드 사태는 우리 노사관계 현실의 축소판이다. 노동계의 법 경시, 공권력 경시 풍조가 이 정도이다. 노사관계는 ‘치외법권’ 영역이며, 물리력을 동원해 몰아붙이면 된다는 식의 ‘떼법논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기저에는 노사관계에 대한 선심성 정책과 온정적 대처로 ‘법’을 제대로 지켜오지 못한 정부, ‘원칙’을 견지하지 못한 경영자의 책임도 크다. 이제부터라도 법을 존중하고 지키는 풍토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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